우주정거장에 화성으로부터 가져온 캡슐 하나가 실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하게 작은 세포 수준이지만,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발견된 생명체. 여섯 명의 대원들은 생명공학자인 데리를 중심으로 세포를 관찰해나간다. 모든 세포가 근육이자 두뇌이자 눈이라고 할 만한 독특한 구조를 지닌 생명체. 지능의 수준은 알 수 없지만 매우 빠르게 환경을 이해하고 습득하며 급격히 성장한다. 이 외계 생명체에게 지구에서 지어 준 이름은 '캘빈'. 데리는 캘빈에게 마치 친구라도 되는 듯 각별한 애정을 쏟는데, 캘빈을 통해 불치의 병을 지닌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의 큰 획을 그을 수 있다는 데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무중력의 우주에선 훨씬 자유롭긴 하지만, 그 역시 어린 시절부터 쓸 수 없던 두 다리 때문에 더욱 애착을 갖는다.

필그림, 순례자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이 임무를 위해 지구를 떠나 온 대원들은 미지의 생명체를 지구로 들이지 않기 위한 서약을 맺었다. 하지만 미지의 생명체를 우주선에 들이는 순간부터 위험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 아름다운 순례길에 오를 운명은 아니었다. 갑작스런 이상 작동과 함께 캘빈은 동면 상태에 빠지고, 데리는 전자 자극을 통해 캘빈을 깨운다. 공격받은 캘빈은 깨어나지만, 그의 생존본능에 따라 데리를 공격한다. 캘빈의 위험성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임무는 캘빈을 제거하는 것으로 변경, 대원들은 큰 위험에 빠진다.

예상되는 흐름대로, 대원들은 하나씩 죽어나간다.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지만 비극은 피해갈 수 없었다. 반전이라 할 만한 것들도 있지만, 사실 흐름이 아주 신선하진 않다. 가장 기대했던 캘빈의 외형도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숱하게 보았던 낙지 내지 불가사리의 타입. '얼굴'이라고 부르면 딱 좋을 부위도 진부함을 더하는 요소다. 그럼에도 이 영화 속 캘빈이 보통의 외계 괴물과 다르게 보이는 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산소와 물을 얻으려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타자를 공격한다는 것. 다른 외계 괴물들도 목적은 생존이었겠지만, 여기선 뛰어난 과학자들답게 캘빈의 본능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한다. 부각되는 포인트가 여느 SF 호러들과는 차이가 있다. 생존을 위한 연구, 생존을 위한 살해, 생존을 위한 희생. 모든 일들이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대상을 살아남게 하기 위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어쩔 수 없이 짐작 가능한 전개와 어느 정도 반전시키기 딱 좋은 설정들이라 반전의 묘미가 아주 크진 않지만, 실망스러운 전개는 아니다. 적어도 매 순간 편안히 볼 수 없는 두근거림은 박수 칠 만하다. 불필요한 장면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촘촘히 긴장감으로 메워져 있다. 우주라는 고립된 환경과 숨 막히는 연출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어느 하나 허투루 죽는 법 없는 대원들의 열연도 기억에 남는다. 다만 남은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은 찝찝함은 어쩔 방도가 없다는 게 문제. 보는 내내 긴장감 있는 만큼 괴롭고, 보고 나서도 개운치 않은 기분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최근 비슷한 기분을 줬던 <겟 아웃>에 비하자면 이쪽이 더 심장 뛰게 만들지만, 불쾌함도 더 크다는 데 한 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