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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 새로움을 익숙함으로 덮어버리다.
11  쭈니 2017.06.05 17:34:34
조회 320 댓글 1 신고

 

 

감독 : 패티 젠킨스

주연 : 갤 가돗, 크리스 파인, 대니 휴스턴, 데이빗 듈리스, 코니 닐슨

개봉 : 2017년 5월 31일

관람 : 2017년 6월 3일

등급 : 12세 관람가

 

 

마블, DC 통털어 첫번째 여성 슈퍼히어로 솔로 영화

 

어린 시절 제 기억 속의 영웅은 '마징가 Z', '그레이트 마징가', '로보트 태권 V'와 같은 거대 로봇과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과 같은 미국산 슈퍼 히어로들이었습니다. 그러한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영웅은 어른이 되어서도 유효했는데, [트랜스포머], [퍼스픽 림] 등 로봇 실사 영화들과 마블, DC의 슈퍼 히어로 영화는 여전히 제게 설렘을 안겨줍니다. 물론 아쉽게도 DC영화들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삐그덕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제가 열광했던 '슈퍼맨', '배트맨'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겐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엔 [원더우먼]이 개봉했습니다. [원더우먼]은 DC의 대표적인 여성 슈퍼 히어로입니다. 비록 영화의 흥행 수입과 영화에 대한 평가에서 마블에 심각하게 밀리는 실정이지만, 그래도 슈퍼 히어로의 네임밸류만큼은 마블을 능가한다고 자부하고 있는 DC가 야심차게 내놓은 영화인 만큼 저는 물론이고, 웅이와 구피도 기대가 컸던 영화입니다. [원더우먼]이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마블과 DC 통털어 첫 여성 슈퍼 히어로의 솔로 영화라는 점입니다. 마블도 브리 라슨을 캐스팅하여 [캡틴 마블]을 준비중이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DC가 한발 빨랐네요.

게다가 2016년 개봉해서 실망스러운 평가를 얻는데 그쳤던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원더우먼'의 출연이 워낙 강렬해서 [원더우먼]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배트맨'과 '슈퍼맨'의 싱거운 대결보다는 영화 후반부에 등장해서 강한 인상을 남겨준 '원더우먼'에 더 열광했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원더우먼]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첫주 1억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며 당당하게 1위 자리를 꿰찼고, 우리나라 박스오피스에서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원더우먼]은 DC 영화의 부진을 단번에 날려줌으로써 마블에 대한 반격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원더우먼'이 막강한 힘을 가진 이유

 

앞서 언급했지만 [원더우먼]은 굉장히 새로운 영화입니다. 슈퍼 히어로라고 한다면 근육질과 초인적인 능력으로 무장한 강인한 남성 캐릭터를 먼저 연상시키는 상황에서 [원더우먼]은 가녀린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블 영화에서도 여성 슈퍼 히어로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가 있습니다. 최근에 솔로 영화 계획을 발표한 '블랙 위도우'는 그러나 슈퍼 히어로라기 보다는 날렵한 스파이가 더 어울립니다. 능력과 파워면에서 다른 마블 슈퍼 히어로에 현저하게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러한 까닭에 '블랙 위도우'의 솔로 영화는 그녀가 '어벤져스' 멤버로 맹활약하며 명성을 얻은 이후에야 어렵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원더우먼'은 다릅니다. 그녀는 진정한 슈퍼 히어로라고 해도 결코 손색이 없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미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슈퍼맨'과 '배트맨'의 능력을 능가하는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녀의 엄청난 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슈퍼맨'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출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의 히폴리타(코니 닐슨) 여왕과 신중의 신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다이애나(갤 가돗)는 애초부터 인간을 능가하는 신적인 존재였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원더우먼]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차용했다는 점입니다. 마블은 북유럽신화의 캐릭터를 차용한 [토르 : 천둥의 신]을 통해 외연을 확장했습니다. 그러한 마블의 전략에 DC의 [원더우먼]은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로 맞선 것입니다. [원더우먼]은 다이애나의 출신에 머물지 않고 메인 빌런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전쟁의 신인 아레스임을 내세웠습니다. 이로써 DC와 마블의 신화 대결은 앞으로도 흥미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원더우먼'은 DC의 '캡틴 아메리카'?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새로운 [원더우먼]에서 저는 익숙함을 발견했습니다. 분명 여성 슈퍼 히어로 영화라는 것 자체가 새로웠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슈퍼 히어로의 세계관으로 끌어들인 것도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나서 한참을 생각한 끝에 [원더우먼]에 대한 익숙함을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전체적인 흐름이 [퍼스트 어벤져]와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마블 영화인 [퍼스트 어벤져]는 '캡틴 아메리카'의 첫 솔로 영화입니다.  

일단 시대적 배경부터 보죠. [퍼스트 어벤져]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입니다. 그리고 [원더우먼]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입니다. [퍼스트 어벤져]의 스티브 로저스는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깡 마른 몸매 때문에 번번히 체력검사에서 탈락합니다. [원더우먼]의 다이애나 역시 이모인 안티오페(로빈 라이트) 장군과 같은 강인한 전사가 되고 싶었지만 어머니인 히폴리타 여왕의 반대에 부딪힙니다. [퍼스트 어벤져]의 전쟁광 요한 슈미트(휴고 위빙)는 [원더우먼]의 루덴도르프(대니 휴스턴) 장군과 비슷하고, [퍼스트 어벤져]에서 요한 슈미트를 돕는 미친 천재 과학자 아르님 졸라(토비 존스)는 [원더우먼]의 닥터 포이즌(엘레나 아나야)과 겹칩니다.

[원더우먼]에서 다이애나와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의 사랑은 [퍼스트 어벤져]의 스티브 로저스와 패기 카터(헤일리 앳웰)의 슬픈 사랑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원더우먼'의 순수함과 정의감은 '캡틴 아메리카'와 똑같습니다. 순수한 인간애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원더우먼'의 모습 때문에 더욱더 [퍼스트 어벤져]와 겹쳐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중반까지 지루했다.

 

[원더우먼]을 보는 내내 [퍼스트 어벤져]의 향기를 느껴야 했던 저는 솔직히 중반까지는 조금 지루함을 느껴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전쟁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전쟁영화의 외형을 빌린 [원더우먼]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게다가 '원더우먼'과 스티브 트레버가 전쟁터에 잠입하기 위해 사미어, 치프, 찰리를 영입하여 팀을 구성하지만 그들이 별다른 활약없이 캐릭터가 낭비되었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루덴도르프 장군과 닥터 포이즌 역시 중반까지의 존재감과는 달리 후반 활약이 미비했는데 그들은 단지 전쟁의 아레스를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듯 DC의 고질병인 캐릭터 낭비는 [원더우먼]에서도 여전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쟁의 신 아레스가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 역시도 예상 가능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가 의심스러웠습니다. '원더우먼'이 자신의 힘을 각성하는 장면도 너무 틀에 박힌 듯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언제나 사랑은 상상 이상의 거대한 힘을 주인공에게 안겨주는 법이죠. 아무래도 [원더우먼]에 대한 제 기대가 너무 컸나봅니다.

하지만 다른 DC영화와는 달리 밝은 분위기라는 점은 좋았습니다. 특히 남성이라고는 없는 순수의 땅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에서 자란 탓에 세상 물정 모르는 다이애나와 그러한 다이애나 때문에 진땀을 흘리는 스티브 트레버의 모습은 소소한 재미를 주는데, 남성과의 육체적 쾌락을 책으로 배운 다이애나가 책의 결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저는 빵하고 터졌더랬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성인 남성 관객들이 뜨끔했을 장면이었을지도...) 

 

 

 

'저스티스 리그'의 서막이 올랐다.

 

아직까지 제게 마블과 DC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주저없이 마블을 선택할 것입니다. 제 영화적 취향 때문인지 몰라도 마블 영화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지만, DC 영화는 언제나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줬기 때문입니다. 이번 [원더우먼]도 제 기대와는 달리 그다지 새롭지도 않았고, 약간은 지루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DC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놓을 수가 없습니다. 제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는 아직 DC의 슈퍼 히어로가 최고의 영웅입니다.

이제 오는 11월에는 드디어 [저스티스 리그]가 개봉됩니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은 물론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 등 DC의 슈퍼 히어로가 대거 합류하는 이 영화를 통해 DC는 본격적으로 마블을 향한 대반격을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마블 영화를 좋아하지만, DC 영화도 마블 영화만큼 재미있기를 바라는 제 입장에서는 [저스티스 리그]를 통해 DC 영화의 포텐도 '빵'하고 터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비록 [원더우먼] 마저도 제게 100% 만족감을 주지는 못했지만, '캡틴 아메리카'도 [퍼스트 어벤져]보다 2편인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가 더 재미있었고, 3편인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는 [어벤져스]를 넘어서는 재미를 제게 안겨준 만큼, [원더우먼] 역시도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재미있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인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선 다이애나에게

히폴리타 여왕은 "넌 그들에게 과분해."라며 만류한다.

분명 인류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사명을 간직한 신적인 존재 '원더우먼'에게

공격적이고, 의심이 많은 나약한 인간들은 너무나도 부족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사랑이 있기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 또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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