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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 - 무섭지는 않지만, 은밀하게 조여오는 심리적인 공포
11  쭈니 2017.05.25 18:02:26
조회 328 댓글 0 신고

 

 

감독 : 조던 필레

주연 : 다니엘 칼루야, 앨리슨 윌리암스, 브래드리 휘트포드, 캐서린 키너

개봉 : 2017년 5월 17일

관람 : 2017년 5월 24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뜰줄 몰랐다.

 

저는 북미 박스오피스 순위를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매주 챙겨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다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조만간 개봉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북미 관객들의 반응을 미리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매주 블록버스터 영화만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가끔은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공포 영화나, 코미디 영화가 깜짝 1위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북미 박스오피스만의 특징이라면 타일러 페리 감독의 '마디아 시리즈'처럼 흑인 코미디 영화가 흑인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등에 업고 북미박스오피스를 호령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흑인 영화의 경우는 북미를 벗어나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마디아 시리즈'의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개봉조차 하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지난 2월 24일 북미에서 개봉하여 2주 연속 1위를 차지중이던 [레고 배트맨 무비]를 2위로 끌어내리고 새로운 1위에 등극했던 [겟 아웃]도 그러한 경우입니다. [겟 아웃]은 순수제작비 4백5십만 달러로 만들어진 저예산 공포영화입니다. 그리고 흑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흑인 남성이 백인 여자친구의 부모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공포를 다뤘다는 점에서 흑인 영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겟 아웃]이 북미에서 무려 1억7천5백만 달러의 놀라운 깜짝 흥행을 기록했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하지 않거나, 개봉한다고 하더라도 조용히 다운로드 시장으로 옮겨 매니아층을 공략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북미 개봉 이후 거의 3개월만의 국내 개봉이기에 이미 [겟 아웃]의 불법 다운로드 파일이 시중에 돌아다니는 상황이었지만 [겟 아웃]은 그러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킹 아서 : 제왕의 검]이라는 쟁쟁한 경쟁작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당당히 개봉 첫주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스타급 배우, 감독도 없고,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도 아닙니다. 단지 관객의 재미있다는 입소문 하나만으로 이뤄낸 쾌거이기에 더욱 놀라울 따름입니다.

 

 

 

난 공포영화를 싫어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봐야했다.

 

5월 셋째주 개봉작 중에서 [킹 아서 : 제왕의 검]과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만 기대작으로 선정하고 [겟 아웃]은 나중에 다운로드로 봐야할 영화로 분류한 이유는 제가 공포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개인적 취향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공포 영화를 싫어해도 [겟 아웃]만큼은 봐야했습니다. 이 영화를 향한 호평의 실체와 그 무엇이 우리나라 관객을 사로 잡았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불법 다운로드의 유혹도 있었습니다. 극장의 커다란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거실의 조그마한 TV 화면으로 본다면 저와 같은 공포 영화 부적응자도 [겟 아웃]의 공포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악마의 유혹이 저를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봐야죠.

마음을 단단히 먹고 [겟 아웃]을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섰습니다. 일부러 피가 낭자한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을 본 후, 감성충만 멜로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로 마음을 가다듬은 것도 [겟 아웃]을 보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잔인한 영화를 연달아 보면 그 후유증이 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겟 아웃]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섭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제작사의 로고가 나오는 장면이 더 무서웠습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두 눈을 질끈 감기까지 했으니까요. 

[겟 아웃]은 어떤 흑인 남성이 해가 진 어두운 거리를 거닐다가 의문의 남성에게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화면은 곧바로 흑인 사진 작가인 크리스 워싱턴(다니엘 칼류야)의 집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보여줍니다. 흑과 백의 조화를 이룬 사진들과 함께 등장한 크리스는 백인 여자친구인 로즈 아미타지(앨리슨 윌리암스)를 맞이합니다. 그날은 크리스가 로즈 부모의 집에 가기로 한 날입니다. 크리스는 자신이 흑인임을 부모에게 말했는지 로즈에게 묻습니다. 하지만 로즈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드디어 로즈의 집으로 향하고, 그 중간에 크리스는 자신의 절친인 로드 윌리엄스(릴렐 호워리)와 통화를 합니다. [겟 아웃]은 이렇게 공포영화의 일반적인 흐름을 뒤쫓습니다. 평화로운 일상, 그리고 약간은 코믹한 캐릭터의 등장까지... 그러면서 아주 서서히 공포감을 조성합니다.

 

 

 

은밀하게 조여오는 심리적인 공포

 

일단 [겟 아웃]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공포 영화임에는 분명합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착실하게 복선을 깔아둬서 영화의 전개가 뜬금없이 느껴질 여지를 완벽 차단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의 복선은 너무 직설적이지 않습니다. 영화의 복선이 직설적이면 영화의 결말이 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겟 아웃]처럼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게끔 은밀하게 복선을 깔아 놓으면 영화 후반부에서 복선이 의미하는 장면이 나오면 '아!'라는 탄성과 함께 쾌감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겟 아웃]의 네티즌 리뷰에서 복선이 의미하는 것들을 설명하는 글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의 복선이 은밀했고, 절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겟 아웃]을 보고나서 잘만들어진 공포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이 영화의 은밀하고 절묘한 복선과 더불어 심리적인 공포를 잘 조성했다는 점입니다. [겟 아웃]에는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머리 풀어헤친 귀신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미국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인 무지막지한 살인마가 막무가내로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습니다. 단지 백인들 사이에 홀로 우두커니 서있는 흑인 남성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설정이 은근히 무섭습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어떤 모임에 갔는데 나혼자만 동떨어진 느낌을 받으신 적이 있나요? 결혼 초기 구피의 집안 행사에 갔을때 저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라도는 구피 뿐이지만, 구피는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고, 저 혼자 우두커니 뭘 어떻게해야하는지 모르는채 서있다보면 너무 어색하고, 어서 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 뿐입니다. 분명 크리스도 그랬을 것입니다. 크리스가 기댈 사람은 로즈 뿐, 다른 모든 이들은 뭔가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합니다. 그러한 분위기가 영화를 보는 제게 심리적인 공포를 안겨준 것입니다.

 

 

 

아미타지 가족들

 

굉장히 어색하고, 빨리 벗어나고 싶은 분위기이지만 크리스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로즈를 사랑했고, 사랑하는 로즈의 부모에게 첫 인사를 하러 갔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에게 첫 인사를 하러 갔던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크리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로즈의 가족들은 전부 이상합니다. 아버지인 딘 아미타지(브래드리 휘트포드)는 흑인을 좋아한다면서 괜히 오버액션을 취하고, 어머니인 미시 아미타지(캐서린 키너)는 금연을 도와주겠다며 크리스에게 최면을 걸기까지합니다. 남동생인 제레미 아미타지(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크리스에게 다짜고짜 이중격투기 시범을 보이려합니다. 만약 로즈만 아니었다면 크리스는 이 이상한 집에서 뛰쳐 나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로즈 가족의 성인 '아미타지'에서 한가지 힌트를 발견했습니다. '아미타지'라는 성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1997년 연출한 [아미스타드]를 연상시켰기 때문입니다. [아미스타드]는 1839년 53명의 흑인 노예를 싣고 쿠바 해안을 떠난 '아미스타드' 호의 흑인 반란을 소재로한 영화입니다. '아미스타드'호의 흑인 반란은 성공을 거두어 선원 2명의 제외한 모든 백인들이 무참히 살해되지만, 아프리카로 돌아가게 해주겠다던 백인 선원의 계략으로 '아미스타드'호의 흑인들은 미국 함대에 붙잡혀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된다는 내용입니다.

어쩌면 '아미스타드'를 연상시키는 아미타지라는 성은 우연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겟 아웃]이 흑인의 건강한 육체를 탐하는 백인의 탐욕을 담았다는 점에서 [아미스타드]와 연결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미스타드'호의 흑인 반란이 성공을 거두었듯이 크리스는 아미타지 가족들에게 멋진 한방을 먹이는데 성공합니다.

 

 

 

무섭지는 않았지만, 재미는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겟 아웃]이 생각했던 것만큼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2004년에 개봉했던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다룬 [스탭포드 와이프]의 또다른 공포 버전처럼 느껴졌을 뿐입니다. 어쩌면 제가 너무 겁을 집어 먹고 영화를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입소문을 통해 [겟 아웃]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반전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고해서 [겟 아웃]이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눈을 질끈 감아버릴 정도의 공포는 없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은밀하게 조여오는 심리적 공포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섬뜩한 연기도 제 심리적 공포를 자극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아미타지 가족의 가정부인 조지나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뭔가 부자연스럽고, 굉장한 무언가를 감추는 듯한 섬뜩한 눈빛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저를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로즈를 연기한 앨리슨 윌리암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전형적인 백인 미인인 그녀는 솔직히 별다른 특징이 없는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특징없는 외모가 오히려 영화 후반엔 특출난 공포 분위기를 연출시키더군요.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미드 <걸스>에 출연한 것이 전부이던데 아마도 [겟 아웃]을 계기로 스크린에서 자주 볼 것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겟 아웃]은 배우인 조던 필레의 연출 데뷔작입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미국의 백인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공포 장르 안에 재치있게 담아냈습니다. 그는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은 흑인의 우월한 신체적 능력에 대한 백인의 질투라고 비꼽니다.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 골프 천재 타이거 우즈 등 스포츠계 전반에 흑인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하기에 조던 필레 감독의 풍자는 어느정도 설득력을 얻습니다. 어쩌면 적절한 복선과 은밀하게 조여오는 심리적 공포, 그리고 흑인 영화 특유의 백인 사회에 대한 재기넘치는 풍자가 북미는 물론, 우리나라 관객에게도 어필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네요. 공포 영화를 무섭지 않고 재미있게 봤으니 겁쟁이 관객인 제게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 틈에서 나 혼자만 동떨어진 느낌의 공포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이 기분 나쁜 경험을

이 영화는 심리적 공포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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