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이해한다는 표현을 한다. 과연 이해를 하는 것일까. 어느 누구도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 완전히 이해하긴 힘들다. 이해한다고 말을 하지만 그건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 아프다고 똑같이 아플 순 없다. 그저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그런 면에서 난 좀 냉정한 편이다. 누군가 아플 때 제대로 공감해주지 않는다. 그런 순간에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어설픈 위로는 위안은 커녕 관계만 악화시킬 수 있다. 상대방이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늘 그랬다.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해한다는 표현도 될 수 있는 한 하지 않는다. 그저 말 없이 지켜 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걸을 살면서 깨달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있었더니 오히려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영화 <해피 이벤트>는 여성이자 엄마이자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고로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잘 모른다. 이해한다는 표현은 좀 아닌 듯하다. 이해했으면 행동해야지.

이 영화에서 보는 많은 장면에서 공감했다. 난 남자인데도. 반성했다. 남자이기에. 죄송하게도 거기까지기도 하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이젠 많이 성장했다. 그 힘들었던 시기를 지냈다. 영화를 보니 참 다행이다. 아마도 각자 다른 생각과 추억을 갖고 있겠지만 아주 오래된 일이라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영화를 보며 저랬다는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제 아이들이 성장했다는 사실이.

바바라(루이즈 보르고앙)은 전도유망했다. 논문을 완성하면 대학 조교로 이미 내정되어 있었다. DVD가게에서 일하던 니콜라스(피오 마르마이)를 만나게 되었다. 서로 눈이 맞아 사랑을 하게 되었다. 서로는 서로를 필요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아이를 갖게 되었다. 니콜라스가 아이를 갖고 싶다고 했고 바바라는 동의했다. 서로를 사랑하는 완성이라고 할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이는 더 깊은 사랑으로 가는 길일까.

영화는 중간 중간에 내레이션이 나온다. 바바라 입장에서 하는 나레이션이다. 영화를 다 본 후에는 생각해보니 이 영화는 바바라가 쓴 소설이 아닐까하는 판단도 든다. 사실 바바라와 니콜라스가 함께 사랑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바바라는 여성이자 엄마이자 인간이 아이를 갖고 낳고 키우며 겪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것을 처음 경험한다. 나이를 먹으며 점점 무덤덤해 지는 이유는 더이상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표현도 맞다. 자신이 한 경험이 이제는 거의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경험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바로 그 사람은 비로소 도태되고 만다. 그만큼 나이를 먹어며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게 되는데 여성에게 - 모든 여성은 아니지만 - 자녀에 대한 경험은 특별하다. 이건 남성이자 아빠이자 인간이 겪는 경험과는 완전히 다르다. 도저히 남성은 경험할 수 없는 감정이라 난 본다.

또한 엄마로써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그 감정과 공유는 아빠가 줄 수 없다. 똑같은 사랑을 준다고 해도 아빠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다. 난 그렇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엄마가 키우는 것이 맞다고 본다. 여기서 여성이 전업주부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혹시나 이혼하게 된다면 엄마가 키우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게 바바라는 엄마가 되어간다. 모든 것이 처음이다. 아이를 낳는 과정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 이것도 처음이다.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는 것도 어딘지 낯설고 무섭기도 하다. 이유를 모르겠는데 시도때도 없이 울어댄다. 논문을 써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 니콜라스는 식구를 위해 번듯한 직장에 취직한다. 나름 밤낮없이 일을 한다. 식구를 위해서. 바바라는 모든 삶의 집중을 딸인 레아에게 집중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감정이고 행동이지만 행복하다. 점점 자신을 잃는다는 느낌에 힘들긴 하다. 니콜라서는 집에 와서 쉬고 싶다고 한다. 집에서라도 쉬고 싶다고 한다.

바바라는 집에서 매일같이 악전고투다. 바바로도 똑같이 쉬고 싶은데 니콜라스는 전혀 알아주지 않는다. 레아의 행동에 울고 웃고 즐겁지만 갈수록 자아가 흔들린다. 점점 엄마로써의 존재만 남고 여성과 인간으로써 바바라는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논문도 처음과 달리 완전히 이상하게 되어 자신감도 떨어진다. 바바라에게 이제 남은 것은 레아뿐일까. 영화는 바바라에 집중한다. 니콜라스의 고민 등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울이지 않는다.

바바라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보기에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이 영화에서 바바라역의 루이즈 보르고앙은 대단하다. 완전히 여성이자 엄마이자 인간의 역할을 잘 소화한다. 연기자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하긴 힘들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동양과 서양은 다소 다른 가치관과 개념을 갖고 있어도 말이다.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기에 화면 속 모습에 집중하게 된다. 프랑스 영화인데 가족이나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한편으로는 한국이나 갸들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도 느끼고.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아이 낳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