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스> 사다코의 시원찮은 해외출장
▣ 보게 되면 일주일 후에 반드시 죽는 저주받은 비디오를 본 남자친구 '홀트'
줄리아는 그 남자친구를 위해 자기도 그 저주받은 영상을 보게 되고
이런 줄리아의 행동 때문인지 바뀐 영상 속에는 저주의 본질을 향하는 단서가 있습니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 저승까지 내려갔던 음유시인 '오르페우스'의 사랑은 저승의 신들을 감복시켰고 아내를 다시 현세로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조건이 있었으니 지상의 빛이 보이기 전까지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것, 그러나 그 말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던 오르페우스는 결국 아내를 잃은 뒤 비통함에 빠져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는데 남자친구 '홀트'(알렉스 로)로부터 이 슬픈 신화를 들은 '줄리아'(마틸다 안나 잉그리드 루츠)의 반응이 재밌습니다. "왜 남자만 여자를 구해야 돼?"
그런데 이는 <링스>의 방향성을 지정해줬던 대사로 본 작품의 중심이 되는 소재, 즉 '보게 되면 일주일 후에 죽는다는 저주받은 비디오'를 보고 말았던 홀트를 구하기 위해 오르페우스처럼 그 위험한 영상을 자진해서 보게 된 줄리아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남자친구를 구하기 위한 온전한 사랑의 용기에서 비롯했던 줄리아의 행동 때문인지 그 저주받은 영상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봤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 담겨 있는 영상물로 재창조되었고 여기에는 온전히 사랑만 받고 자랐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새 생명 '사마라'와 그녀의 어머니가 겪은 안타까운 사연, 그리고 그로 인해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던 거대한 증오와 저주의 근원에 대한 단서가 담겨 있었습니다.
▣ 저주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영화
하지만 헐리우드의 B급 공포 영화들도 많이 본 입장에서
그런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흔한 패턴으로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링스>의 이야기는 바로 이 '저주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사랑에서 비롯하여 자발적으로 그 영상을 본 줄리아의 행동으로 바뀐 영상속에는 '7일후에는 반드시 죽는다' 란 저주의 근원을 찾을 수 있는 단서들이 파편과도 같은 이미지처럼 담겨 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줄리아와 홀트는 그 단서들이 가르키고 있던 장소를 찾아가 저주의 근원을 밝혀내려고 했던 것이죠. 그것만이 두 사람 다 완전히 '저주받은 비디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을테고요.
하지만 주로 '대화'가 주가 되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밋밋한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저주받은 비디오와 '사다코', 아니 '사마라'라는 작품을 대표하는 소재와 캐릭터의 존재감을 대단히 흐릿하게 만들어버리고 있었고 '7일'이라는 기간마저도 무의미해졌으며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헐리우드의 공포 영화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과정, 다시 말해 그 장소를 찾아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하는 방식으로 과거를 밝혀가는 과정 같은 익숙한 모습으로 일관합니다. 그렇다보니 본 작품은 '링'이라는 유명한 간판만 달고 있었을 뿐 헐리우드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흔한 공포 영화의 패턴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 근래에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사다코',
이번에는 해외로까지 갔지만 그 결과물은 역시나..
게다가 그 '공포'를 만들어내는 수단은 잘 짜여진 이야기나 근사하게 조성되는 분위기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깜짝 깜짝 놀래키는 소리에만 의존하고 있는 아쉬움도 있는데 이런 단순한 패턴에는 너무나도 익숙해져있다보니 별로 반응을 할 수 없기도 했던 <링스>였습니다. 때문에 마지막에 와서야 약간은 몰아치는 모습이 있었고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도 등장시키면서 막판 러쉬와 같은 시도를 보이고 있으며 저주의 근원을 찾아가던 그들의 이야기 속에 대를 이어 전해졌던 '사다코의 슬픔'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녹여내려고 하지만 그런 부분들 모두 다 딱히 임팩트있게 와닿지는 않는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사랑 역시 그 저주와 어설프게 연결되고 있었을 뿐이었고요. 때문에 근래에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많은 사다코의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링스> 역시 별다른 매력이나 재미를 느낄 수가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역시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는 동양의 공포영화들은 하나같이 결과물들이 별로인듯 하다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