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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 - 고스트는 단순화시키고, 껍데기는 화려해졌다.
11  쭈니 2017.03.31 17:31:10
조회 1,302 댓글 0 신고

 

 

감독 : 루퍼트 샌더스

주연 : 스칼렛 요한슨, 마이클 피트, 줄리엣 비노쉬, 요한 필립 애스백

개봉 : 2017년 3월 29일

관람 : 2017년 3월 30일

등급 : 15세 관람가

 

 

전설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진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는 제게 꽤 의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제가 처음 [공각기동대]를 본 것은 1997년입니다. 당시 저는 컴퓨터 시대에 적응하기위해 학원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기도 하고, 어머니를 졸라 용산전자상가에서 그 비싼 컴퓨터를 구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컴맹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었습니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작업 뿐이었던 제가 [공각기동대]를 봤으니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합니다. 결국 엄청난 영화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공각기동대]는 제게 도대체 뭔 내용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난해한 영화에 불과했습니다. 

1995년 만들어진 [공각기동대]가 국내 극장에서 정식으로 개봉한 것은 2002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윈도우 덕분에 컴퓨터를 좀 더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고, 저 역시도 어느정도는 컴맹에서 벗어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5년만에 다시본 [공각기동대]를 저는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영혼을 해킹하여 범죄에 이용하는 단순 범죄자로 여겨졌던 인형사가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 그 자체라는 설정은 당시로써는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2017년, 이번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이 개봉합니다.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주인공인 쿠사나기 모코토에 스칼렛 요한슨이 캐스팅됨으로써 화이트워싱(백인이 아닌 캐릭터인데도 백인 배우로 캐스팅하는 행태) 논란을 일으키기도했습니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허물어진 가까운 미래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의 관람등급이 15세 관람가인 까닭에 웅이와 함께 볼 수 없었던 저는 지난 목요일 일찌감치 혼자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일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답게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재미있었습니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허물어진 가까운 미래를 형상화한 장면도 화려했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블랙위도우를 연기하며 여전사 이미지를 굳힌 스칼렛 요한슨이 섹시함을 강조한 타이트한 전신 슈트를 입고 펼치는 멋진 액션연기도 좋았습니다.

영화 후반 스파이더 탱크와 메이저의 한판 승부 장면는 블록버스터의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고,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도 굉장히 인상깊었던 건물 옥상에서 낙하를 하며 광학 위장술로 서서히 사라지는 메이저(스칼렛 요한슨)의 장면과 메이저의 동료이자 유일한 친구인 바토(요한 필립 애스백)가 임무수행중 눈을 다쳐 인공눈으로 대체한 장면에서는 15년전 봤던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이 영화에서 완벽하게 구현된 것 같아 짜릿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처럼 어렵지 않습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는 인간과 로봇, 그리고 인공지능을 가진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과연 인간의 정의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지만,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한카 로보틱스라는 기업의 음모와 그로인해 희생된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의 주제를 단순하게 변경시켰습니다. 그 덕분에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화려한 특수효과를 보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가 되었습니다.

 

 

 

우리를 정의하는 것은 행동이다.

 

확실히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의 주제는 [공각기동대]와 비교해서 단순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던집니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메이저는 자신이 인간인지, 아니면 로봇인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죽을 위기를 맞이했던 메이저는 뇌만 가까스로 살려내 기계의 몸에 이식을 했기 때문입니다. 메이저를 만들어낸 닥터 오우레(줄리엣 비노쉬)는 "고스트(영혼)는 살아 있으니 넌 인간이다."라고 메이저에게 주입시키고,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 쿠제(마이클 피트)에게 해킹당하고 조종당하는 게이샤 로봇을 보며 혼란스러워하는 매이저에게 바토는 "넌 저것들과 달라."라고 상기시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이라는 것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전설적인 SF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사실상 인간과 동일한 복제인간들은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한 가짜 추억에 집착합니다.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이 아닌, 부모로부터 태어나 어린시절을 거쳐 성인이된 진짜 인간이기를 그들은 간절히 소망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인간다움의 조건이 추억, 혹은 기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은 조작이 가능합니다.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에서 쿠제에게 뇌를 해킹당한 청소원처럼 말입니다.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은 기억 따위가 아닌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메이저는 한카 로보틱스에 의해 기억이 조작되었지만, 불의에 맞서고, 정의를 위해 스스로 힘든 싸움을 결정함으로써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이 아닌, 자의식을 가진 인감임을 스스로에게 증명해낸 것입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와 비교한다면...

 

만약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이 오리지널 영화라면 광고 감독 출신인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미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특유의 오락적 재미, 그리고 어렵지 않게 적당히 가공된 알맞은 주제를 가진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줄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공각기동대]라는 전설적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고 있고,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공각기동대]와 비교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와 단순 비교를 한다면 '고스트는 바꾸고, 껍데기만 남겼다.'라는 한줄평이 딱 알맞아보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공각기동대]를 영화에 고스란히 재현하기 위해 꽤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하지만 [공각기동대]의 철학까지 영화로 고스란히 옮길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각기동대]의 철학은 오락영화에 맞지 않게 너무 심오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형사와 결합하여 네트의 방대한 세상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모토코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이러한 결말을 통해 인간, 기계, 그리고 프로그램의 결합이라는 진화된 인간을 선보인 것입니다.

그와는 달리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에서 메이저와 쿠제는 한카 로보틱스의 야욕에 의한 단순한 희생자에 불과합니다. 메이저가 한카 로보틱스의 커터를 막아내고 계속 팀원들과 함께 특수부대 섹션9에서 활동하는 마지막 장면은 후속편을 고려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적인 결말일 뿐입니다. 결국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공각기동대]와 겉모습은 비숫해보이지만, 흥행성을 위해 고스트를 싸그리 바꾼 영화입니다.

 

 

 

재미를 선택할 것인가? 철학을 선택할 것인가?

 

솔직히 저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을 보기에 앞서 [공각기동대]를 복습해야하나? 고민을 했었습니다. [공각기동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2002년이고, 아무리 인상깊게 봤다고는 하지만 영화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공각기동대]를 다시한번 보고,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을 봄으로써 두 영화를 비교하는 특별한 재미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이 대체적으로 [공각기동대]의 철학에 훨씬 못미치는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공각기동대]의 복습을 포기했습니다.

제가 [공각기동대]의 복습을 포기한 것은 좀 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을 재미잇게 보기 위해서입니다. 아무래도 [공각기동대]와 비교를 하면서 영화를 본다면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만의 영화적 재미를 온잔하게 느낄 수가 없을 것이 분명했으니까요. 그리고 그러한 제 선택은 옳았습니다. [공각기동대]를 복습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의 얕고 평범한 철학이 실망스러웠으니까요. 만약 [공각기동대]를 복습까지 했다면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의 영화 이야기는 불평으로 가득 채워졌을 것입니다.

이것은 관객의 몫입니다.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어떻게 재탄생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복습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만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공각기동대]를 부디 잊고 영화를 보시길 추천합니다. 영화적 재미와 원작의 철학까지 모두 담아냈다면 좋았겠지만,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제 선택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공각기동대]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제작된다고 했을때

솔직히 모두들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블록버스터는 철저하게 오락적 재미를 추구하는데

[공각기동대]의 철학은 오락적 재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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