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전통적으로 애니메이션에 강하다. 이건 뭐 당연하다. 태생이 그렇다. 예전에 '인어공주'는 비롯 보지 못했지만 '미녀와 야수'를 보고선 느낌이 이랬다. 마음이 선해지는 느낌적인 느낌. 단순히 아이들 만화를 봤다는 느낌과는 다소 다른 감정이었다. 그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한동안 정체기를 또 겪기도 했다. 중간에 픽사 등의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약간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 디즈니 만화의 정통성과 특징은 노래가 곁들여진다는 점이다.

그렇게 발전한 것이 <겨울왕국>으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 디즈니에서 만든 <모아나>는 미국에서 상당히 큰 인기를 끌었다. 성수기에 상영된 영화는 아니지만 무려 3주 동안 1위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 미국인들에게 사랑받은 애니다. 한국에서도 꼭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미국에서 성공하면 대체적으로 한국에서도 성공한다. 이런 추측과 달리 한국에서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아이와 함께 봤다. 나름 재미있었다. 호불호는 클 수 있는 영화다. 무엇보다 뮤지컬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노래가 많이 나온다. 몇 몇 노래는 흥얼거리며 따라할 정도이고 귀에 잘 들어와 다시 듣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라이언 킹>이 애니의 흥행에 힘입어 실제로 뮤지컬로 제작된 것처럼 이 영화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정도다. 어떻게 표현할지 여부는 나중문제겠지만. 개인적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최대치로 보인다.

무엇보다 과거에 <터미네이터2>에서 무척 신기하며 일대 혁명이라고 느꼈던 물처럼 흐르는 그 CG가 이번 <모아나>에서 무척이나 잘 쓰이고 재미있게 활용되었다. 괜히 반가웠다. 애니메이션이라 어찌보면 신가할 것이 없었을텐데도 물이 그렇게 보이는 점이 다시 봐도 신기했다. 무엇보다 분명히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같은 느낌이 들며 물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 물이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지만 다양한 의사표현과 표정을 표출한다는 점이 재미있기도 했고.

아마도 영화 배경은 하와이가 아닐까 한다. 하와이에 나오는 전설 중 하나를 애니로 만든 듯하다. 모아나가 살고 있는 섬은 오랜 시간동안 정착하여 살고 있었다. 이들은 절대로 바다로 항해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저주가 걸렸기에 바다로 나가면 몰살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던 와중에 섬에는 점점 과일이 썩어가며 이상현상이 나타난다. 바로 앞에서 잡을 수 있었던 물고기마저 잡기 힘들어졌다. 이에 모아나는 어릴때부터 꿈인 바다로 나가기로 한다.

반인반신인 마우이를 만나 저주를 풀려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재미가 영화의 큰 줄거리다. 아마도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해적이 등장하는 씬으로 보인다. 바다를 항해하다 해적을 만난다. 커다란 배에 구름을 몰고 나타난다. 모아나는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이들이 나타나 오히려 웃음을 떠트린다. 너무 귀여운 코코넛이었다. 이들은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모아나와 마우이를 잡으려 한다. 이 추격씬은 굳이 이야기하면 이 영화에서 압권이나 실질적인 하일라이트다.

너무 뮤지컬적인 요소가 많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난 좋게 봤다. 막내 딸도 자막으로 봐서 다소 지겨울 수도 있지만 시종일관 노래가 중간 중간 나와 어렵지 않게 봤다. 자막 있는 영화를 볼 때면 자꾸 "뭐라 그랬어?"하고 물어보는데 그런 일도 없었다. 그만큼 내용과 노래가 잘 어울렸다. 아쉬운 것은 마지막 악당인 데카라와의 싸움은 다소 맥은 빠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요소긴 해도 말이다. 역시나 코코넛과의 전투씬에 모든 아이디어를 다 써버린 듯도 하고.

그래도 디즈니답게 중간 중간 코믹한 요소를 집어넣어 웃게 만든다. 마우이는 신이지만 다소 철없는 캐릭터인데 살짝 매력이 없다. 그렇게 따지만 솔직히 모아나도 캐릭터적인 매력은 다소 덜했다. 주인공이 매력이 덜하고 조연 캐릭터가 오히려 매력이 더 큰 작품이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재미있을 듯하다. 그다지 무섭지도 않아 더욱. 거의 틀림없이 아이와 함께 보면 아주 좋아할 애니메이션이다. 디즈니 만화는 이제 무조건 중간이상은 하나보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장면 : 코코넛과의 전투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