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와 캣은 홍콩 항만을 순찰하는 PTU 범죄반의 팀장이다. 그들은 동료 사복경찰인 로 경사가 포니테일 갱 조직과 싸움을 벌였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격투 중 총을 분실한 로는 승진심사의 대상자였으므로, 새벽까지 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한편, 형사 청은 포니테일 갱 조직원의 죽음을 담당하고 있다. 로의 수상한 행동으로 마이크는 청의 수사 대상자 명단을 의심하게 되는데.”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28020

‘PTU’는 진짜 마음에 드는 영화다. 

두기봉의 ‘PTU’를 보면서 느끼게 된 기분을 말하라면 저렇게 편한 기분으로 짧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가장 솔직한 마음이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허술함과 아쉬운 점들을 찾으라면 말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군더더기 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하기만 한 이 영화에 대해서 뭐라 불만을 말하기 보다는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말하고 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간 두기봉의 다른 영화들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부족함을 ‘PTU’에서는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마약전쟁’, ‘피의 복수’나 ‘익사일’과 ‘흑사회’와 같은 영화들을 좀 더 높게 평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두기봉의 최고작은 ‘PTU’라고 고민 없이 말하게 될 것 같다.

홍콩느와르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던 엄숙하고 음울한 그리고 비관과 비극의 기운으로 가득한 영화들이 있었다. 홍콩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홍콩느와르라는 이름을 붙였고 큰 인기를 끌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고 이제는 가끔씩 그 이름을 불러낼만한 영화들이 만들어졌을 때 간간히 그 이름을 다시금 꺼내면서 아직까지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이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게 되었다.

두기봉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홍콩느와르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영화는 대부분 두기봉의 영화들이었다. 물론 ‘무간도’ 시리즈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두기봉의 영화들은 여전히 그때의 감수성과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변화된 시대에 맞춰서 새로운 것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홍콩느와르라고 분류할 수 있을 영화들을 꾸준하게 만들어냈다.

이전의 선배들과는 약간은 다른 내용들을(혹은 다른 방식으로) 다뤄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이나 비극성 그리고 (남성적) 감수성에 있어서는 공통되고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거의 유일하게 아직도 그런 영화들을 만들려고 하고 있는 감독인 것 같고 실제로 그런 영화들을 만드는 것에 무척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범죄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냈던 ‘흑사회’처럼 경찰들이 하룻밤에 겪게 되는 사건들을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PTU’는 하룻밤동안 벌어지는 소동극이지만 짧은 시간-이야기 속에서 두기봉이 자주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아주 매력적으로 담겨져 있다.

울적하고 무슨 일이 어디서라도 벌어질 것 같은 으스스한 분위기의 홍콩의 밤거리-뒷골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PTU’는 한 경찰이 총기를 분실하게 된 상황에서 이야기는 시작하고 있다.

범죄조직들 사이의 배신과 암투

같은 경찰 동료를 도와주려다가 겪게 되는 계속해서 꼬여가는 상황들

경찰 조직 내부간의 갈등과 서로에 대한 불신

정의만을 내세우는 존재가 아닌 살아남기 위해서 승진하기 위해서 실적을 쌓기 위해서 복잡한 사건에 끼어들기 싫어서 등등 평면적이고 일반적인 어쩌면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하면서도 인간적인 좀 더 현실적인 경찰들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나른함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음악과 그 영화음악과 무척이나 어울리는 홍콩의 밤거리, 범죄로 가득한 도시의 모습은 기가 막힐 정도로 멋진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고, 그곳에서 치안을 유지하고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 순찰하는 경찰기동부대의 어슬렁거리듯 유령처럼 떠돌듯 거리를 서성이는 움직임과 어이없는 실수로 총기를 잃어버려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경찰이 어떤 식으로 총을 되찾기 위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다가 어처구니없는 소동극이 마무리되는지를 볼 수 있게 된다.

경찰기동부대 호 경관

경찰 치안과 로우 경감

경찰 강력반 수사관 쳉

하룻밤에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저 3명의 경찰관은 의지하거나 협조하고 도움을 주고 공모하기도 하면서도 갈등하기도 하는 관계를 맺고 있고, 그들의 주변 사람들까지 사건에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좀 더 풍성해지고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생각보다 이야기는 복잡하게 만들어내고 있으면서도 능숙하게 각각의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고, 여러 이야기들이 마지막에 가서는 하나로 겹쳐지게 하면서 모든 이야기가 끝에서는 한 장소에 모여들어 충돌하고 폭발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보아온 (홍콩느와르라고 분류되는) 영화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현실감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PTU’가 현실은 아닐 것이지만. 현실은 항상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다르니까.

어떤 사람들에게는 지루함으로 느껴지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질식할 것 같은 긴장감의 연속이고 꼬이고 꼬이는 상황은 과연 어떤 식으로 이 사건이 마무리 될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걱정하게 되기도 하지만 두기봉은 지금까지 그가 만든 영화들 중에서 가장 탁월한 방식으로 이야기에서 다뤄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한곳에 모이도록 하고 최선을 다해서 강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있다.

동료의식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호 경관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띄지만 껄렁거리다가 이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낸 로우 경감의 소란스러움 또한 인상적이라고 말하게 된다. 가장 덜 주목하게 되는 수사관 쳉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이 상황 속에서 갈등과 긴장감을 만들게 되는 존재겠지만 수사관 쳉의 입장 속에서 생각한다면 벌어진 사건과 사건에 관련되었다고 여겨지는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호 경관과 로우 경감의 모습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사건해결을 위해 철저한 노력을 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듯 그들은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의 성향에 따라 행동하면서도 결국에는 한곳에서 모든 갈등이 드러나게 되고 해결하게 된다.

그 모든 이야기가 헐겁지 않게 좋은 짜임새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이야기 구성 자체가 워낙 빼어났고 그런 빼어난 이야기와 더불어 두기봉의 탁월한 연출 때문에 가능했다.

‘PTU’는 총기분실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홍콩의 밤거리-뒷골목을 서성이며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어두운 범죄의 영역을 홍콩의 어둠을 둘러보고 있다. 이야기는 느슨하면서도 긴박하기도 하고 어지럽지 않게 흘러가도록 하고 있으면서 때로는 어두운 밤거리 그 자체를 보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구성이나 내용 흐름과 볼거리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어떤 사람들은 부족한 점들을 말하겠지만 그런 것들이 느껴지더라도 좋은 것들과 마음에 드는 부분들만 더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났다. 그걸로 충분하다.

참고 : 두기봉의 영화를 보게 되니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가 계속해서 떠올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