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4월 11일, 예루살렘의 한 뜨거운 열기의 스튜디오 갤러리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6백만 유대인의 추방과 학살을 주도한 나치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이

37개 나라의 수백만 명에게 전달되는 세계 최초의 TV 생방송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기의 생방송을 위해 블랙리스트인 TV감독,

허위츠와 프로듀서인 프루트만이 모여 3개의 카메라를 설치하며,

아이히만에 대한 실체를 잡아내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가한다.

 

생방송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일!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의 생방송 촬영 허가를 받기란 쉽지 않고,

여러 방해 요인(?)들로 인하여 생방송 준비는 더 더욱 어려워지는데...

과연 허위츠와 프루트만은 생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히만의 진짜 얼굴을 잡아낼 것인가?”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32594

1945년 9월 2일 2차 세계 대전이 끝났다

천오백만의 사망자 중 육백만 명이 유대인이었다

체포된 나치 수뇌부의 입에 나온 인물이 특수배령에 올랐다

아돌프 아이히만, 그는 유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대인 말살 정책을 계획했던 나치 무장 친위대(SS)였다

이스라엘 비밀정보부가 15년간 그를 추적하여

아르헨티나에 은신했던 아이히만을 찾아냈다

1960년 5월 11일

리카도 클레문트라는 가명을 쓰는 남자가 심문을 받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안전가옥으로 납치됐다

유대인 말살계획을 지휘했던 남자를 붙잡는데

세상에 알립시다

아니, 세상에 보여줍시다

나치의 만행을

나치가 유대인들에게 저질렀던 만행을 세상에 보여줍시다

텔레비전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텔레비전만이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열릴 아이히만의 재판 촬영을 허가하신다면

수상님께서는 TV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저는 괴물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괴물 같은 행동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평범한 남자를 바꾸었을까요?

수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동시에

매일 밤 잘 자라고 자식들에게 뽀뽀하는 사람이에요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적당한 상황 하에서 누구나 파시스트적인 행동을 할 수 있어요

그가 보통 사람이 보일만한 반응을 드러내지 않으면

그 남자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할 거야

그는 괴물이 아니라 창조된 파시스트지

그래야 자기들도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거야

그런 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다른 인간들보다 우월하게 태어났다고 생각해 본 적있는 사람들은

아이히만과 같은 기로에 섰을 것입니다

코의 모양이나 피부색, 신을 섬기는 방식의 차이로 증오를 느끼는 이들은

아이히만을 미치게 만든 것과 같은 이성의 상실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이 모든 것들의 공통된 시발점인 걸 어쩌겠습니까

고작 몇 시간 후면 세기의 재판이 열릴 것입니다

세계가 아돌프 아이히만을 주시합니다

그는 600만명의 유대인을

대량 학살을 계획한 나치 전범입니다

앞으로 수 주 동안 이어질 재판에서의 피고인은 아이히만뿐만이 아닙니다

이 유대인 학살범의 공정한 재판을 위해 이스라엘 정부는

면밀히 감시받고 있습니다

이 도시, 이 나라, 전 세계는 기대로 들떴습니다

사상 초유의 관심입니다

이 방송으로 이스라엘 정부는 나치 치하 유럽에 거주했던

이스라엘인이 겪은 참사를 전 세계의 이스라엘인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려 합니다

이스라엘은 노동수용소에 보낸다는 거짓말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 나치의

교활함을 세계에 알릴 것입니다

또한 이스라엘은 사건이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길 원하다며

전례가 없었던 극악무도의 범죄가

깨우친 시대에 발생했고

유대인이 대상이었지만

미래에도 대상을 달리하여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세계인들에게 생각의 변화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치

아우슈비츠

유대인 최종해결책-말살정책

아돌프 아이히만

악의 평범성

이런 말만 들어도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면 또 골치 아픈 얘기를 꺼낸다고 말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듣기만 해도 답답하고 음울함이나 으스스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제일 싫은 행동은 그건 그저 과거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일 것 같다. 그저 역사의 어두운 한 부분이라는 말을 꺼내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사실은 사실이니 그 진실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나치는 유대인을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말살하고 대량살상을 벌였다. 그리고 다른 방식-경우도 있었겠지만 그 이후에도 나치가 아닌 이들도 인종청소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만드는 경우가 계속해서 반복되어 왔다.

한국도 다를 것 없다. 한국전쟁을 통해서 우리는 빨갱이 사냥이라는 이름으로 이유 없는 학살과 도륙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고 다른 생각을 가진 누군가에게 거짓된 이름을 뒤집어씌우고 고통을 주었으며 때때로 목숨마저 끊어버리는 행동을 그 이후에도 서슴지 않았었고 지금까지도 반복해왔다.

나치의 만행과 아우슈비츠에서의 끔찍함을 (극단적인 인종 차별주의자를 제외한다면) 부정하거나 옹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실행에 옮겼던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해서는 평가가 조금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끔찍한 계획을 아무렇지 않게 실행에 옮긴 괴물이고 악마들과 한통속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지시에 따른 복종이었을 뿐 그럴만한 상황과 조건에 놓인다면 누구나 그런 모습과 행동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학문적인 언어를 통해서 조금은 다른 접근을 해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쉽게 알 수 없다. 철저하게 분석하려고 한 그런 학술적 시도가 보다 진실에 접근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즉각적이고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외면과 혐오의 감정 또한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과연 아돌프 아이히만은 어떤 사람인지 계속해서 궁금하고 알아보려고 하면서 그 존재가 얼마나 평범성을 갖고 있는지 반대로 그게 아니면 특별한 경우인지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해보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아돌프 아이히만에 비춰봐야 할 필요가 있다.

‘아이히만 쇼’는 그런 아돌프 아이히만이 붙잡힌 이후 이스라엘에서 실제로 있었던 세기의 재판에 대해서 다뤄내고 있는 영화이고 이 영화에서는 재판의 과정을 담아내기 위해서 겪게 되는 여러 난관과 어려움들과 함께 과연 아돌프 아이히만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지켜보고 영상-화면에 그의 본모습을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으로 꾸며져 있다.

물론, 재판의 과정 속에서 나치가 그리고 아돌프 아이히만이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무도한 행동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려주고 있다. 그 잔인함과 끔찍함은 글로 혹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고, 보다보면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큰 의문을 갖게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오히려 평범성으로 인해서 좀 더 잔혹성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앞뒤 없는 생각으로 가득해진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나?

충격적인 진실을 보면서 말없이 그 진실을 눈과 머리 그리고 마음속에 담아낼 뿐이었다.

밀튼 프루트만

레오 홀위츠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을 TV 방송으로 생중계하려는 시도는 획기적인 시도이지만 그 방송에서 핵심인물인 밀튼과 레오는 조금은 다른 접근을 해주고 있다. 밀튼은 그것을 유례없는 재판이라는 기대와 관심을 상업적인 목적 안에서 접근하려고 한다면(그렇다고 밀튼이 아이히만의 죄를 가볍거나 단순히 상업적인 입장에서만 생각하진 않는다), 레오는 그런 목적이 아닌 세상 사람들이 아돌프 아이히만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를 깨우치기를 바라고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그런 사람이 다시는 등장하지 않도록 반성하고 깨달아야 한다는 순수한(도덕적인) 입장 속에 있고 그런 비슷하면서도 아주 다른 입장을 갖는 밀튼과 레오는 때로는 대립하고 갈등하지만 그 긴장관계 속에서 아돌프 아이히만은 결국 그가 갖고 있는 본모습을 보여주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고 있다. 

물론, 그들의 긴장관계는 어색한 해결만을 보여주고 있고. 상업적 목적과 도덕적 목적이 충돌하고 갈등하면서 어떤 식으로 그 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지를 ‘아이히만...’은 직접적으로 다뤄내려고 하지 못하고 있다.

적당한 타협 그 이상으로 마무리해주지 못하고 있는데, 그 갈등을 좀 더 치열하게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는 회피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이 갖고 있는 중대성으로 인해서 그런 갈등은 크게 부각되거나 중요하게 다뤄지진 않는다는 점도 있어서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는 다른 논의에서나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세기의 재판

상업적인 목적 속에서 돈벌이와 정의가 함께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방송 제작자

블랙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강단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수많은 협박들과 위협들

재판의 과정 속에서 접하게 되는 학살의 과정과 진실들

엄청난 사건이고 재판이지만 금방 다른 것들에 관심이 기울어지는 언론-미디어의 습성

재판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사건과 소식들과 경쟁해야만 하는 현실

정의에 대한 간절한 갈망과 함께 인간성의 본성에 대한 물음과 괴로움들

아돌프 아이히만이 자신의 죄를 (일부라도) 인정하게 되는 역사적 순간

‘아이히만...’은 그 여러 복잡하고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재판을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재미만을 찾으면서 만들지 않는 좋은 균형감각을 보여주고 있고, 영화를 보는 과정 속에서 인간성에 대해서 잔혹함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서도 영화적 재미 그 자체도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꽤 잘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크게 주목되진 않았지만 이런 영화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인지 많은 부분들이 흥미로웠고 만족스러웠다.

‘아이히만...’이 악의 본질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리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갈등들과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흥미를 만들지만 명확한 정리 없이 흐지부지하는 모양새라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오히려 더 강조점을 주고 싶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것 자체로도 여러 생각을 하도록 해주는 마음이 무겁게 되는 영화였다.

비록 영화지만 나치와 아돌프 아이히만이 저질렀던 어떤 식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만행을 이제는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그럼에도 잊지 않기를 바라게 되고, 다시금 혐오의 감정으로 가득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아돌프 아이히만을 통해서 적대의 시선을 줄이고 이성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해보도록 ‘아이히만...’은 만들어지게 된 것 같기도 하고.

우리는 우리가 다시금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끝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아울러 모든 것이 생중계되고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는 대중매체의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대중들이 다른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면서 진실을 바라볼 수 없도록 만드는 거대한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참고 : 때때로 영화는 시오니즘에 대해서 다루려고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뭔가 어물거리듯 묻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질문과 대답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 괜하게 산만함을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