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OCN 드라마를 본 것은 처음이 아닐까한다. 계속 봐야지 하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보지 못하고 있었다.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가 꽤 있었는데 그때마다 보지 못했다. 시간대가 토,일요일 10시 대라 좀 애매했다. 오랫동안 그 시간에는 좀 편안하게 이것저것을 하거나 영화도 보거나 예능을 보는데 기들여져 있어 드라마를 본다는 것이 다소 어색하지 않았나싶다. 그나마 11시면 차라리 괜찮은데 나에겐 그랬다.

첫회부터 보진 못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첫째 따님이 보시겠다고 하니 말 없이 채널을 돌려드릴 뿐이다. 드라마는 장르에 충실하지만 다소 색달르다. 무엇보다 제목인 <보이스>에 모든 것이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철저하게 소재로만 쓰일 뿐 그다지 중요하진 않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억울 할 수 있으니 중요하긴 했다.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보이스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골든타임이라는 범죄 신고를 받는 112 센터 이야기다.

범죄 신고를 받고 일정 시간 내에 경찰이 출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112센터는 중요하다. 그 중에 강권주(이하나)는 남달른 재능이 있다. 귀로 듣는 청각능력이 발달했다. 전화가 너머로 들리는 사소한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 이 능력으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더 세심하게 파악할 수 있고 신고자와 교감을 하며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상담을 한다. 그 능력으로 몇 번이나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다.

무진혁(장혁)은 형사였지만 강권주와 같은 사건의 범인에게 아내를 잃은 인연(?)으로 팀에 합류한다. 드라마는 에피소드로 곁가지를 놓고 중요한 뼈대는 모태구(김재욱)가 벌이는 연쇄살인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내용이다. 드라마가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가 되면서 드라마답게 계속해서 다양한 사건이 벌어진다. 심지어 모태구와 사건을 쫓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다른 사건이 터지며 이를 해결해야 한다.

이 드라마에서 최대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모태구 역할을 한 김재욱이다. 그동안 로맨스 드라마에서 다소 멋진 역할을 했다. 문제는 그는 얼굴은 어느 정도 알려졌을 뿐이다. 나도 얼굴 정도나 알고 있지 이름도 잘 모른다. 기억하면 <커피 프린스 1호점>에 나왔다는 정도다. 그 외는 떠 오르는 대표작이 없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동안 응축되었던 모든 한을 풀어낸 것이 아닐까한다. 최대한 사이코패스를 연기했으니 두고 두고 회자될 연기였다.

장혁은 이런 드라마가 가장 잘 맞는다. 마초적인 성격에 앞뒤가리지 않고 무작정 일단 달려들고 보는. 시청작들이 보면서 대리만족을 해 주는 역할에 장혁은 캐릭터가 확실하다. 이로 인해 희화되기도 하지만. 이하나는 계속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는데 약간 어정쩡한 느낌이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무엇인가 살짝 아쉽다는 느낌이 좀 많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는 목소리 톤 때문이 아닐까하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번 역할에서 일부러 그럴 수도 있었다.

드라마는 뒤로 갈수록 모태구의 역할이 커지고 그가 전면에 등장해 끊임없이 연쇄살인을 벌인다. 이로 인해 드라마는 결국 19세 이상 관람으로 드라마 시청연령이 중간에 변경되었다. 그로 인해 더 잔인해졌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외국 영화와 같은 괴기한 장면도 꽤 있었다. 물론, 중간에 좀 개연성이나 말이 안 되는 장면이 나와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지만 이정도면 장르드라마로 아주 훌륭했다.

한국에서 장르 드라마는 많이 아쉽다. 장르에 충실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이것 저것 쓸데없는 - 특히 로맨스 - 요소를 많이 가미하니 드라마가 엉뚱한 곳으로 간다. 초반에 집중력있게 시청하다 중간부터 힘이 빠지는 가장 큰 이유다. <보이스>는 처음부터 로맨스 따위는 관심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으로 계속 내용이 이어진다. 그 덕분에 장르에 아주 충실한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역시나 이제 드라마는 케이블이 대세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