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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 '울버린'에게 이름을 되찾아주다.
11  쭈니 2017.03.07 13:15:29
조회 306 댓글 0 신고

 

 

감독 : 제임스 맨골드

주연 : 휴 잭맨, 다프네 킨, 패트릭 스튜어트, 보이드 홀브룩

개봉 : 2017년 3월 1일

관람 : 2017년 3월 5일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울버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온 아웃사이더

 

제가 '울버린'을 처음 만난 것은 17년 전 [엑스맨]을 통해서입니다. 당시에는 마블이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전이었고, 저 역시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은 알아도 '엑스맨'이 뭔지 몰랐기에 영화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엑스맨]을 보고나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돌연변이 집단 '엑스맨'의 매력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엑스맨]에는 에너지 빔을 눈에서 뿜어내는 사이클롭스(제임스 마스던), 날씨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스톰(할 배리), 염력을 가진 진 그레이(팜케 얀센)등 여러 능력을 갖춘 캐릭터들이 즐비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제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거친 아웃사이더 '울버린'(휴 잭맨)이었습니다.

사고로 인하여 기억을 잃은 '울버린'은 '엑스맨'의 리더인 프로페서 X(패트릭 스튜어트)의 배려로 '엑스맨'의 일원이 되어 인간을 지배하려는 매그니토(이안 맥켈런)와 맞서 싸웁니다. [엑스맨]은 인간과의 공존을 꿈꾸는 '엑스맨'과 인간을 지배하려는 매그니토 일당의 대결을 그림과 동시에 '올버린'의 기억 찾기라는 또 다른 영화적 재미를 준비해놓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재미는 2003년에 개봉한 [엑스맨 2]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울버린'의 기억찾기는 [엑스맨 2]에서 멈춰버립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 이어 메가폰을 이어받은 브렛 래트너 감독은 2006년 개봉한 [엑스맨 : 최후의 전쟁]을 통해 '울버린'보다는 진 그레이의 폭주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그러한 사이에 '울버린'의 기억찾기는 잊혀져버렸습니다.

 

 

 

'울버린'의 기원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다.

 

물론 '울버린'의 기억찾기가 이대로 영영 묻혀버린 것은 아닙니다. 2009년에 개봉한 '울버린'의 단독영화인 [엑스맨 탄생 : 울버린]에서 개빈 후드 감독은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지 못한 슬픔과 복수심 때문에 웨폰X 프로젝트에 지원한 '울버린'의 슬픈 과거를 관객에게 선사했습니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끝내지 못한 숙제를 [엑스맨 : 탄생 : 울버린]으로 마무리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엑스맨'의 틀 안에서 '울버린'의 기억찾기를 마무리했다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울버린'의 단독영화로 기억찾기가 마무리되니 '엑스맨'의 일원이 된 아웃사이더 '울버린'의 매력이 조금 반감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울버린'의 단독영화는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2013년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한 [더 울버린]은 불멸의 존재인 '울버린'의 고뇌를 재조명합니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던 '울버린'은 죽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옛 동료의 연락을 받고 일본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과거의 상처를 떨궈내고 진정 강력한 슈퍼 히어로로 재탄생합니다.

[로건]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더 울버린]에 이어 완성한 '울버린'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단독영화입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제목이 '로건'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울버린'의 단독영화의 제목이 '울버린'을 내세웠다면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울버린'의 마지막 단독영화에서 그의 본명인 '로건'을 제목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렇게 '울버린'의 본명을 영화의 제목으로 내세운 것은 그만큼 슈퍼 히어로, 혹은 '엑스맨'으로써의 '울버린'이 아닌, 인간 '로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의지입니다.

 

 

 

'엑스맨'은 전멸했고, '울버린'은 죽어간다.

 

[로건]은 가까운 미래인 202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첫 장면부터가 충격적입니다. 불멸의 존재였던 '로건'이 이젠 늙고 쇠약한 모습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물론 총을 맞아도 끄덕없는 회복능력을 선보이긴 했지만 예전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찰스 자비에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로건'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 '엑스맨' 멤버들은 모두 죽었고, 더이상의 돌연변이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개봉한 '엑스맨' 영화인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서 여전히 건재함을 보였던 '엑스맨'과 [더 울버린]에서 불사의 능력을 빼앗길뻔했지만 위기를 모면한 '로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그런데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더이상 '엑스맨'과 '로건'의 과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1년전 찰스 자비에의 발작으로 '엑스맨'과 일반 시민들이 죽었다고 설명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에 대해서는 더이상의 언급을 자제했고, 잰더 라이스(리차드 E. 그랜트) 박사로 인하여 '로건'의 불사 능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도 짧은 언급 뿐입니다.

[로건]의 프리퀼이 당장이라도 개봉해야할 것처럼 제 궁금증을 자극했지만,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그보다는 '로건'의 유전자로 인하여 탄생한 로라(다프네 킨)에게 집중하라고 저를 설득합니다. 잰더 라이스 박사의 연구로 인하여 태어난 로라는 작은 여자 아이의 몸으로 '로건'의 능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습니다. 처음에 '로건'은 로라를 애써 외면하려하지만, 결국은 로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게됩니다.

 

 

 

아버지가된 '로건'

 

'로건'의 마지막 임무는 로라를 그녀의 친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것입니다. [로건]은 중요한 것은 로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 영화 속의 모든 캐릭터들은 목숨을 바칩니다. 특히 저는 찰스 자비에 교수가 죽는 장면이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는 '엑스맨'의 창시자이고, 명실상부한 '엑스맨'의 주인공입니다. 그러한 그를 [로건]은 처음부터 알츠하이머에 걸린 늙은 노인으로 망가뜨려놓더니 영화 중반에서는 허망하게 죽여버립니다.

비단 찰스 자비에 뿐만이 아닙니다. 로라를 도와준 모든 이들은 로라를 위해 기꺼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로건과 찰스 자비에의 은신처를 제공했고, 로라를 잠시 도와줬던 칼리반(스테판 머천트)은 물론이고, 도로에서 잠시 만나 로라에게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줬던 흑인 가족도 처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주인공인 '로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마치 미래를 위해 과거를 희생하는 처참한 처단식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로건'은 그에 대해 전혀 불평을 하지 않습니다. 마치 딸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희생인양, '로건'은 로라에게 그 무엇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그녀가 친구들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서 행복하게 살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시종일관 무뚝뚝하던 로라가 '로건'의 손을 잡아주자 '이런 느낌이구나.'라며 아버지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로건'의 모습은 그래서 마음 아팠습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로건'이 거친 아웃사이더가 아닌 가슴 따뜻한 아버지로써 생을 마감하도록 배려를 한 것입니다.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솔직히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이제 더이상의 '울버린'은 없을 것입니다. 기억을 잃은채 인간병기 '울버린'으로 우리의 곁을 처음 찾은 '로건'은 17년이라는 세월동안 변함없이 우리의 곁을 지켰고, 결국에는 로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아버지 '로건'으로 우리의 곁을 떠납니다. 많은 영화팬들이 '이보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라며 호평을 하는 이유입니다. [로건]이후 '엑스맨' 영화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로건'을 위한 완벽한 이별식을 완성한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로건]의 관람등급은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 영화의 등급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 초반 술에 취한 젊은 여인이 옷을 들추고 자신의 가슴을 '로건'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지만, 영화의 흐름과 상관이 없는 장면이기에 삭제를 해도 무방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로건]은 흥행에 불리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유지했을까요?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영화 중반이 되면서 [로건]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이해되었습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아주 처절한 이별식을 준비했고, '로건'과 로라가 벌이는 살육전은 생생한 극장 사운드에 의해 섬뜩함을 안겨줬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섬세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ATMOS 시스템을 갖춘 메가박스의 M2관에서 관람을 했기 때문에 살갗이 찢기는 소리가 바로 제 옆에서 들리는 듯했습니다. 하긴 17년동안 함께한 '로건'을 떠나보내는데, 이러한 처절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극장 밖을 나서며 저는 '굿바이 로건'을 마음 속으로 외치는 것으로 '로건'과의 이별을 마무리했습니다.

 

 '로건'이 떠나고 이제 '로라'가 왔다.

이후 '엑스맨'은 로라를 중심으로 진행될지도...

과연 '울버린'이 없는 '엑스맨'은 어떨까?

걱정되면서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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