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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이덴티티] - 스릴러에서 히어로 무비로... 다중인격을 가진 영화
11  쭈니 2017.03.06 18:07:05
조회 284 댓글 0 신고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주연 : 제임스 맥어보이, 안야 테일러 조이, 베티 버클리

개봉 : 2017년 2월 22일

관람 : 2017년 3월 4일

등급 : 15세 관람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귀환을 믿는다.

 

제가 토요일 늦잠을 포기하고 [23 아이덴티티]를 보기 위해 극장에 나선 이유는 단순히 이 영화가 우리나라의 8주차 박스오피스에서 [재심]을 꺾고 1위를 차지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귀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M. 나이트 샤말란은 1999년 [식스 센스]로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천재감독으로 아직도 [식스 센스]는 최고의 반전영화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식스 센스]를 보기 위해 극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라고 외치며 도망치는 사람들을 꽤 있었다고합니다. 이렇듯 [식스 센스]는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 '스포일러'라는 단어의 뜻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언브레이커블], [싸인], [빌리지]를 연속 흥행 시켰습니다. 하지만 2006년 [레이디 인 더 워터]에서부터 하향세를 타더니 기대를 모았던 블록버스터 [라스트 에어벤더]와 [애프터 어스]가 흥행에 실패하며 슬럼프에 빠집니다. 저 역시 최근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에 실망했기 때문에 2015년에 개봉한 [더 비지트]의 관람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3 아이덴티티]가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극장 대신 다운로드로 보려고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23 아이덴티티]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비로서 귀환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북미에서는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국내에서는 2017년 미국영화써는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1위로 등극하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쯤되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에 대한 제 믿음이 되살아나기 충분했고, 토요일의 늦잠을 포기하고 영화를 선택할만 했습니다.

 

 

 

23개의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자의 이야기

 

[23 아이덴티티]는 23개의 인격을 가진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이라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프라이멀 피어], [파이트 클럽], [블랙스완], [미스터 브룩스] 등 이중인격을 소재로한 영화는 꽤 있었습니다. 하지만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라니...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2003년작 [아이덴티티]의 주인공 에드(존 쿠삭)가 가진 11개의 인격을 가뿐히 넘어서는 기록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원제가 'Split'(쪼개다, 쪼개지다, 찢다)인 이 영화가 국내 상영에서 '23 아이덴티티'로 제목이 바뀐 것도 [아이덴티티]를 염두에 둔 수입사의 흥행전략이라는 점입니다.

11개의 인격이 서로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아이덴티티]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당연히 [23 아이덴티티]도 기대하셨을 것입니다. 실제로 저희 회사 동료는 23개의 인격이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궁금해서 영화를 봤다고 이야기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동료는 "내가 아무리 봐도 23개의 인격은 커녕 영화 속에서 표현된 인격은 기껏해봐야 5개 정도 밖에 안되던걸."이라며 아쉬워하더군요. 그러한 회사 동료의 투덜거림은 사실입니다. [23 아이덴티티]는 여러 인격중 주도권을 잡은 데니스와 9세 소년의 인격을 지닌 헤드윅을 중심으로한 7개의 인격과 마지막 24번째 인격인 비스트로 영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케빈이 굳이 23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도 필요없어 보였고, 영화의 제목도 '24번째 아이덴티티'가 알맞아보입니다.

아마도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1977년 빌리 밀리건의 사건을 모티브로 [23 아이덴티티]의 시나리오를 구성했기 때문에 굳이 케빈의 인격을 23개로 설정했을 것입니다. 실제 빌리 밀리건은 24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강간, 납치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무죄선고를 받았다고합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23개의 인격으로 영화의 초중반을 채우고,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서 히든카드인 비스트라는 새로운 인격을 등장시킴으로써 24번째 인격을 완성합니다.

 

 

 

상처받은 자들의 대결

 

하지만 [23 아이덴티티]를 관람하는데 있어서 '23개의 인격'이라는 소재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영화는 23개의 인격을 가진 케빈과 납치된 3명의 여성중 한명인 케이시(안야 테일러 조이)의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른 두 친구와는 달리 침착하게 케빈의 이상 행동을 관찰하여 그가 다중인격자임을 알아낸 캐이시는 케빈의 인격 중에서 가장 다루기 쉬운 헤드윅을 이용해서 탈출 계획을 세우기도합니다.

[23 아이덴티티]는 영화 중간중간에 케이시의 어린시절을 플래쉬백으로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케이시의 캐릭터를 완성시킵니다. 영화 초반 케이시의 어린시절은 그저 아빠, 삼촌과 사냥에 나선 추억에 불과해보이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삼촌에 의한 성적 학대가 암시됩니다. 그럼으로써 어린시절 어머니에 대한 학대로 23개의 인격을 가지게된 케빈과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삼촌에게 학대를 당한 케이시라는 상처받은 자들의 대결이 성사됩니다.

어쩌면 케빈과 케이시는 그런 점에서 서로 닮았을지도 모릅니다. 케빈은 서로 다른 인격을 만들어냄으로써 어머니의 학대를 버텼고, 케이시는 혼자 겉돌고 사고를 치며, 삼촌의 학대를 말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외쳤습니다. 케빈과 케이시는 각자만의 방법으로 학대의 상처를 극복하려 애썼던 것입니다. 이렇게 [23 아이덴티티]를 상처받은 자들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영화를 감상한다면 영화 마지막 비스트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색다른 스릴러 영화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격이 바뀌면 신체적 능력도 바뀔 수 있을까?

 

문제는 케빈의 24번째 인격인 비스트입니다. 비스트는 인간을 넘어선 비현실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벽을 맨 손으로 기어오를 수 있고, 총알도 뚫을 수 없는 두꺼운 피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쇠창살정도는 두 손으로 휘어버릴 있을 정도로 초인적인 힘을 갖추고 있기도합니다. 그렇기에 케빈의 담당의사인 플레처(베티 버클리) 박사는 비스트가 데니스와 패트리샤가 만들어낸 상상속의 존재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비스트는 상상속의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스릴러 영화는 판타지가 아닙니다. 비록 약간의 과장은 허용되지만, 그렇다고해서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초인적인 존재를 영화 속에 등장시킨다는 것은 스릴러 영화로써 반칙입니다. 그런데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버젓이 비스트라는 괴물을 영화 후반부에 등장시킵니다. 플레처 박사가 다중인격자들은 다른 인격으로 바뀌며 몸 안의 호르몬도 자유자재로 변한다며 영화 속의 인터넷 강의로 설명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지닌 비스트까지 등장하는 것은 비약이 심해도 너무 심했습니다.

그런데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그러한 부분까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말끔하게 처리해버립니다. 사실 [23 아이덴티티]는 스릴러 영화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관객들은 지금까지 스릴러 영화일 것이라 생각하며 그 틀안에서 영화를 감상했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이 영화가 스릴러 영화가 아닌 그만의 방식으로 완성한 히어로 영화라고 이야기합니다. 영화 마지막 단 몇 초만에 [23 아이덴티티]의 장르가 바뀐 셈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영화 [언브레이커블]

 

제게 있어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최고 영화는 당연히 [식스 센스]입니다. 아마 그것은 대부분의 영화팬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중 두번째 걸작으로는 어떤 영화를 선택하시겠습니까?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중에서 [식스 센스] 다음으로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한 [싸인]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단연 [언브레이커블]을 선택하겠습니다.

[언브레이커블]은 굉장히 독특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대형열차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이 스스로 초인적 능력을 지닌 슈퍼 히어로임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능력을 일깨워주는 이는 데이빗 던과는 달리 선천적으로 약한 몸으로 태어난 엘리야 프라이스(사무엘 L. 잭슨)입니다. 그는 자신처럼 약한 존재가 있다면 자신과 달리 강한 존재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대형사고를 일으켜 데이빗 던과 같은 슈퍼 히어로를 찾아나선 것입니다. 원래 [언브레이커블]은 3부작으로 기획되었고, 실제 [언브레이커블]은 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로 끝냈지만 아쉽게도 흥행에 실패함으로써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원했던 속편은 만들어지지 못했다고합니다.

그런데 [23 아이덴티티]가 [언브레이커블]의 속편 역할을 수행한 것입니다. 처음엔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가 영화의 마지막에 데이빗 던이 등장하고 엘리야 프라이스를 일컫는 미스터 글래스가 언급되는 것을 보며 그제서야 [23 아이덴티티]의 모든 것이 이해되었습니다. 결국 [23 아이덴티티]는 스릴러 영화가 아닌 [언브레이커블]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히어로영화이니 비스트의 존재를 이해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17년전 영화의 속편을 교묘하게 만들줄이야...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천재성이 [23 아이덴티티]를 통해 확실히 살아나긴 했나봅니다.

 

[언브레이커블]을 보며 이 영화의 흥행실패를 아쉬워했는데...

내 아쉬움이 17년만에 보상을 받았다.

과연 비스트와 데이빗 던의 대결을 담은 다음 영화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부디 또다시 17년이 흐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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