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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 - 꿈과 기억을 혼돈한 이상한 SF 스릴러
12  쭈니 2017.02.28 17:08:29
조회 299 댓글 0 신고

 

 

감독 : 김준성

주연 : 고수, 설경구, 박유천, 강혜정

개봉 : 2017년 2월 22일

관람 : 2017년 2월 25일

등급 : 15세 관람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일복과 함께 제 2017년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2월의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몇개월동안 저를 괴롭혔던 일을 어느정도 끝마쳤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이 된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에 연차 휴가를 내는 것입니다. 일이 많은 월요일이나 금요일, 그리고 월말에는 휴가를 내지 않는다는 스스로의 원칙을 깨고 2월의 마지막 월요일에 과감히 쉬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어렵게 찾아온 꿀맛같은 3일간의 휴가 기간 동안 저는 중학교 1학년의 마지막 주말을 맞이한 웅이와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토요일에는 웅이와 홍대에서, 월요일에는 노량진 근린공원에서 함께 포켓몬GO를 했고, 오랜만에 구입한 프라모델도 함께 조립했습니다. 일요일에는 온가족이 전주로 당일치기 먹거리 여행을 떠나기로 했지만, 결국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집트 보물전>과 세종문화회관에서 <훈데르트바서 : The Green City>를 관람하며 눈호강을 하고 왔습니다.

이렇게 3일간의 휴가를 완벽하게 보냈지만, 한가지 아쉬웠던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휴가기간동안 밀린 영화를 보겠다는 계획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금요일 밤에는 [재심]을, 토요일 아침에는 [루시드 드림]을, 월요일 오후에는 [싱글라이더]와 [23 아이덴티티]를 보는 것이 제 원래의 계획이었는데, 웅이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결국 [루시드 드림]과 [싱글라이더]만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빠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서 좋다며 활짝 웃는 웅이를 보니 저도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아들 바보 최대호, 아들을 유괴당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제가 들은 최고의 칭찬은 '당신은 웅이에게 최고의 아빠야!'라는 구피의 말한마디였습니다. 어쩌면 세상 모든 아빠들이 자식에게만큼은 최고의 아빠가 되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루시드 드림]의 최대호(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인 그는 언제나 대기업 총수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만, 그것은 모두 아들인 민우에게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애지중지 키웠던 민우가 납치됩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버립니다. 경찰도 미결사건이라며 포기했지만 대호는 민우를 찾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대호는 '루시드 드림'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냅니다. '루시드 드림'이란 자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꾸는 꿈으로 자각몽이라 부르기도합니다. '루시드 드림'은 자각하지 못하고 꾸는 꿈과는 달리 현실적이고, 일관성이 있으며, 꿈을 꾸는 동안에도 깨어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깨어 있는 것과 차이가 거의 없다고합니다. 대호는 민우 납치 사건의 담당형사인 방섭(설경구)과 친구인 정신과 의사 소현(강혜정)의 도움을 받아 '루시드 드림'을 시도하고 결국 민우를 납치했던 범인들을 밝혀냅니다. 하지만 민우를 찾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납치를 사주한 인물을 밝혀내야만합니다.

[루시드 드림]은 기본적으로 스릴러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대호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 하나, 납치된 민우를 찾는 것입니다. 바로 그 부분에서 영화를 흥미로운 전개를 보입니다. '루시드 드림'을 통해 한꺼번에 모든 단서를 알아내는 것이 아닌, 하나의 단서를 찾으면 그것을 토대로 그 다음 단서로 넘어갈 수 있게끔 단계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릴러 영화로써 탄탄한 전개를 보여주다. (이후 영화의 스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호는 '루시드 드림'을 통해 3년전 사건 현장에 있었던 수상한 인물들을 찾아냅니다. 민우를 데려간 오른 팔에 문신이 있는 남자와 자신이 쓰러지자 가장 먼저 자신에게 달려온 손에 장갑을 낀 남자. 민우 납치 사건은 이 두 남자가 벌인 일입니다. 하지만 어렵게 체포한 손에 장갑을 낀 남자는 경찰서에서 자살을 하고, 민우를 데려간 오른 팔에 문신이 있는 남자는 2년전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민우를 납치한 범인들은 잡았지만 결국 민우를 찾아야한다는 대호의 목표는 물거품이 됩니다.

이렇게 1단계가 '루시드 드림'을 통한 민우 납치사건의 범인 검거라면 2단계는 '루시드 드림'에서 한단계 더 들어갑니다. '루시드 드림'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수상한 남자인 일명 디스맨(박유천)을 통해 공유몽을 알게된 민우는 코마 상태에 빠진 최경환(진석호)의 꿈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민우 납치사건이 희귀혈액형인 MkMk형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원한 관계에 의한 납치라고 생각했지만 2단계에서는 정확한 범행 동기가 밝혀진 것입니다.

2단계에서 밝혀진 범행 동기로 인하여 조명철(천호진)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릅니다. 그의 아들은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혈액형이 MkMk형인 탓에 수혈을 받지 못해 결국 사망했던 것입니다. 민우의 혈액형도 MkMk형이니 조명철이 수혈을 위해 민우를 납치했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죠. 하지만 조명철의 아들은 민우 납치사건 이전에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조명철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됩니다. 대신 조명철은 민우의 납치를 사주한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해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실망스러운 이유

 

1단계에서는 '루시드 드림'을 통해 민우를 납치한 범인을 밝혀내고, 2단계에서는 공유몽을 통해 민우를 납치한 이유를 알게됩니다. 그리고 3단계에서는 조명철의 결정적인 제보로 민우 납치사건을 사주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납니다. 이렇게 [루시드 드림]은 한꺼번에 사건을 해결하려하지 않고 단계별로 차근차근 사건을 풀어해칩니다. 이쯤되면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라는 칭찬을 들을만한데 막상 [루시드 드림]에 대해 곱씹어보면 영화가 실망스럽다는 느낌을 받게됩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배우들의 연기가 영 어색합니다. 분명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들은 아닙니다. 설경구와 강혜정은 연기력 하나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배우들이고, 고수와 박유천도 지금까지 영화에서 연기력으로 까인 적은 없는 배우들입니다. 그런데 어색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캐릭터 구축 실패와 연극톤의 이상한 대사들 떄문입니다. 특히 강혜정이 연기한 정신과 의사 소현과 박유천이 연기한 의문의 남자 디스맨의 캐릭터와 대사는 이상하다못해 한심하기까지합니다.

김준성 감독은 소현의 캐릭터를 좀 더 구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의사로써의 직업 윤리를 저버리고 대호를 돕습니다. 특히 대호가 자신의 환자인 조명철 회장을 납치하도록 돕는 장면에서는 그녀가 왜 그렇게까지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정은 디스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대호에게 자신이 공유몽을 하게된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은 그저 한숨만 터져나옵니다. 디스맨의 존재가 [루시드 드림]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임을 감안한다면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연극톤의 몇마디 대사로 디스맨을 설명하고 끝내버리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었습니다.

 

 

 

SF라 부르기엔 민망하다.

 

[루시드 드림]의 장르는 SF 스릴러입니다. 아마도 '루시드 드림'이라는 소재 때문에 SF 장르로 분류된 것 같습니다. 사실 '루시드 드림'을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긴합니다. 하지만 잘 만든 SF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을 관객으로하여금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해야합니다. 그러나 [루시드 드림]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루시드 드림'을 통해 일정 시간대의 기억을 끄집어낸다는 설정 자체가 무리수입니다. 그것도 조금만 집중하면 원하는 시간대로 갈 수 있다니... 시간여행도 아니고 말이죠. 차라리 '루시드 드림'이 아니라 대호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3년전의 사건을 재구성한다는 설정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을 것입니다. 아무리 '루시드 드림'이 비자각몽에 비해 현실적인 꿈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기억이 아니라 꿈일 뿐입니다. 이렇게 '루시드 드림'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보니 결국엔 공유몽이라는 억지 설정이 등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굳이 '루시드 드림'이라는 설정을 사용해야 했던 이유는 영화 마지막에서 최경환의 세계가 무너지는 장면을 위해서인 것으로 보입니다. [인셉션]의 그것과는 비교하기가 민망하지만, 그래도 [루시드 드림]에서 최고의 볼거리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장면만으로 [루시드 드림]의 SF를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빈틈이 많습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스릴러 영화로써 꽤 탄탄한 전개를 보여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드 드림]은 저로써는 만족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꿈은 꿈일뿐, 기억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루시드 드림'을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그러한 까닭에 [루시드 드림]은 꽤 흥미로운 스릴러적 구성을 갖추고 있지만

영화 자체만으로는 실패한 SF 스릴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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