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도시> 의욕만 과하셨네요
▣ 스케일 큰 액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영화의 도입부
거대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영화의 도입부. 우리 영화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스케일 큰 액션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일당백의 전투력으로 전장을 휘젓던 '대장'은 제법 멋진 액션장면들을 연출하고요. 하지만 이 장면은 현실이 아닌 게임을 현실처럼 옮겨놓은 것이었는데, 이렇게 화려한 물량을 쏟고 있었던 도입부는 바로 이 영화가 앞으로 어떤 식의 전개가 될 것임을 넌지시 암시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조작된 도시>는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토대로, 다분히 게임적인 상상력과 설정, 장치, 캐릭터등을 더하면서 색다른 모습으로 그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시도를 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런 시도만큼은 분명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 부조리한 권력자들의 필요에 따라 설계되고 조작되는 세상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이야기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하고
이런 이야기를 '게임의 느낌'을 살리면서 연출하고 있었던 작품
개봉 예정인 <재심>의 실제 사건처럼 범인이 아님에도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리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사례에 어떤 보상이 이뤄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떤 보상이라도 억울하게 그런 일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없을 것 같은데 <조작된 도시>는 거기서 출발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런 세상의 모습에 다분히 영화적인 상상력을 토대로 만들어진 '게임적인 설정'이 가미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부조리한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게 필요에 따라 설계되고 조작되어 만들어진 세상을 관망하던 '그'는 마치 '빅브라더'이자 게임의 창조자처럼 보이고 그 게임의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는 힘없고 평범한 사람들을 '권유'(지창욱)가 대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현실의 모습들이 조금 더 극적인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었던 캐릭터들을 통해 영화는 범인이 만들어지고 조작되기도 하기에 누구나 억울한 누명을 쓸 수 있는 부도덕한 세상을 향햔 통쾌한 한방을 다분히 '게임적'인 느낌이 드는 연출을 통해 선사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권유를 따라가는 영화는 굉장히 빠른 템포를 통해 그려지면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도 갖추고 있고요.
▣ 이야기의 개연성은 없다시피 할 정도로 부족하고
다른 캐릭터들은 온전히 주인공 '권유'를 위해서만 기능할 뿐입니다
허술하고 산만하게만 느껴지던 이야기, <조작된 도시>
하지만 아무리 그런 연출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조작된 도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언급했듯이 이야기의 템포는 많이 빠른 편이고 흥에 겨워 달리는 모습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연결하고 있는 개연성은 없다시피 할 정도로 부족하고 '권유'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은 그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들은 온전히 권유 한 명만을 위해서 기능하고 있는 캐릭터들일 뿐이었습니다.
하나같이 권유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면서 범상치 않은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 심지어 컴퓨터 천재의 히키코모리가 요리까지 잘하는 - 이들이나, 권유가 탈옥후 이 팀을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 한마음으로 그를 돕는 이들 모두의 캐릭터가 작위적으로만 보였던 것이죠. 즉 권유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그 필요에 의해 뚝딱 만들어지는 과정과 장치들, 그리고 설정에서 비롯하는 이야기들의 연결은 허술하고 산만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그렇게 서포트 받으면서 완전히 슈퍼 히어로와 같은 모습으로까지 변해가던 권유 캐릭터 역시 어색하게만 느껴지고요.
▣ 때문에 '멋져 보이려하고 감각적인척 하는' 장면들을 포함하고
통쾌한 한방을 선사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허풍이 심한 영화로만 느껴지던..
때문에 게임의 느낌을 내고 있었던 연출의 독특한 느낌은 흥미로웠지만 작위적이고 허술한 이야기의 연결들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되는 웃음 코드들 역시 별다른 웃음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고요. 아무리 '멋져 보이려하고 감각적인척 하는' 장면들을 포함하면 뭐하나요. 그리고 통쾌한 한방을 선사하는 시도가 있으면 뭐하나요. 영화를 지탱하는 큰 줄기, 즉 이야기는 소홀히 한 채 겉치장에만 힘쓰고 있다가 예정된 수순대로 정해진 결말을 향해 가던 <조작된 도시>는 그저 허풍 가득한 과한 의욕만 느껴지는 영화로 보일 뿐이었습니다. 감독의 전작 <웰컴 투 동막골>을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봤었던지라 이런 결과물이 더더욱 아쉽게 느껴질 따름이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