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대> 사랑이 없는 '욕망의 시대'
▣ '안나'와 '에릭' 부부가 시작하게 되는 공동체 생활
5명의 남자와 5명의 여자가 한 집에 모입니다
유럽의 영화들을 보다보면 우리나라와는 참 많이 다른 정서들을 느끼게 됩니다. 다분히 개방적인 정서에서부터 그들과 우리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런 정서들이 녹아있는 영화들에서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할텐데 이 작품 <사랑의 시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화는 '공동체'라는 그룹으로 엮여 한 집에서 생활을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가족은 아닌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던 것인데 이런 모습이 유럽에서도 보편화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그러한 삶의 방식은 꽤나 특별하게 느껴지더군요.
'안나'(트린 디어홈)와 '에릭'(율리히 톰센) 부부와 두 사람의 딸 '프레아'(마샤 소피 발스트룀 한센)가 큰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그 곳은 세 가족만이 살기엔 너무 컸기에 안나는 공동체 생활을 제안하는데 처음에는 그런 생활이 꺼려졌지만 관리비도 많이 들고 아내가 그런 삶을 바라는 것도 같았던지라 에릭 역시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를 비롯하여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구성원으로 포함된 그들의 공동체 생활은 시작이 됩니다.
▣ 우리의 정서와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의 이야기
균열이 생기는 공동체 생활,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모습도 보이는데..
어른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 '사랑의 시대'가 아닌 '욕망의 시대'로 보이기도..
마치 우리네 '대가족'과 같은 모습으로도 보이지만 그들은 가족이 아니라 친구 사이, 혹은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차이가 있었던 공동체 생활, 그 울타리 내에 있는 이들은 그 생활을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듯 했지만 에릭에서 비롯한 상황으로 인해 그들의 공동체에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모습까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때는 가족처럼 보이기도 했던 그들은 그저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공동체의 끄트머리라도 잡고 있으면서, 만들어져있는 바운더리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으려고만 할 뿐이었던 것인데 이런 어른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영화는 굉장히 역설적인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주고도 있었습니다.
영화속의 다양한 감정들을 허울 좋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저 순간의 욕망에서 비롯한 감정에 가까워보일 뿐이었기에, '사랑의 시대'라기 보다는 사랑이 없는 '욕망의 시대'가 더 어울렸던 것인데 이런 그들 사이에서 피해자의 입장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여인 '안나'였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굉장히 안쓰러운 감정들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 그 이야기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는 없었던 영화 <사랑의 시대>
하지만 '안나'역의 '트린 디어홈' 배우의 연기는 굉장히 훌륭하게 느껴집니다
안쓰럽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피할 수가 없었던 여인의 홀로서기..
다만 앞서 언급한 '에릭에서 비롯한 상황'이라는 것은 대학 교수였던 그가 새롭게 만나게 되는 자신의 제자이자 젊은 여자에서 비롯한 것으로 아무리 정서의 차이라고 해도 거기서부터 비롯되는 상황들은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즉 '공동체 생활'이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사랑의 시대>는 우리네 정서와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있는 느낌의 영화로 보였기 때문에 그 모든 이야기들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려웠던 작품이기도 했던 것이죠.
하지만 '안나'역의 배우 트린 디어홈 배우의 연기와 그녀의 캐릭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사인 요청을 받을만큼 인기있는 뉴스 앵커였지만 어느덧 나이가 들어있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복잡한 감정들을 느끼기도 하는데, 특히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선택했던 공동체에서 비롯된 일들로 인해 그 공동체에서,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여자로서, 딸 아이의 엄마로서, 그리고 결국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일터에서도 조금씩 밀려나고 있음을 직감하며 큰 혼란스러움과 함께 결국은 조금씩 무너져내리던 모습이 굉장히 안쓰럽게 와닿는 영화였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듯이 나의 존재감이 사라져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은 그토록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사랑의 시대>는 그렇게 조금씩 피폐해져가는 안나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나이듦'의 이야기까지 연결하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만큼은 앞서 언급했던 다른 이야기들과 달리 누구나 겪을 수 있을 일이기 때문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더군요. 그리고 다분히 이기적이고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했으며 한편으로는 다소 무책임하면서도 한걸음 뒤로 물러서있었던 극중 남자들의 모습과는 달리, 힘든 선택이었지만 그래도 피할 수가 없었기에 조금씩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그녀가 더욱 돋보이던 영화 <사랑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