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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 우리 사회의 진짜 썩은 나무는 누구일까?
11  쭈니 2017.02.22 14:18:55
조회 383 댓글 2 신고

 

 

감독 : 박광현

주연 : 지창욱, 심은경, 오정세, 김상호

개봉 : 2017년 2월 9일

관람 : 2017년 2월 19일

등급 : 15세 관람가

 

 

이 영화가 그렇게 재미있다며?

 

애초에 [조작된 도시]는 제 기대작이 아니었습니다.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관심이 가는 영화이긴 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주연을 맡은 지창욱은 TV 드라마를 잘 안보는 제겐 낯선 배우에 불과했고, 심은경, 안재홍등 조연 배우들 역시 그들의 출연만으로 영화를 기대하기엔 아직은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범죄 액션이라는 영화의 장르도 B급을 의심하게 했습니다. [조작된 도시]는 그냥 기대작을 모두 보고나서 시간이 남으면 보고, 아니면 나중에 다운로드로 봐도 되는, 제게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던 [공조]를 2위로 밀어내고 개봉 첫주에 당당하게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더니, 이 영화를 먼저 보신 제 블로그 이웃이 재미있다며 강력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구피가 '나도 이 영화가 보고 싶어!'라고 선언을 했다는 점입니다. 2017년 들어서 [공조]에 이어 두번째로 구피가 선택한 영화인 셈입니다.

일요일 밤, 구피와 단 둘이 극장 데이트에 나섰습니다. 웅이는 저와 구피가 자기만 빼고 영화를 보러 간다는 사실에 삐쳤지만 어쩌겠습니까. [조작된 도시]는 15세 관람가 영화인 것을... 웅이는 친구들도 [조작된 도시]를 보러 간다고 하더라며 자기도 [조작된 도시]가 보고 싶다고 끝까지 어필했지만, 구피는 총 쏘고 사람 죽이는 폭력적인 영화는 아직 웅이에게 무리라며 반대했습니다. 이렇게해서 웅이에겐 미안하지만 2017년 구피와의 첫 극장 데이트가 완성되었습니다.

 

 

 

한심한 백수 권유, 누명을 뒤집어쓰다.

 

[조작된 도시]는 팀원을 살뜰하게 챙기는 특수부대의 완벽한 리더 권유(지창욱)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게임 속의 세계에 불과합니다. 현실에서 그는 한심한 백수에 불과합니다. 매일 할일없이 PC방에서 게임만 하는 것이 일상인 그는 어느날 잃어버린 휴대폰을 갖다주면 사례하겠다는 낯선 여자의 전화를 받게됩니다. 돈 욕심에 휴대폰을 들고 낯선 여자의 집을 찾은 권유는 그날 이후 잔인하게 여자를 살인한 살인마로 낙인이 찍혀 버립니다.

누명... 이것은 스릴러 영화에서 자주 써먹는 소재입니다. 억울한 누명을 쓴 주인공이 경찰에 쫓기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해치고 누명을 벗는 과정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짜릿한 재미를 안겨줍니다. [조작된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초반 권유는 영문도 모르는채 살인 무명을 쓰고, 감옥에 갇혀 폭력조직의 보스인 마덕수(김상호)에게 온갖 괴롭힘을 당합니다. 그리고 아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려했던 어머니(김호정)의 자살소식을 접하게됩니다. 

[조작된 도시]는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게 권유가 누명을 쓰며 겪게 되는 고난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만약 이 장면이 너무 과하면 영화를 보는 관객이 괴롭고, 모자라면 영화 후반 권유의 반격 장면에서 쾌감이 줄어듭니다. 그런데 박광현 감독은 그것을 잘 조절합니다. 그럼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적당하게 권유의 복수를 즐길 수 있게끔 이끕니다. 이것은 박광현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게임속 동료들... 권유를 위해 힘을 합치다.

 

권유가 감옥에서 노죄수(우현)의 조언을 받아 탈옥하면서 영화는 중반으로 향합니다. 권유의 탈옥과 함께 시작되는 영화의 중반부터는 권유가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권유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짜임새있게 표현해야하는데 백수에 불과한 권유가 혼자의 힘으로 거대한 권력으로 둘러쌓여 꽁꽁 숨겨진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도 [조작된 도시]는 영리하게 넘어갑니다. 우선 영화의 오프닝에 보여준 권유의 게임속 동료들을 불러 모읍니다. 천재 해커이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여울(심은경)을 중심으로, 영화 특수효과팀 막내 데몰리션(안재홍), 몰락한 용산전자상가 기술자 용도사(김민교), 지방대 시간제강사 여백의 미(김기천), 성인방송의 PJ 은폐(김슬기)와 카메라맨 엄폐(심원철) 등 권유의 동료들은 사회의 비주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사회 비주류들의 속시원한 반격으로 진행됩니다.

영화 초반과 후반에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권유의 나래이션은 비주류의 반격이라는 영화의 주제와 일맥상통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들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사회로부터 썩은 나무라고 낙인찍혔지만, 결코 썩은 나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 당신의 인생도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

 

권유와 여울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실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후반부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악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그는 바로 권유의 국선 변호사 민천상(오정세)입니다. 사실 [조작된 도시]를 보기 전에, 포털 사이트에 실린 오정세의 인터뷰 기사를 우연히 읽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조작된 도시]의 악역을 맡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영화에 푹 빠져서 영화의 중반부까지 민천상이 악당임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찌질이 국선 변호사 민천상으로 분한 오정세의 연기가 뛰어났습니다.

겉으로는 찌질한 국선 변호사에 불과한 민천상은 사실 고위층의 사고를 덮어주는 해결사입니다. 그의 방식은 사건을 조작해서 아무 힘없고 빽없는 비주류 사람들에게 덮어씌우는 것입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백수 권유와 같은 사람은 민천상 입장에서는 죄를 뒤집어 씌우기 딱 알맞은 존재들인 셈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민천상이 죄없는 비주류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과정이 상세하게 나와 있는데 정말 저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빅데이터와 디지털로 인한 조작은 사실 [이글 아이] 등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등장했던 소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작된 도시]를 보며 민천상의 수법이 굉장히 새롭게 섬뜩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그러한 소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충분히 열광할만한 영화

 

[조작된 도시]의 영화 후반부는 권유의 통쾌한 반격이 담겨져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반격은 블록버스터급 스케일로 그려져있습니다. [조작된 도시]를 보기 전에 이 영화가 저예산 B급 액션영화일것이라 생각했던 제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입니다. 영화의 짜임새도 좋고, 캐릭터도 좋은데,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보는 재미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이 영화에 대한 관객의 열광이 이해가됩니다.

[조작된 도시]를 보고나니 요즘 TV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중인 미니시리즈 <피고인>이 떠올랐습니다. 딸과 아내를 죽인 누명을 쓰고 사형수가된 검사 박정우(지성)의 복수를 그린 이 드라마는 아직 박정우의 복수가 시작되기 전이라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합니다. 하지만 [조작된 도시]는 2시간 5분이라는 러닝타임동안 누명- 진실- 복수를 속시원하게 모두 보여줍니다. 이것이 제가 TV 드라마보다 영화를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권유의 나래이션이 계속 제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민천상이 보기에 권유는 사회에서 베어버려도 되는 썩은 나무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권유는 썩은 나무가 아닙니다. 아직 가지를 펴지 못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썩은 나무는 진실을 조작하고, 죄없는 사람들에게 누명을 씌우는 민천상을 비롯한 사회 고위층 사람들이 아니었을까요? 너무 거대하게 자라 하늘을 가림으로써 다른 작은 나무들이 자라는 것조차 막아버리는 썩은 나무들... 오늘도 나는 뉴스를 보며 우리 사회의 거대한 썩은 나무들이 어서 빨리 베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비주류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단지 아직 가지를 펴지 못한 나무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썩은 나무는 따로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움켜쥐고,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베어버려야할 썩은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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