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 껍질을 깨고 세상밖으로
★★★
▣ 어린 시절의 상처와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스스로를 카메라의 작은 프레임 안에 가둬놓고 있었던 소녀 '문영'
비디오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는 문영(김태리)은 말이 없는 소녀입니다. 아니 언젠가부터 말하지 않고 듣고 싶어하지도 않으며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던 문영은 카메라의 그 작은 프레임안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소녀입니다. 이는 그녀가 네 살때 곁을 떠나버린 엄마에게서 비롯된 상처와 술에 취하면 연신 욕을 내뱉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던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느껴졌는데, 그런 그녀가 어느날 우연히 사랑에 상처받은 '희수'(정현)를 카메라 안에 담게 됩니다. 그리고 상처받은 희수의 모습에서 마치 자신의 모습을 느끼는 것도 같았던 문영, 이처럼 그들의 만남은 아주 우연하게 시작되지만, 이 만남은 문영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키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 <아가씨>에서 김태리 배우의 그 좋은 연기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줬던 작품
문영이 왜 그토록 카메라의 화면에 집착하면서 누군가를 찾으려고 하는지, 그리고 왜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내는 영화 <문영>. 거기에 담겨 있는 안타까운 사연은 '문영'이란 소녀가 보이는 행동들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던 것으로, 그 우수에 찬 슬픈 눈동자와 대사가 배제된 감정 연기를 통해 차분하게 문영을 표현해낸 김태리 배우가 돋보입니다. <아가씨>에서의 그 좋은 연기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줬던 작품인 것이죠. 다만 1시간이 조금 넘는 짧은 러닝타임을 갖고 있었던 영화였고 은유적인 표현도 제법 있는 영화였기 때문에 <문영>은 다소간에 여백이 남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고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 속에서 그녀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 있었던 마음속 감정의 덩어리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도 그렇지 못해 스스로 입을 닫아버린 문영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겐 위로가 될 수 있었던..
아버지로 인해 집에 있을때도 방문을 잠궈놔야만 했을 만큼 그 어디에서도 위안을 얻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언제나 외로웠던 문영. 하지만 희수가 문영에게 보여줬던 그 작은 관심은 문영에게 낯설면서도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해 그리웠던 따뜻함이었습니다. 그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 있었던 마음속 감정의 덩어리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도 그렇지 못해 스스로 입을 닫아버린 문영이었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위로가 되었던 것인데, 때문에 이런 관계를 통해 자신을 둘러 싸고 있었던 껍질을 깨고 조금씩 카메라속 좁은 프레임을 벗어나 진짜 세상밖으로 나오려는, 아니 어쩌면 타협이라도 하려는 모습을 보였던 문영과 그녀가 보였던 웃음은 그 어린 소녀의 앞날에 서광이 비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 다르지만 또 닮았기도 했던 두 사람의 만남이었기에
그 만남은 서로의 삶에 있어서 전환점이 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희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록 그 첫 만남의 감정은 동정심에서부터 시작한 것일 수도 있었지만, 함께하는 시간들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놨던 그녀는 문영과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문영과 마찬가지로 가슴속 한켠에는 누구에게나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마음의 말을 갖고 있던 인물이기도 했던 것인데, 이렇게 다르지만 닮았던 두 사람이었기에 그 만남은 이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었고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느낌이 들기도 했던 작품 <문영>, 잔잔하게 그려지는 이야기 속에서 차분하게 문영을 연기해낸 김태리 배우의 모습을 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