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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 아련하고 슬픈 감정과 판타지한 영화적 재미가 만나다.
11  쭈니 2017.01.11 11:30:46
조회 338 댓글 2 신고

 

 

감독 : 신카이 마코토

더빙 : 카미키 류노스케, 카미시라이시 모네

개봉 : 2017년 1월 4일

관람 : 2017년 1월 8일

등급 : 12세 관람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는 놓치기 어렵다.

 

2007년 6월, 저는 [초속 5센티미터]라는 제목의 일본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예쁘장한 그림체가 좋았고,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 때문에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사실 [초속 5센티미터]는 특별한 스토리 라인을 담고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3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이 영화는 '제1화 벚꽃 이야기'에서는 첫사랑 아카리를 만나러 가는 타카키의 초조함을, '제2화 코스모나우트'에서는 타카키를 짝사랑하는 카나에의 아픔을, '제3화 초속 5센티미터'에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아카리를 잊지 못하는 타카키의 습관이 되어 버린 그리움을 아름다운 그림체로 담아냈을 뿐입니다.

[초속 5센티미터]를 보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저는 오랜 세월 끝에 잊혀졌던 첫사랑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고, 아카리를 잊지 못하는 타카키처럼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것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의 힘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토리 위주의 애니메이션이 아닌, 첫사랑, 그리움과같은 아련한 감정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고, 이는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여운이 되는 것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그 이후에도 [별을 쫓는 아이 : 아가르타의 전설], [언어의 정원]으로 이어졌습니다. 2011년에 개봉한 [별을 쫓는 아이 : 아가르타의 전설]은 일본의 전통 신화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아련함을 접목시킨 영화이고, 2013년 개봉한 [언어의 정원]은 영상적인 아름다움과 아련함을 극대화시킨 영화입니다. 그리고 2017년 1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이 개봉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세계가 집대성되어 있다.

 

2017년 1주차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새해벽두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킨 [너의 이름은.]은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같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면 흥행이 어렵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징크스를 가볍게 깨뜨렸습니다. 과연 [너의 이름은.]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가지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 흥행 기록인 301만(공식통계) 기록을 넘을 수 있을런지는 아직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국내 관객들에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름이 깊게 새겨졌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전까지만해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시큰둥하던 국내 관객들이 유독 [너의 이름은.]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참고로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초속 5센티미터]는 3만명, [별을 쫓는 아이 : 아가르타의 전설]과 [언어의 정원]은 6만명을 동원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너의 이름은.]은 개봉 7일만에 148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국내 관객의 태도가 변한 것은 [너의 이름은.]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세계가 집대성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사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이 국내 관객에게 낯설었던 이유는 스토리 중심이 아닌, 아련한 감정 위주로 영화를 이끌어갔기 때문입니다. [초속 5센티미터]와 [언어의 정원]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하지만 일본 신화를 바탕으로한 [별을 쫓는 아이 : 아가르타의 전설]에서는 스토리를 강화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스토리를 강화시킨 부작용으로 아련한 감정이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너의 이름은.]은 스토리 강화와 아련한 감정을 모두 살려냅니다. 마치 [초속 5센티미터]와 [별을 쫓는 아이 : 아가르타의 전설]을 교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판타지한 설정으로 스토리를 강화하다.

 

[너의 이름은.]은 [별을 쫓는 아이 : 아가르타의 전설]이 그러했듯 판타지한 설정으로 스토리를 강화시킵니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카미키 류노스케)와 시골마을 이토모리에 사는 사는 소녀 미츠하(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서로 몸이 뒤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처음엔 그저 리얼한 꿈이라고만 여겼던 타키와 미츠하. 하지만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영화의 초반은 타키와 미츠하의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코믹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미츠하의 몸에 들어간 타키는 뒤바뀐 몸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난감해하고, 타키의 몸에 들어간 미츠하는 화장실에 갔다온 후 두 뺨이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남과 여라는 성별의 차이만큼이나 도시와 시골이라는 공간의 차이도 두 사람을 난감하게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카페가 단 한곳도 없는 이토모리에 사는 미츠하는 도쿄 생활에 황홀함을 느끼고, 시골 마을 체험을 하게된 타키는 시끄러운 도시와는 다른 한적한 이토모리의 풍경에 동화되어갑니다.

바디 체인지는 수 많은 영화에서 자주 사용될만큼 인기가 있는 소재입니다. 특히 낯선 이의 몸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코미디의 소재로도 적합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러한 바디 체인지를 소재로 영화의 볼거리를 풍부하게 만들어냅니다. 감정 위주의 영화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화인 셈입니다.   

 

 

 

서서히 다가오는 슬픈 여운 (이하 영화의 결말이 언급됩니다.)

 

하지만 바디 체인지에 의한 코믹함만으로 영화가 진행된다면 [너의 이름은.]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누가 뭐래도 영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슬픈 감정의 여운이니까요. [너의 이름은.]에서는 타키가 미츠하를 만나기로 결심하고 이토모리를 찾아 떠나는 장면을 시작으로 서서히 슬픈 감정의 여운을 증폭시킵니다.

기억 속 마을의 풍경 밖에 모르는 타키가 미츠하를 만나기 위해 어렵게 이토모리를 찾는 과정은 마치 [초속 5센티미터]의 '제1화 벚꽃이야기'에서 아카리를 만나기 위해 기나긴 여정길에 오른 타카키의 초조함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금방이라도 만날 것만 같았던 미츠하와의 만남. 하지만 그 여정이 길어질수록 타키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져만갑니다. 그리고 결국 타키는 이토모리와 미츠하에 얽힌 슬픈 진실을 알게 됩니다.

3년전 혜성의 잔해가 마을 한가운데에 떨어지며 이토모리 마을은 폐허가 되어 버렸고,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마을 사람들의 명부에는 미츠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타키와 미츠하의 바디 체인지는 3년이라는 세월을 건너뛰며 이뤄졌던 것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러한 설정은 시간을 건너 뛰어 어떻게든 미츠하를 살리려는 타키의 애닮픈 몸부림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인연이 타키는 미처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3년전 이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츠하를 살리고 싶은 타키의 눈물겨운 노력은 더욱 영화를 보는 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와는 다른 해피엔딩이 더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우여곡절 끝에 이토모리 마을 사람들과 미츠하는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타키와 미츠하의 만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꿈에서 깨어나면 그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타키와 미츠하는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리움이 습관이 되어 버린 [초속 5센티미터]의 타카키가 그러했듯이 성인이 되어 취업전선에 뛰어든 타키는 마치 누군가를 무의식적으로 그리워하고 찾아헤매는 나날을 보냅니다.

분명히 [너의 이름은.]은 제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초속 5센티미터]와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슬픈 여운의 감정만을 내세운 [초속 5센티미터]와는 달리 [너의 이름은.]은 판타지한 설정으로 영화의 스토리를 강화함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 [초속 5센티미터]가 됩니다. 게다가 [초속 5센티미터]와는 달리 해피엔딩이라니... [초속 5센티미터]를 보며 결코 연결되지 않은 첫사랑의 안타까움을 느껴야 했던 저는 타키와 미츠하가 돌고 돌아 서로 마주하는 장면에서 희열과 쾌감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새드엔딩을 좋아하지만 어찌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결국 서로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던 타키와 미츠하.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저는 두 사람이 서로 마주하는 장면에서 "휴! 다행이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라는 안도감을 느끼며 극장 밖으로 나설 수가 있었습니다. 이미지화된 감정의 여운과 판타지한 영화적 재미가 만나면서 이뤄지는 시너지 효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세계는 [너의 이름은.]을 통해 최절정에 달했습니다. 앞으로 그가 또 어떤 애니메이션을 선보일지... 이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기다렸듯,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도 기다려집니다.

 

  [초속 5센티미터]를 처음 보던 날,

나는 신카이 마코토의 이름을 가슴 깊이 새겨놓았다.

그리고 이제 [너의 이름은.]을 처음 본 관객들도 나처럼

신카이 마코토의 이름을 가슴 깊이 새기겠지?

[너의 이름은.]을 보며 느낀 이러한 공감대가 나를 더욱 흥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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