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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신저스] - 그들에겐 사랑이 최고의 모험이다.
12  쭈니 2017.01.10 10:23:03
조회 345 댓글 4 신고

 

 

감독 : 모튼 틸덤

주연 : 크리스 프랫, 제니퍼 로렌스, 마이클 쉰, 로렌스 피시번

개봉 : 2017년 1월 4일

관람 : 2017년 1월 7일

등급 : 12세 관람가

 

 

내 생일의 최고 선물은 웅이와 영화 보기

 

지난 1월 7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나이 마흔이 넘어가며 생일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매년 구피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먹으며 조촐하게 생일을 보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크게 일을 벌였습니다. 우연히도 제 생일이 토요일이고, 작년 연말에 가족들과 송년회를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떠올라 제 생일을 핑계로 어머니 집에서 누나, 동생 부부와 함께 제 생일파티겸 신년회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제 생일 파티를 위해 저는 일찌감치 서둘렀습니다. 어머니 집에 가기 전에 웅이와 조조할인으로 [패신저스]를 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웅이와 함께 보는 [패신저스]가 올해의 제 첫번째 생일선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웅이와 극장에서 보는 2017년 첫 영화이기도 하고요. 그런 뜻깊은 영화이기에 [패신저스]에 거는 기대는 컸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패신저스]는 완벽하게 제 기대를 채워줬습니다.

[패신저스]는 120년 후의 개척 행성으로 떠나는 초호화 우주선 아발론 호를 배경으로한 영화입니다. 아발론 호에는 새로운 행성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5천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이 남들보다 90년이나 먼저 동면에서 깨어나는 사고가 벌어집니다. 텅빈 우주선에서 혼자 깨어난 짐. 다시 동면에 들 수도 없는 상황. 개척 행성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었지만 텅빈 우주선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야할 위기에 처한 짐은 결국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혼자 얼마나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패신저스]를 보면서 저는 '과연 나라면 혼자서 얼마나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저는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혼자 영화보고, 혼자 책읽고, 혼자 글쓰고, 혼자 산책하고... 하지만 아무리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저라도 너무 긴 시간을 혼자 보내다보면 외로움이라는 치명적인 적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입니다. 짐도 그러했습니다. 혼자 깨어난 짐은 처음엔 어떻게든 다시 동면에 들기 위해 모든 것을 해봅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짐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것은 아발론 호내에 있는 럭셔리바의 바텐더인 아서(마이클 쉰)입니다. 하지만 아서는 사람이 아닌 로봇입니다. 그러한 아서는 절망에 빠진 짐에게 어쩔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라는 충고를 해줍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혼자 노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1년이라는 시간을 혼자 보낸 짐은 자살을 결심합니다. 바로 그때 동면 상태인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을 보게된 것입니다. 작가인 오로라는 개척 행성에서의 새로운 경험으로 작가로써 자신의 역량을 더욱 증폭시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짐은 오로라의 인터뷰, 오로라의 글을 보며 점점 그녀에게 사랑을 느낍니다.

자! 바로 이 부분에서 짐에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옵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오로라를 깨울 것인가? 아니면 혼자서 외롭게 생을 마감할 것인가? 오로라를 깨운다는 것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리고 결국 짐은 오로라를 깨우고, 그때부터 [패신저스]의 스토리 라인은 격랑에 휘말립니다. 

 

 

 

그들의 사랑은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짐의 선택에 의해 오로라는 깨어납니다. 그녀 역시 처음엔 남들보다 900년이나 일찍 동면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에 좌절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행히도(?)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먼저 동면에서 깨어난 짐이 있었고, 짐의 존재 덕분에 오로라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습니다. 그리고 짐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집니다. 모든 것이 짐이 의도했던대로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위태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짐에게는 오로라에게 절대 밝혀서는 안되는 비밀이 있었고, 비밀이라는 것은 결코 영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패신저스]가 대단한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이 영화의 공간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아발론 호가 아무리 초호화 우주선이라고는 하지만 짐과 오로라가 갈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없습니다. 게다가 등장 인물도 매우 제한적입니다. 짐과 오로라 외에 아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닌 로봇을 뿐입니다. 물론 영화의 중반부에 승무원인 거스 만쿠소(로렌스 피시번)가 깨어나지만, 그의 역할은 짐과 오로라에게 승무원 아이디 카드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된 공간과 제한된 등장 인물로 [패신저스]는 사랑의 희노애락을 모두 담아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설레임, 그리고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환희와 사랑이 위기를 맞이했을 때의 절망, 그리고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완성되는 진정한 사랑까지... 누군가 이 영화를 우주에서의 [타이타닉]이라 했던데,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러한 평가가 결코 과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주변의 누군가를 끌어당기게 되어 있다.

 

이쯤에서 어쩌면 과연 짐의 사랑은 정당한가? 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짐이 오로라를 깨운 것은 이기적인 행동임에 분명합니다. 그가 아무리 외로웠다고해도 누군가를 선택해서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빠지도록 만드는 것은 정당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모든 진실을 알았는 때 짐에 대한 오로라의 분노 또한 정당합니다. 만약 제가 오로라였다고 해도 짐에게 분노를 느꼈을 것입니다. '왜 하필 나야?'라고 외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짐을 대신해서 거스가 변명을 해줍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주변의 누군가를 끌어당기게 되어 있다고 말입니다. 분명 짐의 행동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간적으로 이해는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사람이 물에 빠지면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게 되고, 손에 잡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잡아당기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구조하려는 사람과 함께 물에 빠져 죽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것은 옳은 행동인지, 그른 행동인지의 잣대보다는 생존에 대한 무의식적 행위로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저는 진실을 알았을 때 분노하고 두려워하는 오로라도 이해가 되었지만, 너무 사무치는 외로움으로 오로라를 깨울 수 밖에 없었던 짐의 선택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만약 오로라를 깨우지 않았다면 짐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결국 짐은 살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죠. 그러한 짐의 선택은 오로라에겐 재앙이 되었지만, 어찌되었건 짐에겐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안겨줍니다.

 

  

 

오로라가 원했던 것은 새로운 모험이 아니었던가?

 

오로라가 지구를 떠나 개척 행성을 선택한 것은 새로운 모험을 위해서였습니다. 극지 탐험, 종군 기자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최고의 소설가가 된 아버지의 명성에 항상 짓눌렸던 오로라에게 개척 행성은 새로운 모험의 대상인 것입니다. 지구에서의 따분한 일상보다는 모든 것이 새로운 개척 행성에서 오로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예기치 못한 모험을 하고, 그럼으로써 아버지처럼 자신의 작가적 역량을 키워나가려 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오로라는 아발론 호에서 최고의 모험을 경험하게 됩니다. 짐과 함께 폭발 위기에 빠진 아발론 호를 구해냈고, 그 누구도 경험한 적이 없는 위대한 사랑도 하게됩니다. 결국 오로라가 원했던 최고의 모험은 아발론 호에서 짐과의 사랑으로 완성된 것입니다. 개척 행성에서의 새로운 일상이 과연 이것보다 더 위대한 모험이었을까요? 개척 행성에서 어떤 새로운 모험이 오로라를 기다리고 있을런지 알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오로라는 아발론 호에서 짐과 함께 최고의 모험을 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짐과 오로라가 이루어놓은 모험의 흔적들이 제 마음을 흔들어놓았습니다. 90년이라는 세월동안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처럼 아발론 호에서 온전히 그들의 사랑을 즐길 수 있었던 짐과 오로라. 그들의 사랑 덕분에 아발론 호의 5천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들은 무사히 개척 행성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 그들의 사랑이야말로 위대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한 위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저는 여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내게 짐과 같은 선택이 주어졌다면...

만약 내게 오로라와 같은 선택이 주어졌다면...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선택에 의한 결과물이 아닐까?

짐은 오로라를 깨우기로 선택했고, 오로라는 짐에게 남기로 선택했다.

그 선택이 결국 위대한 사랑을 이루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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