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벌여놓은 '판'에 비해 스케일이 커 보이지는 않는
▣ '회장'이라 불리지만 그냥 사기꾼이었던 '진회장'과 그의 '원 네트워크'
그리고 진회장과 그에게 돈을 받는 비리 권력층을 잘라내려는 '김팀장'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두말할 것도 없이 '돈'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세상, 언젠가부터 사람 위에 돈이 군림하고 있는 세상,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평범한 방법으로는 제 집 마련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하기에도 벅찬 현실이기에 사람들은 조금 더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을 찾아 투자하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테크를 시도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꿈을 갉아먹으며, 아니 빨아먹으며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사람이 원 네트워크의 '진회장'(이병헌)입니다.
김엄마(진경), 박장군(김우빈)이라 불리는 주요 간부와 함께 손을 잡고 화려한 언변으로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면서 그 반대급부로 그들의 돈을 갈취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었던 진회장. 하지만 경찰청 지능수사팀의 김재명 팀장(강동원)은 이런 진회장의 뒤를 오랫동안 캐면서 진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돈을 받아먹으며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윗선의 권력들까지 한번에 잘라내기 위한 모종의 작전을 은밀하게 진행중이었는데, 좀 더 확실한 작전의 성공을 위해 핵심간부 '박장군'을 회유하여 자신들의 내부자로 만들려고 합니다.
▣ 현 시대에 가장 강력한 권력인 '돈'과 거기에 기생하고 있는 사람들
이런 세상을 뒤집어 엎으려고 했던 김팀장이었지만..
적과 동지의 경계선도 희미하고 온전히 나에게 득이 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만이 존재하는 정글과도 같은 세상. 때문에 활용 가치가 사라진 사람은 그저 제거하면 그만인 잔혹한 생존 본능이 존재하는 그들만의 세상. 이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은 '돈'으로 그 강력한 무기를 통해 뒤에서 권력을 조종하고 있었던 '진회장'은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 돈을 지켜야 했고 이미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큰 돈을 수중에 쥐고 있음에도 끊임없는 탐욕은 더 큰 것을 원합니다.
또한 여기에 기생하고 있었던 이들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지 않기 위해 그를 보호해야 했지만 동시에 그들 역시 그들만의 세상 법칙과 떨어져있는 이들이 아녔기에 자신에게 득이 되는 일만을 하려하며 더 큰 이익이 돌아오길 바라는 검은 속내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들을 일거에 제거하려는 '김팀장'의 계획까지, <마스터>는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는, 누구 하나 온전히 믿을 수 없는 관계와 그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썩어빠진 세상'을 고치고 싶었던 김팀장의 작전이 뒤엉키고 있었던 이야기로 이는 근래에 등장했던 여러 작품들과 같은 뉘앙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전반부와 후반부로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이야기
사상 최대의 판을 벌이는 이들과 그를 막으려는 이들의 대립
다만 벌여놓은 '판'에 비해 '스케일'이 커 보이진 않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야기의 <마스터>가 차별화하고 있는 부분은 그 '스케일'이 아녔나 싶습니다. 불과 2년전 <기술자들>이 벌였던 1,500억짜리 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지만, <마스터>는 1,500억이 그저 '푼돈' 정도로 느껴질 만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판을 벌였던 것인데 문제는 그저 '액수'만 키우면서 몸집을 불려놨을 뿐 영화가 담아내는 이야기는 그 익숙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한국과 필리핀 마닐라로 그 공간에서부터 나눠지면서 전반부와 후반부로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사상 최대의 판을 벌이는 이들과 그를 막으려는 이들의 대립을 그려내고 있는 영화 <마스터>지만 촘촘하게 잘 짜여져 있는 작전보다는 몇몇 인물에 많이 의존하는 모습이었고 적과 아군의 모호한 경계가 주는 그 '심리전' 역시 탁월하지 못하며 '한방' 역시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정도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말해 <마스터>는 그 말로만 벌여놓은 '판'에 비해 스케일이 커 보이지는 않는 작품이면서 '배우'에게 크게 기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죠. 물론 그런 이유로 이런 화려한 멀티 캐스팅 영화들이 요즘 많이 등장하는 것이긴 하지만.
▣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재밌게 볼 수는 있었던 작품 <마스터>
특히 '진회장'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은 역시 탁월하네요
다만, 이런 아쉬움도 남는 영화였지만 <마스터>는 분명 재밌는 영화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살짝 길게 느껴지기도 하는 143분이란 러닝타임 동안 그 이야기에 몰입해서 볼 수는 있었는데 이는 배우들의 힘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것은 역시 진회장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이었는데 다른 배우들도 제 역할을 해주긴 했지만 이병헌이 아녔다면 이 영화는 양념이 부족한 요리가 됐을 것도 같았을 만큼 이병헌의 캐릭터 소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네요. 역시 분명 좋은 배우이긴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그의 작품을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부조리한 현실에 '한 방'을 날리는 영화들이 그다지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해주진 못하고 있다는게 씁쓸하기만 합니다. 물론 영화속 그 세상은 부조리함을 뒤집어 엎으려고 했던 그들의 노력에 의해 분명 변화가 있었을테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난 뒤 돌아오게 되는 현실속 세상은 결코 그렇지 못하니까요. 우리는 지금 이런 영화속 사이다가 아닌 현실의 사이다가 되어줄 극적인 한방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