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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는 신분도 없고, 귀천도 없다 "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어떤 영화인가?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2009년 대산문학상 수상작인 박범신 작가의 소설 [고산자]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저 멀리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투캅스>, <공공의 적> 같은 작품부터 2012년작 <전설의 주목>까지 오랜 기간 연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강우석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영화에서 '고산자 김정호'는 차승원 배우가, 흥선대원군은 유준상 배우가 맡아서 연기합니다.

예고편이 공개됐을때 수많은 우려감들이 표출되었던

'식민사관'이 녹아 있는 영화?' 라는 편견으로 바라볼 작품까진 아닙니다

< ▲ 공개된 예고편 속의 모습에서 흥선대원군과 고산자와 관련하여 식민사관이 녹아 있는

영화가 아닌가? 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렇게 느껴지진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

고산자 '김정호'라는 이름에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밖에 없는 '대동여지도'. 하지만 중인 출신으로 추정되기에 그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고 그래서 어떤 것이 고산자에 대한 정설이다라고 말하는게 어려운 현실입니다. 여기에 조선의 지도 제작 능력을 폄하하려 했던 일제 '식민사관'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그에 대한 왜곡된 기록이 일반적인 사실처럼 굳어져 있기도 한데 그래서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처음 예고편을 공개했을때 그런 '식민사관이 녹아 있는 영화가 아닌가?'와 관련된 우려가 컸었습니다. 하지만 확인해본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그렇게 '식민사관'을 운운할 정도의 영화는 분명 아닌 것으로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고산자를 따라가는 영화의 오프닝에 펼쳐지고 있는 대단히 아름다운 경관들

그가 그토록 우리 땅을 사랑하고 지도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 ▲ CG인줄 알았던 장면인데 CG가 아니더군요.

굉장히 아름다웠던 백두산 천지, 그리고 우리나라 곳곳의 사계절 경관 >

고산자가 대동여지도를 만들 때 우리나라 곳곳을 발로 누비면서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만들었다라는게 익히 알려져 있는 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조선 땅을 모두 다 발로 밟으면서 확인하면서 만들었다기보다는 19세기 중엽까지 제작된 방대한 양들의 지도들을 참고하고, 그것들을 수정 보완하여 총집대성한 했다는 것이 정설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조선의 팔도를 누비는 그의 모습을 '지도를 제작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지도에 대한 커다란 열정만큼이나 우리 땅을 사랑했던 그의 행적들로 묘사하고 있었는데, 이런 고산자를 따라가는 영화의 오프닝은 대단히 아름다운 경관들을 스크린 속에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전국 곳곳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눈부신 경치와 백두산 천지의 찬란한 위용은 그가 왜 그토록 우리 땅을 사랑하고 지도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았으니까요.

상당한 픽션이 가미되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하지만 고산자의 가족사와 당시 천주교를 박해했던 시대상

그리고 안동 김씨 세도와 흥선대원군의 정치적인 대립이

하나의 이야기로 짜임새있게 이어지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 ▲ 그의 가족, 친지 등 영화속 그의 개인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부분 픽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

때문에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지도 제작을 위해 전국 곳곳을 누볐던 그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지도가 거의 다 완성된 이후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편리한 지도를 만들어서 일반 백성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싶었고 자신의 아버지처럼 잘못된 지도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당시의 안타까운 현실을 개선하고 싶었던 고산자, 다시 말해 아름다운 조선 땅과 백성을 사랑한 김정호의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 이야기에 연결되는 고산자의 가족사와 당시 천주교를 박해했던 시대상, 그리고 기세가 많이 꺾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던 안동 김씨 세도와 흥선대원군의 정치적인 대립과 같은 재료들이 상당한 픽션과 함께 버무러지지만 이것이 하나의 이야기로 짜임새있게 이어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퓨전스럽게 느껴지는 영화속 웃음 포인트들은 다소 과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무려 9개월간이나 촬영했다고 하는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오프닝에만 집중배치하고 있는 부분도 다소 아쉬운 활용으로 보이는..

< ▲ 아름다운 이 땅과 백성을 사랑하신 분, '고산자 김정호' >

게다가 다소 '퓨전'스럽게 느껴지는 영화속 웃음 포인트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갑자기 꽁트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들 정도로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것이었고, 역시 종국에는 신파로 귀결되었던 이야기가 큰 마음의 울림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아쉬움도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큰 굴곡 없이 다소 평탄하게 이어지고 있었던 이야기의 흐름도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다소 밋밋한 영화로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기도 했었구요. 그리고 무려 9개월간이나 촬영을 진행하였다는 우리나라 곳곳 아름다운 풍경의 활용을 오프닝에만 집중배치시켜놓고 있는 부분들도 좀 아쉽게 느껴지더군요. 다만 '실측도'로 제작된 대동여지도 목판에는 울릉도 옆의 독도가 그려져있지 않지만 고산자의 필사본에는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 '독도'의 모습에 대한 감독의 재해석은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