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 26년전 영화에서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다
★★★★☆
" 나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 숲으로 왔다.
삶의 정수를 흡수하기 위해,
사려깊게 살고 싶다.
삶이 다했을 때 삶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 "
삶이 다했을 때 삶에 대해 후회하지 말라. "
< ▲ Captain My Captain, 그리운 그 얼굴.. >
<죽은 시인의 사회>는 어떤 영화인가? <죽은 시인의 사회>는 <그린 카드>, <트루먼 쇼> 등 훌륭한 작품을 연출한 '피터 위어' 감독의 작품으로 보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그 제목만큼은 아마 한번쯤 다 들어보시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대단히 큰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학생들과 선생님 사이의 관계를 담아내는 영화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손꼽히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명작'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로빈 윌리엄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린 지도 2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은 시인의 사회>의 재개봉이 이뤄졌습니다.
'전통, 명예, 규율, 최고'가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명문 사립 '웰튼'
그 잘 짜여진 교육 시스템 속에서 학생들은 그저 잘 돌아가는 기계의 부속품처럼
기능적으로 따라야만 할뿐, 그들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 ▲ '웰튼'의 신입생 '토드 앤더슨'을 연기한 에단 호크의 풋풋한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 >
진지하고 근엄하며 엄숙하게 느껴지는 명문 사립학교 '웰튼'의 입학식. '전통, 명예, 규율. 최고'가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학교는 졸업과 함께 75%의 졸업생들에게 '아이비리그'로의 진학이 보장되었던 곳으로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결과였습니다. 때문에 학부모들 역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여겼던 그 곳에 자녀들을 맡겼던 것이구요. 하지만 오로지 결과를 내기 위해 이뤄지는 잘 짜여진 교육 시스템 속에서 '학생' 개개인은 그저 잘 돌아가는 기계속의 부속품처럼 기능적으로 따라야 했을뿐, 그들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학교의 4개 교훈을 '익살, 공포, 타락. 배설'로 비틀면서 조롱하고 기숙사 내에 숨어서 담배 피는 것 정도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소심한 반항이었을뿐이죠.
하지만 새로 부임한 '키팅 선생님'은 달랐습니다
그저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성숙한 성인'으로 자라길 바랬던..
< ▲ 틀에 박힌 수업과는 확실히 달랐던 키팅 선생님의 수업 >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오리를 거두라.
시간은 흘러 오늘 핀 꽃이 내일이면 죽게 될 것이다"
부모님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이 있었고 또 다른 또래들처럼 '이성'에 대한 호기심도 컸으며 지루한 삼각법이니 라틴어니 하는 수업이 아니라 뭔가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던 학생들이었지만 그런 학생 개개인의 생각과 개성은 모두 무시된채 온전히 입시 위주의 틀에 박힌 교육제도를 따라가야만 했던 아이들. 하지만 새로 부임한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는 달랐습니다. 첫 수업부터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한번 뿐인 삶, 나 자신의 삶을 살 것, 현재를 즐겨라'고 말하던 그는 '웰튼'이 구축하고 있는 교육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인물로 그저 기계적으로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만드는 교육이 아닌 학생들 스스로가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진정한 자신의 본 모습과 모두가 갖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면서 그들 각자가 성숙한 성인으로서 성장하길 바랬던 것이죠.
남들이 규정해놓은 규격화되어 있는 삶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인물이 되길 바랬던 키팅 선생님
대단히 보수적이었던 학교 '웰튼'이 이런 키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고울리가 없었습니다
< ▲ 따뜻한 웃음과 함께 전해주시던 삶의 조언, 벌써 그가 떠난지도 2년이나 지났네요 >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모두가 "예'라고 할때 슬며시 "예'라고 같이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은 다르다면 그 생각을 솔직히 표현 할 수 있는 뚜렷한 주관을 가진 사람, 다른 사람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모두가 바라보는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줄도 아는 넓은 시선을 가진 사람. 즉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바랬던 것은 간단했습니다. 온전한 '나'로서, 스스로의 판단대로 행동하고 남들이 규정해놓은 규격화되어 있는 삶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주체적인 인물이 되길 바랬던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학생들에게 전해주려고 했던 것인데 이런 진취적인 인물이었던 키팅이었기에 대단히 보수적이었던 학교 '웰튼'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려 26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보입니다
따뜻한 웃음과 함께 삶의 조언을 해주시던 로빈 윌리엄스의 모습에 가슴 뭉클해지던..
< ▲ 오 캡틴, 마이 캡틴.. 말이 필요 없는 장면이죠 >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무려 26년전에 만들어진 이 작품에서 현 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오싹함(?)이 느껴집니다. 온전히 '대학 입시'에만 포커스를 맞춘 채로 이뤄지는 교육과 그런 흐름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부모님과 학생들.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강요하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며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는 사이 병들어가는 아이들.. 그리고 거기서 초래되는 비극적인 결말까지 <죽은 시인의 사회>가 담아내는 이야기는 그저 영화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죠. 하지만 이는 개개인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 사회 전체가 영화속 '웰튼'이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처럼 돌아가고 있기에 아무리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이 옳다고 해도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는 그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때문에 '죽은 시인의 사회'에 머물 수 밖에 없는 현실, 과연 이런 현실이 바뀌는 날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 <죽은 시인의 사회>, 따뜻한 웃음을 머금은 평온한 얼굴로 삶의 조언을 해주시던 로빈 윌리엄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왜 그렇게 가슴 뭉클하게 느껴지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