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한 사람의 악인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
★★★
" 그 남자 우리 아빠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
< ▲ '카가와 테루유키'가 연기한 '니시노', 상당히 섬뜩한 인물이었습니다 >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은 어떤 영화인가?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이후 <크리피)>은 일본의 작가 '마에카와 유타카'의 장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큐어>, <도플갱어>, <해안가로의 여행> 등등의 많은 작품을 연출한 일본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입니다. 영화에서 범죄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 '다카쿠라'는 니시지마 히데토시가, 그의 아내 '야스코'는 다케우치 유코가, 그리고 수상한 이웃 남자 '니시노'는 카가와 테루유키가 연기합니다.
범죄자들 역시 모두 '누군가의 이웃'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막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온 '다카쿠라'와 '야스코' 부부
인사를 하기 위해 들렀던 이웃 집의 남자 '니시노'에게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는데..
< ▲ 음산함이 가득 느껴지는 옆집, 이 곳에 살고 있는 남자 역시 이상한 기운 가득합니다 >
아무리 '귀신'이 무섭다고 한들 요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역시 사람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런 사람이 흉악한 범죄자로 밝혀지곤 하는 경우를 뉴스에서 자주 접하게 되기도 하구요. 특히 그런 흉악한 범죄자들이 무인도에서 혼자 살지 않는 이상 모두가 '누군가의 이웃'일 수 밖에 없는데 <크리피>는 바로 그런 막연한 불안감 혹은 두려움에서 출발하는 영화입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온 '다카쿠라'(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야스코'(다케우치 유코) 부부는 인사를 하기 위해 들렸던 이웃 집의 남자 '니시노'(카가와 테루유키)에게서 상당히 이상한 기운을 느꼈던 것이죠.
특히 '야스코'에게 접근하는 남자 '니시노'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야스코'가 조금씩 변해간다는 것..
< ▲ 이 남자와 마주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야스코' 역시 점점 변해가는데.. >
처음에는 그런 옆집 사람이 그저 괴짜, 혹은 조금 성격이 독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고 사람들을 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결례를 범했다는 '니시노'의 말을 믿기도 하면서 사라질 뻔 하기도 했던 이상한 느낌, 하지만 순간 순간 변하는 그의 섬뜩한 모습은 야스코에게 있어서 결코 익숙해지거나 가까워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남편이 집을 비우고 나면 홀로 집에 남을 수 밖에 없었던 그녀가 느끼는 불안감은 더더욱 큰 것이었구요. 어쩌면 새로운 곳에 살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이질감 혹은 외로움으로 여길 수도 있었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웠던 상황, 그런 야스코에게 니시노는 조금씩 접근하려하고 그녀에게 이상한 말들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더욱 이상한 것은 야스코 역시 조금씩 변해간다는 것이었죠.
한번 생겨나기 시작한 의심은 점점 켜져가고 의심은 확신으로 변합니다
오래전에 있었던 일가족 실종 사건과 옆집 남자 사이에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가?
< ▲ 오래 전에 발생했던 일가족 실종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다카쿠라 >
한편, 이제는 형사일을 그만뒀지만 우연한 계기로 오래전에 있었던 '일가족 실종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하는 '다카쿠라'의 이야기는 아내의 그것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야스코와 니시노 사이의 경우에는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와 같은 의문이 가득 느껴진다면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가는 다카쿠라의 이야기는 '수사물'로서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었던 것이죠. 오래 전에 일가족이 모두 사라지고 한 명의 딸 아이만 남아있던 사건을 다시 조사해가던 다카쿠라는 당시에 미처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혼자 남은 딸을 통해 듣게 되고, 그 일이 일어난 집의 형태가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의 구조와 닮았음을 알게 되면서 그 사건의 본 모습에 조금씩 다가가는데 그럴 수록 그 일에 옆집의 남자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점점 커져 가던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줬던 것은 옆집의 딸이라고 여겼던 여학생의 말이었습니다. "그 남자 우리 아빠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라던 그 말.. 하지만, 그렇게 심증은 있을뿐 아직 확실한 물증이 없었기 때문에 그로서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했지만 중후반부 이후 이야기 흐름은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지면서 모호함에서 비롯되는 물음표가 많이 생깁니다
< ▲ 딸인 줄로만 알았지만 그 남자는 우리 아빠가 아니라고 말하는 여학생
흥미로운 이야기였으나, 중후반부 이후의 이야기 흐름은 물음표가 남기도 합니다 >
이처럼 <크리피>는 오래 전에 일어났던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에서 비롯하여 그 사건의 본 모습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 한 사람의 '악인'이 주변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 일들을 겪지 않았다면 평범하고 행복했던 그들이었지만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도 참담한 일을 겪었고 멀리 와버린 이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희망'은 남아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작품 <크리피>. 이것은 단순히 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삭막하고 더더욱 위험해져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이웃 관계를 압축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었구요. 다만 흥미로운 영화이긴 했었지만 중후반부 이후의 이야기에는 설명이 다소 부족하면서 '명쾌함' 보다는 '모호함'에서 비롯되는 물음표가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이 작품도 역시 원작을 읽어봐야 하는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