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그 어디에도 내 몸 하나 둘 곳이 없네
★★★
" 세상이 다 썩었는데 살아서 뭐하겠어 "
< ▲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전공 분야죠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입니다 >
<서울역>은 어떤 영화인가? <서울역>은 <부산역>은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사실 이런 애니메이션이 연상호 감독의 전공분야이기도 합니다. <돼지의 왕>으로 데뷔했고 <창>, <사이비> 등의 작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담아내는 것이 그동안의 연상호 감독 스타일이었기 때문인데 감독의 그러한 시선은 이번 작품 <서울역>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품에서 소녀 '혜선'의 목소리는 심은경 배우가, 혜선의 남자친구 '기웅'의 목소리는 이준 배우가, 혜선의 아빠 '석규'의 목소리는 류승룡 배우가 연기합니다.
<서울역>은 <부산행>과 닮아있지만 연결고리는 없고
<부산행> 하루 전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즉, <부산행>의 프리퀄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서울역>
< ▲ '부산행'의 처음에 등장하는 그 소녀와 같은 이름이지만 그냥 이름만 같습니다. >
대한민국에 창궐한 '좀비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을 실사로 옮겼고 이것이 굉장히 유효하게 먹혀들면서 1100만 관객을 넘는 엄청난 흥행을 기록 중인 <부산행>.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시작된 것인가?'라는 궁금증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저 역시 마찬가지였구요. <부산행>의 시작 부분의 '고라니'와 영화속 그들이 주고 받는 대화를 통해 그 모든 일들이 인간에 의해 시작된 '인재'라는 뉘앙스는 풍기고 있지만 그래도 확실히 답을 듣고 싶기도 했던 것인데, 때문에 <부산행>의 프리퀄이라고 밝힌 <서울역>이 궁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역>은 <부산행>과 닮아있지만 연결고리는 없고 <부산행>의 하루 전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기 때문에 프리퀄이라고는 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냥 <부산행>의 좀비 소녀와 이름만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랄까요.
여전히 밝혀주지 않는 그 모든 일들의 '원인'
어쩌면 연상호 감독은 그 원인에 대한 설명을 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
'좀비 영화'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감독은 그를 통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 ▲ 갑자기 좀비로 변해버린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한 서울은 점점 지옥으로 변해가고.. >
게다가 이번 <서울역>에서도 이 모든 사태가 어디서부터, 왜 시작 된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부산행>에서 느꼈던 그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있고, <서울역>의 그들은 또 왜 그렇게 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연상호 감독은 애초에 그 '원인'에 대한 설명을 할 마음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외피는 '좀비 영화'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것, 즉 그동안 연출해왔던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와 같은 작품들과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연상호 감독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무엇이 원인이 된 것인지와 같은 '인과 관계'가 명확한 '재난 영화'로서가 아닌 '좀비'라는 확실한 상징성을 띄고 있는 소재를 통해 직설적인 은유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던 것이죠. 물론 그럼에도 남아 있는 궁금증에 대한 약간의 단서조차 주지 않은 그가 좀 야속(?)하기도 합니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취약 계층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그들을 통해 다양하게 그려지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대단히 디스토피아적이고 음울한 분위기가 가득한 영화 <서울역>
< ▲ 남자친구 '기웅'과 혜선의 아버지는 혜선을 찾아 서울의 이곳 저곳을 누비고.. >
낮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교통의 중심이지만 밤이 되면 벼랑 끝으로 몰린 이들이 모여드는 장소 '서울역'. 연상호 감독의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서울역> 역시 취약 계층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면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그들을 묘사하는 필체는 상당히 건조하게만 느껴지는데 그렇게 그려지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영화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관심을 주려고 하지 않고 편견이 가득한 시선으로만 바라 보게 되는 '노숙자' 문제, 가출 청소년들이 마주하게 되는 열악하고 무서운 현실.. 그 어느 곳에도 내 몸 하나 둘 곳이 없는 사람들의 위태로운 모습은 이미 '좀비'가 나타나기 전에도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했던 것인데, 이런 현실을 '좀비'라는 특별한 소재를 통해 더 비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영화는 <부산행>과는 달리 대단히 디스토피아적이고 음울한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역시 그 끝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어떤 좀비보다도 더 무섭게만 느껴지는 '사람', 바로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인 것이겠죠.
'프리퀄'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했을때
그 드라마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 <서울역>
< ▲ 그 묘사들은 기괴하게 느껴지는 것이긴 했지만 역동성은 부족하게 느껴지던 영화속 그림들
그나저나 서울역의 곳곳에는 '고급 오피스텔, 신도시 아파트'와 같은 광고들이 가득 한데
그런 광고들은 그 어느 곳에도 제대로 누울 곳 없었던 사람들의 상황과 명확한 대비를 이룹니다 >
이처럼 <서울역>은 그동안 연상호 감독이 쭉 해오던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고 바로 이것이 연상호 감독의 진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서울역>이 담아내고 있는 드라마는 개인적으로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만큼 깊이 있게 와닿지는 않았던 아쉬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의 작화가 예전의 작품들, 즉 다소 정적인 분위기의 작품들에서는 그 이야기들과 상당히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었지만 <서울역>처럼 다분히 동적인 영화의 경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도 하구요. 게다가 극중 '캐릭터'가 아니라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배우'의 얼굴이 계속 떠오르게 되던 영화의 목소리 연기 역시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