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이 녹아 있는 한국형 재난 드라마
" 안되는데.. 나 아직 살아 있는데.. "
< ▲ 터널이 붕괴되는 사고로 인해 터널에 갇혀버린 남자 '정수'(하정우) >
<터널>은 어떤 영화인가? <터널>은 <비스티 보이즈>와 <소원>의 원안 소설인 [나는 텐프로였다], [소원]등의 작품을 쓴 소재원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2년전 <끝까지 간다>로 주목을 받았던 김성훈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입니다. 영화에서 갑자기 붕괴된 터널에 갇히게 되는 남자 '정수'는 하정우 배우가 연기하고 그의 아내로는 <도희야> 이후 우리 작품에 2년만에 출연하고 있는 배두나 배우가 연기하고 있으며, 천만요정 '오달수 배우'는 911 대원으로 출연하면서 영화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대책들
하지만 그럼에도 대형 인명피해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현실
<터널>의 '정수'는 그런 현실의 희생양이 되고 맙니다
< ▲ 지은지 단 한달 된 터널이 무너져 내리고, 퇴근 중이던 '정수'(하정우)가 그 안에 갇힙니다 >
대형 사고가 일어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다양한 대책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번 끓어 올랐던 여론이나 정치권의 기류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수그러들기 마련이고 또 다시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사고의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이런 모습은 그저 영화나 소설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동안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낸 슬픈 현주소로 그저 임시방편, 주먹구구식의 대책들만 있을뿐 본질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다보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인재(人災)들은 고스란히 소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고 이는 안타까운 희생들을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이 작품 <터널>의 '정수'(하정우) 역시 그러했습니다.
정수가 겪은 일은 그가 운이 나빴던 것이었을뿐 누구나 겪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하게 되는 생존을 위한 외로운 싸움
< ▲ 그때부터 시작되는 생존을 위한 투쟁, 스마트폰의 밧데리는 무한대가 아니고
계속해서 꺼둘 수도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데드 라인'이 정해져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딸의 생일 케이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큰 계약을 따내서 더더욱 기분이 좋았던 정수였지만 그런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제 막 지은지 한달 밖에 지나지 않은 '하도 터널'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그는 터널 한복판에서 잔해 속에 갇히고 말았던 것이죠. 영화속 대사를 빌리자면 어떤 공사현장에서든지 FM대로 하는 곳은 별로 없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는 현실에서 운이 나빴기 때문에 그런 일을 겪을 수 밖에 없었을 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의 희생양이 되고 만 정우. 그때부터 그는 생존을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해야했습니다. 이처럼 <터널>은 '칠레 광부의 기적'과 같은 실화나 <베리드>, <127시간>과 같은 작품이 떠오르는 설정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터널>은 단순히 그가 처한 '재난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는 작품은 아니었고
외부에서 진행되는 그의 구조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상들을 담아냅니다
< ▲ 그리고 911 구조대장을 연기한 '오달수 배우', 이 분에게는 어려운 발음 시키지 마세요 >
그래도 다행히 스마트폰은 망가지지 않아서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는 있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던 외부에서도 곧장 구조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금방 구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던 정우. 특히 혼자인줄로만 알았던 터널 내부에서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젊은 여자와 그녀가 키우는 강아지도 있었기에 <터널>은 좀 더 풍부한 이야기거리를 가질수 있었고 이를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는 의외로 웃음까지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외부에서의 이야기도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춰내면서 영화는 제법 강한 몰입감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터널>은 앞에서 언급한 <베리드>나 <127시간>과 같은 작품처럼 그가 처한 '재난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를 구조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던 외부의 이야기들을 통해 영화는 '우리 사회의 현상들'을 담아내고 있었던 것이죠.
익숙하게만 느껴지는 답답하고 화가나는 모습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되는 2년전의 그 아픈 기억
< ▲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을 담아내는 작품, 역시 그런 이야기에는 빠지지 않는 기자들 >
'칠레 광부의 기적'의 한국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이야기, 하지만 그를 구해내기 위한 외부의 모습에는 그저 한 사람의 소중한 인명을 구하기 위한 '노력'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보여주기식 쇼를 위해 자리에 참석하여 사진 찍는 것만이 중요했던 정치인의 모습이나 단순히 기사거리만을 노리는 기자들의 모습은 다양한 작품들, 아니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니까요. 그리고 설계도와 다르게 지어진 부실 공사에서 비롯하여 생긴 오차로 인해 지연되면서 서서히 사람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가던 구조 작업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또 다른 인명 피해로 인해 생겨나는 부정적인 여론은 어쩔 수 없이 2년전 그 아픈 기억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구요. 하지만 영화는 이런 다양한 사회 현상들을 나열하듯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로 인해 외부와 내부 이야기의 밸런스가 깨져버린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사회의 현상들에 힘을 주면서
내부와 외부 이야기의 밸런스가 깨져버리는 아쉬움이 있었고
특히 내부의 이야기에서는 '어떻게'가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 피해자의 아내인 그녀는 왜 달걀을 맞아야 했는가,
어쩔 수 없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그 아픈 기억 >
그렇게 '외부'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동안 조금은 소홀해졌던 '내부'의 이야기, 그 결과 내부의 이야기는 결국 '어떻게'가 부족하게 느껴지게 된 것이죠. 다시 말해 삼풍백화점에서 마지막으로 생존자가 발견됐다는 18일이란 최장 시간의 생존 날짜를 경신했던 정우였지만 그가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살아남았지에 대한 묘사는 불충분했던 것입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거의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했고 물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했지만 그렇게 보이지가 않는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도 했던 극중 정우의 모습. 이렇듯 <터널>은 우리 사회 현상을 담아내는 것에 좀 더 힘을 주면서 이런 스타일의 영화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생존'에 대한 부분을 다소 소홀하게 다루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재난 상황'은 그저 하정우라는 배우 개인의 힘과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약간의 신파적인 요소들에 의존하는 모습이 보였던 아쉬움이 있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답답함과 안타까움, 우리는 이런 세상을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영화가 선사하는 시원한 한방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역시 하정우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
< ▲ 네 이 분은 먹방이 빠지면 섭하죠, 물도 참 맛있게 먹는 배우 하정우 >
그리고 처음부터 계속해서 진행이 되는 '구조 작업' 역시 다소 설명이 배제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이런 영화적 장치들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었음에도 영화가 담아내는 이야기들에서는 어쩔 수 없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가 느껴질 수 밖에 없었기에 답답함과 함께 안타까움이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그런 세상을 살아갈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고구마 가득 먹이던 이야기가 마지막에 선사해준 약간의 사이다는 나쁘지 않네요. 특히 'TV속 장관의 기자 회견'과 애견샵 '개 짖는 소리'의 결합은 시원한 한방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하정우'라는 배우는 이렇게 멍석을 깔아놓고 혼자 놀게 만들어 주는게 역시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도 다시금 들면서 그를 좀 더 활용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공존하는 작품 <터널>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