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방송된 ‘불타는 청춘’에 구본승과 안혜지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김국진-강수지를 비롯한 ‘불타는 청춘’ 멤버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고, 새친구로 구본승과 안혜지가 합류한 것이다. 덕분에 화제성도 잡았지만 시청률도 크게 올랐다. 평소 6% 내외의 고정적인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꾸준하게 유지했던 ‘불타는 청춘’은 19일 방송분에선 무려 2% 가까이 급등(?)해 8.1%를 기록했다.

구본승 효과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방송전부터 ‘구본승’의 불청 출연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며 화제성으로 나타났고, 6%에서 8%로 껑충 뛴 시청률로 그 효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구본승 효과를 톡톡히 본 제작진 입장에선 향후 섭외에 있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프로그램의 정체성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타는 청춘’은 싱글인 ‘중견’ 스타들이 여행을 떠나 서로를 자연스럽게 알아가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리얼 예능이다. 그리고 꾸준한 관심과 사랑속에 벌써 1년 반을 넘긴 스테디셀러같은 예능이다. 그러나 초창기 불청과 비교하면 시청률은 꾸준하되, 프로그램의 색깔은 많이 옅어진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출연진의 세대교체’가 있다.

초창기 불타는 청춘 멤버들의 연령대는 상당히 높았다. 양금석, 김일우, 김동규, 정수라, 김보연 등 50대를 훌쩍 넘긴, 말그대로 ‘중견’ 연예인들이 다수였다. 그런데 현재 불청의 멤버들을 보자. 중간에 위치했던 MC 김국진은 맏형이 됐고, 막내였던 강수지-김완선은 언니고, 누나가 됐다. 19일 방송분만 봐도 70년생 최성국, 정찬, 이연수에 71년생 안혜지와 73년생 최연소 불청 출연자 구본승이 합류한 것이다. 출연진의 연령대가 대폭 낮아진 것이다.

세대교체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장단점도 있다. 불타는 청춘의 본격적인 세대교체 시점은 막내 멤버가 박형준에서 최성국으로 넘어가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박형준이 출연했던 시점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제작진이 불청을 ‘우결’화시키는 데 집중한 것에서 비롯된다. 자체 컨텐츠가 부족한 출연진은 짝을 정해 러브라인으로라도 살아남으려 애썼고, 제작진은 억지 러브라인을 이용해 화제성을 높이려는 악수를 고집했다.

물론 김국진-강수지 치와와커플처럼 자연스럽게 러브라인이 형성되어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 케이스도 있다. 그러나 ‘양금석-김도균’커플을 비롯해, 대부분 불청의 인스턴트 커플들은 제작진의 작위적인 러브라인 만들기에 희생양이 되면서, 프로그램에서 겉돌 수밖에 없었다. 우결쇼를 보여주기보단 차라리 하차는 게 진정성있게 보일 정도였으니까.

그럼에도 제작진의 우결병은 나아지지 않았다. ‘김완선-김동규’, ‘서태화-홍진희’ 등 진정한 연예인 친구를 만들어가는 ‘불타는 청춘’에서 자꾸 진지병 걸린 우결을 찍어댔다. 그 시점에서 이미 재미의 실종은 물론, 시청률도 정체 및 하락을 거듭했고, 중년연예인들의 열정과 우정도 빛이 바래졌다.

그래서 전환점이 된 최성국의 투입은 신의 한수로 평가받을 만하다. 우결이 아니면 진행이 안 되는 프로그램에, 예능감이 뛰어난 최성국은 자체 컨텐츠로 살아남는 방법을 제시한다. 굳이 억지 러브라인이 없어도 프로그램에 소금같은 역할을 하고, 멤버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최성국에 이어 김광규까지 합류하자 확실히 유쾌하고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아쉬운 건 ‘중견’이란 단어가 어색할 정도로 점점 어려지는 출연진의 연령대에 있다. MC 김국진은 친구가 하나둘 떠나갔다. 불청 공식커플 강수지가 있긴 하지만, 초창기 김동규-김일우 등 대화가 잘 통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친구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재는 불청의 한 멤버처럼 보이기보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의 모습이 더 많이 엿보인다.

김국진의 친구들 대신 최성국의 친구들이 ‘불타는 청춘’에 속속 입성하는 형국이다. 주요출연진이 김국진 또래에서 최성국 또래로 넘어갔다. 그것이 잘못됐다고 볼 순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최성국 합류시점 이후로 불청의 ‘우결화’가 예전에 비해 많이 희석됐고, 무엇보다 역동적이고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진다. 다만 ‘불타는 청춘’만의 깊이, 개성이 사라지는, ‘1박2일’같은 보통 여행버라이어티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게 아쉬움이다.

‘불타는 청춘’은 최성국의 등장에 이어, 또 다시 변곡점을 맞았다. 바로 73년생 막내 구본승의 등장이다. 구본승의 등장은 X세대의 소환이다. 보다 젊은 멤버들이 불청안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예고한다. 그리고 화제성과 시청률면에선 구본승 또래의 연예인들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구본승 효과로 인해 제작진입장에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싱글인 중견 스타들의 여행버라이어티 ‘불타는 청춘’에서, ‘중견’을 고집하며 정체성을 분명히 할 것인가, 아니면 시청률 친화적인 섭외로 실리를 쫓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