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표지에서부터 눈길을 끌었던 이 책은 소개된 줄거리 또한 독특하다. 술에 취한채 일상의 미스터리를 푸는 이야기라니. 술과 미스터리의 조합!! 어쩐지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듯한 조합이 마음에 쏙 들었다. 총 5편의 짧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끊어 읽기에도 좋다. 사실 하나의 이야기라고 해도 금방 읽을 터였다. 25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이기 때문이다. 요즘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들을 많이 접하다가 간만에 얇은(?) 책을 접해서 그런지 가볍게 읽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책도 가벼워서 손목이 아프지 않다는 점!! 요것도 참 마음에 들었다. 요즘 손목터널증후군 비스무리한 것이 온건지 손목이 좀 아픈터라.무거운 책은 들고 읽기 은근 부담스럽다. 한번씩 반으로 쪼개서 읽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 암튼, 표지부터 소재, 두께감까지. 단번에 날 사로잡은 이책, 읽던 추리소설을 다 읽자마자 바로 집어들었다.
이야기는 유서 깊은 추리연구회에 들어가기 위해 1년을 재수하면서까지 도야마 대학에 입학한 조코라는 소녀가 실수로 취리연구회, 즉 술을 마시기 위해 마시는, 그저 술을 마시기 위해 모인 취연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시작한다. 일본어로 취연과 추연은 똑같은 '스이리'로 발음하기 때문에 벌어진 실수였다. 어쨌든 이미 벌어진 일. 동시에 다른 동아리에 가입을 해도 무방하지만, 조코는 두 곳에 소속되는 건 정신적으로 무리라고 생각해 숙원이었던 추연을 깨끗하게 단념한다. 이 동아리에서 활동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첫번째 미스터리를 접하게 된다. 전날 술판 도중 같은 여성 회원인 에리카 양이 사라졌던 것.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그녀는 중간에 사라져버린 상태로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비슷하게 사라졌다가 나타난 미쓰토리는 무릎과 손바닥에 찰과상을 입은 상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드러내는 조코에게 취연의 회장 미키지마는 어제의 상황에 대해 대강의 설명을 듣더니 느닷없이 숙취로 널부러져 있던 부원들에게 꽃놀이를 가자며 소리친다. 으잉?! 의문을 해결하는게 아니라 또 다시 술판을 벌이겠다니, 이 뜬금없는 상황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렇게 벌어진 꽃놀이 술판 현장에서 조코는 미스터리의 해답을 발견한다.
5월. 너도나도 '고독인가, 연애인가 병'에 걸리는 시기. 조코는 이 시기에 두번째 미스터리를 마주한다. 우치로, 동아리 내에서는 실로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남자가 이번 미스터리의 주인공이다. 도야마 대학의 오랜 라이벌인 게이주쿠 대학과의 경식 야구(코르크 등을 소재로 한 단단한 공을 사용하는 경기. 반대로 고무공을 쓰는 연식 야구가 있다.) 시합인 도케이 전에 취연이 단체석으로 관전을 갈 예정! 그런데 그 도케이 전에 우치라고 취연과 함께 관전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를 해왔었다. 이유인즉, 이번 골든위크(4월 말부터 5월 초까지의 휴일이 많은 1주일)때 고향을 내려가는 전차 안에서 만난 운명적인 여인 야요이와 함께 가기 위해서였다. 간신히 티켓을 구해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대학 야구를 그렇게 좋아하던 그녀가 매우 부자연스럽게 도케이 전 티켓을 취소하고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는 것이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당황한 우치로에게 미키지마와 조코는 별다른 생각 하지 말고 분위기 좋은 영화를 골라 놓으라고 조언을 한다. 그런데.. 당일, 우치로는 그녀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며 술에 잔뜩 취해 뻗어버린다. 대체 우치로의 그녀는 누구고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 조금 후, 조코는 예상 외의 인물에게서 이번 미스터리의 해답을 발견한다.
뒤이어 조코가 만나는 일상 미스터리들은 역시 모조리 술과 관련되어 있었다. 조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술. 그녀는 벗어나보려 하지만, 질긴 그 인연은 쉬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어쩐지 술을 생각나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조코의 매우 감질맛 나는 로맨스가 매우 살짝 진행되기도 한다. 너무 살짝이라 로맨스라 하기도 뭐하지만. 뭐 어쨌든!!! 가독성이 좋아 금방 읽히는 이책, 가볍게 읽기 괜찮다. 술에 취한채 미스터리를 풀어버리는 묘한 이야기가 보고 싶다면, 취연을 찾아보시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