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었던 소녀]
http://blog.naver.com/kindlyhj/220519945326 ☞ '산산이 부서진 남자' 리뷰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을 다시 만났다. 그는 전작보다 조금 더 망가졌고, 조금 더 불행해져 있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함을 보였고, 계속 진행 중인 병은 신체적으로도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전작의 사건 이후, 사랑하는 아내와 별거 상태로 아이들과도 떨어져 혼자 지내게 된 조의 상황은 썩 좋아 좋이지 않았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길 희망하고 있지만, 힘들거라는 걸 그도 안다. 다만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사건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자꾸 그를 찾아와 그의 호기심과 그 안의 정의감을 끄집어 낸다. 위험할지 모르는 사건에 휘말리는 남편을 보는 줄리안의 심경은.. 복잡하다. 다시는 그 어떤 사건에도 조가 개입하지 않았으면 싶고, 그가 안전했으면 싶고, 그래서 가족의 안전이 보장되고 평화로웠으면 싶다. 그를 사랑하지만, 예전처럼 그를 사랑할 수가 없다. 그만큼 전작의 사건은 그녀를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위해 강해져야 했고, 스스로도 추스려야 했다. 이제 조금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다시 한번 그가 사건에 휘말린다. 큰딸 찰리의 친구 때문에.
정신없이 책장이 넘어갔다. 가독성이 좋다. 도톰한 두께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새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만다. 이번 사건도 충격적이었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라 더 끔찍하다. 대체.. 세상엔 왜 이런 놈들이 나타나는 걸까..?! 어떻게 어린아이들을 성적 욕망의 상대로 바라볼 수 있단 말인가.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조차 없다. 이런 놈들은 발견 즉시, 그냥 영구적 거세 혹은 사회적 격리를 시켜버렸으면 좋겠다. 아니면 어디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외딴섬에 보내버리던가. 아.. 정말. 읽는 내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이의 마음을 교묘하게 조종해서 잡아먹는 그 괴물이 전에도 혐의가 있었지만 증거가 없어 잡히지 않은채 버젓이 직업을 가지고 또 다른 아이들을 잡아먹으며 돌아다닌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법망을 피해갈 줄 아는 그 잔머리를 좋은 일에 썼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건의 시작은 찰리의 친구 시에나가 느닷없이 피투성이를 한채 나타나면서였다. 그 피의 주인공은 시에나의 아버지이자 전직 형사. 증거는 모두 시에나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조의 눈엔 14살인 어린 소녀가 범인이라기엔 이 사건에 숨겨진게 더 많아 보였다. 때문에 조각난 단서들을 하나씩 끼워 맞추며 진짜 범인을 찾으려 애를 쓴다. 그러다.. 이 사건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얽혀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진실은.. 끔찍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 걸까? 이 와중에 찰리는 그를 향한 반항이 은근 거세졌고, 줄리안은 그에게 결국 이혼을 요구한다. 별거 상태에 들어간지 2년. 줄리안은 이제 두 사람이 한 단계 더 나아가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 단계가 이혼이 아니라 다시 하나가 되는 거였다. 완벽하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의 가정. 불안한 그의 상황과 위치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이로인해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되는 조. 고군분투 하는 그의 모습은 짠하고 안쓰럽고 한켠으론 슬펐다. 줄리안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가족을 되찾고 싶어하는 조의 절실한 마음이 보이니 어느 한쪽을 옹호할 수가 없다. 그저 이 부부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최근 아동학대, 아동성범죄와 관련된 사건이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이 이야기를 결코 그저 책 속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충분히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름끼치게 무섭고, 화가 났다. 교묘하게 아이들을 이용하는 못된 인간들은 그냥 멸종되어 버렸으면 좋겠다. 이런 인간들 잡아들이는 특공부대 같은건 안만들어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