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던트]
프랑스의 유명한 추리소설 시리즈인 아담스베르그 형사 시리즈가 또 한권 출간되었다. 가장 최신작인 '죽은 자의 심판'에 이은 시리즈의 여섯 번재 작품인 '트라이던트'가 그 주인공이다. 나는 이번 '트라이던트'로 아담스베르그 형사 시리즈를 처음 만났다. '죽은 자의 심판'이 꽤 호평을 받은 걸로 기억을 하고 있는 터라 같은 시리즈인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프랑스에서 출간 당시 초판 25만 부를 찍었다는 점도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간 읽었던 몇권의 프랑스 추리 소설들을 썩 재미지게 읽지 못했어서 나랑 취향이 맞일지.. 약간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읽어보면 알테니..!! 걱정을 뒤로 하고 책을 집어들었다.
아담스베르그 서장은 우연히 신문 귀퉁이에 실려있던 어린 소녀의 사망 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보고 오래 전부터 그를 따라다니던 악몽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알게된다. 무덤에서 살아돌아온 연쇄살인마. 그가 아담스베르그의 악몽이었다. 동생의 사건이 벌어진 당시 우연히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사회적 지위가 높고 인맥은 넓은데다 명망높은 그를 상대하기엔 아담스베르그가 많이 미숙했던 시기였다. 게다가 너무 시기적절하고 알맞게 증거를 잔뜩 가진채 범인이 나타나니 아무도 아담스베르그의 말을 믿을리 없었다. 지능적인 연쇄살인범 때문에 그의 동생 라파엘이 임신한 연인 리즈의 살해범으로 지목되기 직전, 아담스베르그는 동생의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증거물을 없애 동생을 가까스로 무죄로 구해낸다. 하지만 이미 마을에 번져버린 소문은 확대되고 변질되어 동생에게 되돌아왔다. 그렇게 그는 동생을 잃어야했다. 이후 14년간 범인을 쫓고 쫓았지만, 1987년 그가 사망한 이후 조사를 그만두게 된다. 그런데.. 다시 그의 살인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세 개의 날, 일렬로 늘어선 세 개의 구멍. 절대 상처 전체 길이가 16.9 센티미터를 넘지 않는, 1949년~1983년 사이에 벌어진 8개의 사건. 그리고 14년만에 쉴티가임에서 다시 일어난 소녀 살해 사건. 아담스베르그는 이 모든 사건이 관련이 있음을, 그가 되돌아왔다는 것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죽은 이가 살아돌아와 살인을 저지른다?! 무엇보다 모든 사건은 범인이 잡혔고, 재판을 받았다. 때문에 그의 말을 쉬이 믿어줄 수 있는 이는.. 별로 없었다. 그의 충직한 부하 당글라르는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아담스베르그의 직감을 믿었고, 그를 돕는다. 최근 두 사람 사이가 썩 좋지 않긴 했지만. 그게.. 모두 아담스베르그의 잘못 때문이니 그는 할말이 없으나, 이건 뒤에 그가 스스로 깨닫게 되니 일단 넘어가는 걸로. 암튼, 이 와중에 직원들과 퀘벡 출장길에 나선 아담스베르그는 그곳에서 노엘라라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우연인듯 아닌듯 자꾸 마주치게 되는 그 여인. 이상하게 그에게 다가온다 싶었는데.. 이 여인. 약간 정신적 문제가 있어보인다. 인디언에게서 그와의 만남을 예언받았다나 뭐라나. 아담스베르그는 그녀를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결국은 이 여인이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시신이 되어 나타난 그 여인을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가.. 바로 그였기 때문.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일까? 그는 자신의 혐의를 벗고 그의 악몽도 해결할 수 있을까?
재미없지는 않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진도가 느리다. 정말 재미없는건 아닌데.. 더디다. 정감어리고 수다스런, 어딘가 꼭 있을것 같은 주연과 조연들의 존재감과 조화가 인상깊은 작품이다. 하지만 그 수다스러움이 불필요하다 여겨질때가 많았다. 그래서 진도가 더뎠던걸까? 이야기가 조금 더 스피드하게 진행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이 상태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행되는 마지막 즈음에서도 어쩐지 살짝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프랑스 소설이 나랑 약간 안 맞는건지.. 전체적으론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더디게 읽혀 답답했던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