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사나이
예고편을 보고 큰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평소 월,화 11시에는 어김없이 공중파 예능프로를 봤다. 딱히 볼 것이 없으면 다큐를 보기도 했다. 이 시간대에 tvN에서 하는 드라마는 본방송으로 보지 않고 나중에 재방 등으로 봤는데 재미있을 듯 해서 보게 되었다. 실제로 초반에는 흥미진지하며 박진감넘치게 드라마가 진행되었다. 드라마 제목처럼 뒤로 갈수록 피리 부는 사나이가 재미와 흥미를 한 명씩 데려간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무엇보다 인질 납치극에 대한 드라마라고 하니 기존 한국에는 없던 소재라 헐리우드 영화를 떠올렸다. 첫 편에서 주성찬(신하균)이 애인을 만난 자리에서 외국에서 인질테러범과 협상을 잘 한 것으로 포장되었지만 인질범 자신의 형을 죽게 만든 주성찬에게 진실을 알리게 한다. 이 때 방송국 기자인 윤희성(유준상)과 위기협상팀 여명하(조윤희)가 현장에 투입되며 슬기롭게 대처하려 한다. 진실을 기자 앞에서 이야기하려 주성찬이 할 때 폭탄이 터지며 모든 것이 묻혀진다.
기존에 없던 내용 전개로 이뤄져서 흥미진지했다. 특히 여기서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알 수 없는 정체가 나타나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뒤에서 조정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아주 재미있을 것이라는 큰 기대를 가졌다. 아쉽게도 큰 기대가 아닌 그저 기대를 하고 시청했으면 무척 재미있었을테다. 중간 이후부터 드라마의 힘이 좀 빠져버렸다. 중간까지는 계속해서 피리 부는 사나이가 누군인지에 대한 추리와 함께 시종일관 벌어지는 연속사건으로 휘몰아치듯 사건 전개가 이뤄졌다.
시작하자마자 폭탄 테러가 나오고 카지노 호텔에 대한 테러, 은행 건물에 대한 테러, 방송국에 대한 테러 등으로 빵빵 터뜨리며 진행된다. 그 이후에는 또 다시 경찰 식구들에 대한 테러 뿐만 아니라 숨겨진 가족사까지 나오면서 내용이 계속 얽히고 섥힌다. 드라마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재개발 사건이다. 재개발 추진한 기업에서 거주민을 쫓아내며 대형 화재 사고 나며 이를 진입하던 경찰과 함께 큰 사고가 났다.
세상의 부조리에 경악한 피리부는 사나이가 이를 세상에 알리려 온갖 사건을 계획하고 사람들에게 알린다. 가진 자들의 못된 행태도 문제지만 이를 방조하고 무시하며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국민들에게도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자는 것이 의도였다. 드라마가 진행되며 점점 피리 부는 사나이 정체가 궁금해지며 한 명이 아닐것이라는 의문이 든다. 이럴 때 드디어 피리 부는 사나이 정체가 드러난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다.
여전히 의심이 든다. 없지않아 허술하게 정체가 드러난다. 처음에는 노숙자 필이 더니 갑자기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로 변신한다. 그것도 뛰어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액션을 보여주고 심지어 각종 도구에 능수능란하다. 그래도 여전히 느낌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피리 부는 사나이로 갑자기 등장해서 난리를 치는 인물 혼자가 아니었다. 함께하는 조력자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지며 드라마는 더욱 미궁으로 빠진다.
불행히도 피리 부는 사나이 정체가 드러나면서부터 드라마는 힘이 빠진다. 여전히 또 한 명이 있다는 사실과 그가 누군인지 또 다시 추리하는 여정은 남았지만 그다지 흥미가 동하지 않고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그마저도 금방 정체를 드러내고 쫓고 쫓기는 과정이 나오지만 아쉽게도 이때부터 드라마가 가장 강력했던 추진력이 사라지며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그래도 한국에서 이 정도 드라마 내용으로 전개되며 기존에 없던 소재로 되었다는 점에서는 좋았다. 그런 면에서 공중파와 달리 tvN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내공을 쌓고 있어 참 좋아보인다. 이렇게 자주 좋은 이야기를 해 주는데 tvN관계자가 나한테 작은 선물이라도 증정해야 하는거 아닌가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피리부는 사나이>를 택한 이유 중에 하나는 조윤희다. 여전히 강한 인상으로 남은 <나인>의 주인공이 이번에 또 다시 tvN 드라마를 한다는 점은 기대를 갖게 했다. 오랫만에 나온 신하균도 그렇고, 카메오인지 알았던 유준상도 그렇다. 사전에 정보없이 예고만 볼 때 유준상은 나오지 않아 첫회만 나오는 카메오인지 알았는데 유준상도 중요인물로 드라마 핵심인물이자 키맨이었다. 실제 이 드라마에 전개되는 모든 내용을 설계한 인물이다.
중간까지의 힘과 사건전개만 봤을 때와 달리 중간이후부터 드라마 힘이 딸려 아쉬웠는데 그 점을 제외하면 볼 만 하다. 그런 전개가 이 드라마 뿐만 아니라 다른 드라마도 거의 대부분 그렇고 - 이런 분야 드라마 - 미국 드라마도 비슷하다. 이번에 좀 아쉬웠던 것을 다음에는 좀 더 이번 걸 참고해서 더 좋은 드라마가 나오길 기대한다. 그렇게 한국 드라마가 발전하고 더 농밀해지면서 치밀한 드라마 전개구조로 시청자들의 흡인력을 빨아들이지 않을까한다.
이런 드라마가 주로 남자 시청자를 위한 건데 워낙 입맛이 까다로워 로맨스 드라마보다 더 힘들다. 그러니 좀 더 애정을 갖고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