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매살인]
전작인 '파리인간'과 '위성인간'을 책장에 고이 꽂아두고 있던 차, 세번째 작품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근데 이번엔.. '~인간'이 아니네. 암튼, 앞의 두 권을 읽진 못했지만, 다른 사건을 다루고 있을테니 세번째 작품부터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잠깐 내용을 살펴보니 재능 없는 바람둥이 형사와 냉소적이면서 장애를 갖고 있는 천재 소녀가 콤비로 등장한다. 뭔가 부조화스러운데?! 주인공 형사가 재능이 없는데다 바람둥이기까지 하다니. 이거.. 내가 좋아할만한 캐릭터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쳐들었다. 사건은 예기치 못한 상태로 시작되었다. 하나의 사건으로 단서가 부족하긴 해도 그리 복잡할 것 같지 않았던 사건은.. 예상외로 여러 사람이 얽혀있었고, 정치적 성향이 맞물려 파고들수록 복잡하게 흘러갔다. 사건이 시작된 후 마무리가 될때까지 두뇌를 써서 추리를 한 것은 천재 소녀 파트리시아, 그녀의 추리를 바탕으로 몸으로 뛰고 확인한 것은 재능없는 크리스티안센 형사였다. 예상했던대로.. 크리스티안센 형사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오롯이 파트리시아 덕분에 사건을 해결하고, 경찰서 내의 입지가 높아졌음에도 그녀에 대한 찬사나 고마움보다도 그녀의 천재성에 대한 질투와 자존심만 내세우는 그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한, 그녀로 인한 공을 모조리 자신의 공으로 가로챈 것도 속좁아보일 뿐이었다.
무슨 주인공이 이래?! 정말 영.. 마음에 들지 않다. 앞의 두 권에선 어떤 활약을 펼쳤을지 모르겠지만, 이번편에서처럼 별반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 같지 않다. 에잉. 다음 시리즈부턴 차라리 여주인공 파트리시아가 좀더 앞으로 나서서 사건을 해결했으면 좋겠다. 저런 바람둥이에 속좁은 형사가 아닌 괜찮은 형사와 함께 등장하면 더 좋고. 무튼 사건은 크리스티안센 형사가 스메스타에 자리한 한 호텔의 신고를 받고 의례적인 임무수행을 마친 후 지하철을 타러 갔다가 공포에 질린 한 여인을 마주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애꿎은 운명은 겁에 질린 여인이 도착하자마자 지하철 문을 닫히게 만들었고, 그로부터 한시간도 채 되기 전에 크리스티안센 형사는 한 여인이 스메스타를 출발한 전철에 치여 사망했다는 신고를 받고 다시 스메스타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신고를 받자마자 그는 그녀가 아까 마주친 그녀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여기까진 그냥 한 여인이 사망한 사건으로 그 여인을 누가 살해했는지만 알아내면 되는 것이었지만.. 이 사망한 여인은 2년 전, 약혼자가 실종되는 사건을 겪은 여인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사망한 날짜는 그녀의 약혼자가 2년전 실종되었던 날짜와 일치했다. 이 일이 과연 우연일까?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것일까? 뒤로 갈수록 나치와 국가 정보원까지 등장하고 살인사건이 더 일어나니.. 크리스티안 형사.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그런 그가 매달릴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은 파트리시아!!!
그는 곧바로 파트리시아를 찾는다. 그녀에게 수사에 관한 정보를 모조리 공개하고 조언을 구하는 그. 파트리시아는 정보를 듣고 재빨리 홀로 분석을 한 후 그에게 어떤 식으로 사건을 진행하고, 누구를 만나 어떤 정보를 얻어야하는지를 지시(?)한다. 그녀에게서 어떻게 단서를 찾아내야하는지를 파악한 크리스티안센은 그녀의 말대로 재빠르게 움직인다. 사건에만 좀 집중했으면 그나마 쬐끔 나앗을 것을. 주요 용의자 중 한명인 여성에게 호감을 감추지 못한다. 무엇보다 형사로서 최악의 모습을 보였던건.. 호감이 생긴 그녀에게 사건에 대한 정보를 마구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녀가 범인이면 어쩌려고 이런 생각없는 짓을 한단말인가. 정말 형사 맞아?! 그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크리스티안센과 파트리시아는 그냥 단순하게 조언자와 조언을 구하는 자일 뿐인건가? 약간 애매한 관계인걸까? 앞의 시리즈를 읽어봐야 약간이나마 두 사람의 관계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파트리시아가 너무 아까워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전혀 기대되지 않지만, 어쩐지 시리즈가 이어질수록 약간은 그런 관계로 번질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암튼, 다음은 어떤 사건으로 두 사람을 만나게 될지. 파트리시아는 또 어떤 뛰어난 추리실력을 보여줄지. 그녀의 활약만 기대된다. 크리스티안센 형사는 좀.. 제정신을 차린다면 두고보겠지만. 여전히 이 모습이라면.. -_-; 주인공 교체를 외치게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