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동안 앞에서 지켜준 것 다 알아요

나 혼자서도 잘하는거 보여주고 싶었는데.. "

< ▲ 우연히 마주치게 된 '로봇 소리', 해관(이성민)은 그 로봇이

딸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

<로봇, 소리>는 어떤 영화인가? <로봇, 소리>는 2009년작 <작전>을 연출한 이호재 감독의 신작으로, 10년전 잃어버렸던 딸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는 우연히 만나게 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기억하는 로봇 '소리'를 딸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죠. 영화에서 아버지는 이성민씨가, 로봇 소리의 목소리는 심은경씨가 연기합니다.

나의 마음은 그것이 아닌데 전달하는 과정, 표현하는 방식이 서투르다면..

딸 '유주'에 대한 아버지 '해관'의 마음 역시 그러했습니다

< ▲ 세상 무엇보다 소중했던 딸 '유주',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딸과 아버지의 관계는 조금은 소원해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

온전한 진심이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의 마음은 그것이 아닌데 전달하는 과정이, 표현하는 방식이 서투르다면 그 마음이 왜곡되어서 보일 수 있는 것이죠. 딸 유주(채수빈)에 대한 아버지 해관(이성민)의 마음 역시 그러했습니다. 아버지의 눈에는 여전히 어린 딸에 불과한 유주는 어느덧 훌쩍 커서 원하는 것을 하고 싶어하는 어른이 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버지는 그런 딸을 아직도 보호해줘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했고 거기서 시작된 갈등은 결국 마음에 없는 말까지 내뱉게 하고 말았던 것이죠. 그런데 그때 내뱉었던 그 말이 딸에게 했던 마지막 말이었고, 그때 딸의 모습이 마지막 모습이 되어버렸기에 그 기억은 아버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홧김에 내뱉고 말았던 그 말과는 달리 해관에게 유주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였으니..

딸을 찾는 해관의 앞에 그야말로 갑자기 나타난 로봇

그 로봇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은 딸을 찾는 마지막 희망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해관은 로봇과 함께하는 특별한 동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 ▲ 해관의 앞에 그야말라 혜성처럼 나타난 '로봇 소리'

세상 모든 소리를 기억하고 있었던 이 로봇이 딸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해관 >

이처럼 <로봇, 소리>는 딸을 잃은지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결코 잊을 수는 없었던 아버지가 딸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SF 판타지'적인 설정인 '인공지능을 갖고 있는 로봇'이 함께 합니다. 딸을 봤다는 제보 전화를 받고 찾아간 외딴 섬에서 해관의 앞에 그야말로 갑자기 나타난 로봇. 그 로봇이 갖고 있는 '세상의 모든 목소리를 기억하는' 특별한 능력을 알게 된 해관은 그것이야말로 딸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일 것이라 생각하고 동행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천천히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 특별한 동행을 통해 해관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됩니다.

'소리'라는 이름을 붙여줬던 로봇이 보여주는 유주의 흔적들

아버지이기 때문에 다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 ▲ 그리고 '소리'와의 동행에서 보게 되는 딸의 흔적들, 느끼게 되는 딸의 모습 >

아버지이기 때문에 다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과는 달리 모르는 것이 많았던 해관. 평소에 유주가 어떤 일을 하고 싶었는지, 또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등등 뒤늦게 해관의 눈 앞에 나타난 유주의 흔적들은 자신이 알고 있던 유주의 모습과는 달랐던 것이죠. 아마도 유주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었을테지만 미처 그런 유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던 그때의 자신을 후회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해관, 그러나 그런 딸의 흔적을 보여준 로봇에게 '소리'라는 이름을 붙여준 해관은 함께한 시간들을 통해 잠시나마 딸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해줬던 '소리'에게 조금씩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 애틋한 감정은 '소리'가 꼭 해야만 했던 일을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변하게 됩니다.

유주가 하고 싶어했던 것을 들어주려 하지 않았고 온전히 자신의 생각만으로

딸을 윽박지르기도 했던 지난 날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면서..

그리고 딸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았던 그때의 자신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 ▲ 소리가 하고 싶어했던 것을 돕는 해관의 마음,

그것은 미처 딸에게 전해주지 못한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

이것은 어쩌면 '소리'가 아닌 '유주'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인 것이겠죠. 딸이 하고 싶어했던 것을 들어주려 하지 않았고 온전히 자신의 생각으로만 딸을 윽박질렀던 지난 날 자신의 모습을 후회하면서, 또 그런 딸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듣지 못했던 그때의 자신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잠시나마 딸의 모습을 느끼게 해준 '소리'가 하고 싶어했던 '그 일'을 돕게 되는 해관. 그것은 아마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긴 고통의 터널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 즉 온전히 과거에만 머물고 있었던 해관이 이제는 뒤가 아닌 앞을 바라보고 살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일과도 같았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다소 소원해지기 마련인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분히 판타지스럽게 느껴지는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풀어낸 이야기

한국형 판타지 SF로 느껴지는 작품이자 따뜻한 여운이 남기도 했던 <로봇, 소리>

< ▲ 극중 캐릭터는 좀 아쉬웠지만 언제봐도 예쁜 이하늬씨 >

이처럼 <로봇, 소리>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이야기와 분위기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 작품으로,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아버지의 회한과 속죄의 이야기로도 볼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전반부는 잔잔한 드라마 위주의 이야기였다면 후반부는 제법 스케일 있었던 추격·액션으로 볼 수 있기도 했구요. 다만 미국의 NSA(미국국가안전보장국)까지 끌어들이고 있지만 이와 연결되는 해관과 국정원 사이의 이야기가 치밀하고 탄탄하게 느껴지진 않았고 이하늬씨가 연기한 항공우주연구원의 '지연' 캐릭터의 활용에서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약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성장 과정에서 다소 소원해지기 마련인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분히 판타지스러운 설정인 '로봇'과 함께 풀어냈던 <로봇, 소리>는 한국형 판타지 SF 영화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영화임과 동시에 따뜻한 여운이 남는 영화였었기 때문에 좋은 느낌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