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분위기> '원 나잇'이 '원 러브'가 되기까지의 특별하진 않은 분위기
★★☆
" 그날이 매일이 되길.. "
< ▲ 누구나 한번쯤은 꿈꿨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기차 로맨스'
그런데 현실에선 "저 왠만하면 오늘 그쪽이랑 자려구요" 이런 말 함부로 했다가는 바로 경찰서행 >
<그날의 분위기>는 어떤 영화인가? <낙타는 말했다>라는 작가주의적 성향 가득한 작품을 통해 연출에 데뷔했던 조규장 감독의 두번째 장편 연출작인 <그날의 분위기>는 감독의 전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기차를 탔는데 옆자리에 멋진 이성이 앉아 있다면? 그리고 그 이성과의 '썸'을 탈 수 있다면?' 과 같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음직한 상상을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이 작품에서 '철벽녀 수정'은 문채원이 '맹공남 재현'은 유연석이 연기합니다.
로맨틱 코미디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의 매력은 딱 중반부까지만..
< ▲ 확실히 로코에 잘 어울리는 배우로 생각되긴 하지만 이번 작품도 역시 좀 아쉽네요 >
한해에 국내와 국외를 모두 합쳐서 결코 적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들이 극장에 걸립니다. 그리고 이런 로맨틱 코미디들은 어쩔 수 없는 정형성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달콤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결국은 어떤 식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의 생명은 그 정형화된 결말로 이끌어가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살아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그날의 분위기>는 딱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우연의 연속은 필연?' 많은 우연이 겹치면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
< ▲ 처음 영화 관련 정보를 봤을때 왜 수정이 그와 함께 했을까? 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했었습니다 >
마치 <비포 선라이즈>와 같은 작품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이 시대의 연애 풍토가 이식되어 있는 <그날의 분위기>는 처음 만난 이성에게 '원나잇'을 하겠다고 선포하는 '맹공남 재현(유연석)'과 그런 남자를 어처구니 없게 여겼지만 어쩔 수 없이 함께 했던 시간 속에 그 남자에게 조금씩 빠져드는 '철벽녀 수정(문채원)'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같은 목표를 갖고 부산으로 향한 두 사람, 그리고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두 사람, 또 우연히 멈춰선 기차와 시작되는 동행 등등 영화는 많은 '우연'의 연속입니다. 우연의 연속은 필연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두 사람의 인연은 정말 '필연'이었던 것일까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조금씩 솟아나게 해준,
두 사람에게는 특별했던 '그날의 분위기'
< ▲ 처음엔 의식하지 않았었지만 되뇌어 생각해보면
그 특별하지 않은 행동이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하는가 보군요 >
많은 로맨스에서 정반대 성향의 남자와 여자 이야기를 많이 풀어냅니다. 이 작품 <그날의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사랑'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달랐던 재현과 수정의 첫 대면은 그야말로 물과 기름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들이 함께했던 '그날의 분위기'는 두 사람에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많은 감정들을 조금씩 솟아나게 합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것이 일상이었던 재현에게는 '원 나잇'이 아닌 진짜 사랑을 하고 싶어지는 그날의 분위기였고 아침부터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었던 그날의 분위기는 '수정'에게 평소의 확고하고 굳은 생각과는 달리 '하루쯤은 괜찮잔아?'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특별하진 않았던, 어쩌면 고도의 작업으로 느껴지는 몇번의 행동만으로
급하게 변해버린 수정의 모습, 온전히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 ▲ 고도의 작업으로 느껴지기도 했었던 남자의 이 행동에 완전히 마음을 연 것 같았던 수정 >
그러나 그 특별한 하루의 분위기나 이렇게 구축되어 있었던 캐릭터의 매력이 어느 순간 희석되어 버리고 평범한 로맨스의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아쉬움이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특히 철벽녀인듯 하지만 많이 허술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사랑스러웠던 '수정'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많이 아쉽게 느껴졌구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감정의 변화를 온전히 공감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남자가 보여줬던 그 특별하진 않았던, 어쩌면 고도의 작업으로 느껴지는 몇번의 행동만으로 그토록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수정의 '신념'(어쩌면 내숭이었을 수도 있는)이 너무 쉽게 무너져버리고 남자보다 더 '원 나잇'을 바라는 것처럼 변해버린 수정의 모습은 온전히 공감하기 어려웠던 것이죠.
두 사람의 만남은 그들에게 있어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만남이긴 했지만
그 감정을 전달하고 표현하는데 있어서 아쉬움이 있었던 영화 <그날의 분위기>
특히 부산을 떠난 후반부의 이야기는 진부하고 질질 끄는 감도 있었습니다
< ▲ 로맨틱 코미디에는 필히 등장하는 '웃음 담당' 캐릭터,
근데 이야기의 흐름을 저해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
물론 오래 만났다고 깊은 사랑이 아니고 짧게 만났다고 얕은 사랑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은 그들에게 있어서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던 만남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수정에게 그 날 하루는 자신의 첫 사랑이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던 하루였고 10년이란 긴 세월을 만났지만 자신에게 소홀하기만 한 남자 친구에게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하루이기도 했구요. 때문에 그동안 만났던 이들과는 다른 사람이었던 그와의 만남이 그녀에겐 특별한 경험일 수 밖에 없었고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그 감정을 전달하고 표현하는데 있어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던 것이죠. 특히 진부하고 질질 끄는 감도 있었던 후반부의 이야기는 더더욱 아쉽네요. 문채원이란 배우의 그 상큼한 얼굴은 정말 로코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전작 <오늘의 연애>에 이어 이번 작품도 크게 돋보이는 영화는 아니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