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 프랑세즈>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 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감정
★★★☆
" 우린 또 만날거에요. 군인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서로 알아보지도 못할거에요 "
< ▲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프랑스의 '뷔시'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이 곳에 상주한 독일군들은 각자 흩어져 주민들의 집에 머무릅니다 >
<스윗 프랑세즈>는 어떤 영화인가? <스윗 프랑세즈>는 프랑스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작가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작가는 자신의 유언장과도 같았던 이 소설을 남긴 후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작가가 아우슈비츠로 끌려가기 직전에 건네준 이 소설을 간직해왔던 딸은 그로부터 62년이 흐른 후인 지난 2004년 이 작품을 출간했고, 프랑스 문단은 생존작가에게만 수상하던 관례를 깨고 이 작품에게 '르노도상'을 수여했습니다. <공작부인 : 세기의 스캔들>을 연출했던 사울 딥 감독의 신작으로 오는 12월 3일 개봉 예정.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프랑스 외곽의 작은 도시 '뷔시'가 배경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이 도시의 사람들은 독일군들과 불편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 ▲ 루실의 집에 머물게 된 독일군 장교 '브루노'(마티아스 쇼에나에츠) >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프랑스의 심장부인 파리까지 독일군에게 공격 당하자 수많은 사람들은 피난길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 전쟁의 포화는 프랑스 외곽의 작은 도시인 '뷔시'라는 곳까지 미치게 됩니다. 남편 '가스통'을 전장에 내보낸 후 하루도 마음 편할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물리적으로는 전쟁과 거리가 있는 '뷔시'에 살고 있던 '루실'(미셸 윌리엄스)과 시어머니 '안젤리어'(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그러나 뷔시마저 독일군에게 점령당하면서 그녀들은 갑자기 전쟁의 한복판에 위치하게 된 것이었죠. 그리고 도시에 상주하게 된 독일군들이 프랑스인들의 집을 거처로 삼으면서 루실과 안젤리어는 '브루노'(마티아스 쇼에나에츠)라는 독일군 장교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가장 비극적인 상황에서 피어나는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
<스윗 프랑세즈>가 담아내는 감정은 매우 위험하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 ▲ 그에게서 느꼈던 호기심은 조금씩 커져갔고 결국은 사랑의 감정으로.. >
전쟁과 사랑,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인 상황과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라는 극과 극의 대비. 때문에 이 두가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버무려내는 작품은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비극적인 상황에서 피어나는 이런 순수한 감정들은 더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기 마련이니까요. 그것은 이 작품 <스윗 프랑세즈>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이 작품이 취하고 있었던 불가항력적인 상황은 불편하지만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남편을 전쟁터에 떠나 보낸 여인이 집에 머물고 있는 적군 독일군 장교에게 조금씩 느끼게 되는 감정들은 위험하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여인에게는 '남편'이라는 분명한 심리적인 방어선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의 감정은 '그는 왜 이런 전쟁의 와중에 피아노를 치고 있을까?'와 같은 단순한 호기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단 하나의 버팀목으로 여겼던 남편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 여자가 느낀 배신감은 심리적인 방어선을 허무는 것이었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던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스윗 프랑세즈>는 단순히 '사랑'이야기만을 하고 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느꼈던 좌절감, 절망감, 그리고 계층간의 갈등과 박쥐같은 인간 군상 등등
그 표현의 수위가 높진 않지만 우리 조상님들의 일제 강점기 시절이 연결되기도..
< ▲ 마고 로비가 출연한다고 해서 주의깊게 봤었지만 눈에 띄지 않았었는데
바로 위 사진속 '셀린'이 마고 로비가 연기한 인물이었습니다. 마고 로비인지 전혀 모르겠더라는.. >
하지만 <스윗 프랑세즈>는 단순히 이런 '사랑'만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영화의 원작이 '전쟁과 박해를 피해 피신했던 한 시골 마을에서 저자가 곧 죽게 되리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역사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구상하고 집필한'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 역시 당시 작가가 보았을 그런 장면들을 재연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들은 인간적으로 대한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느낄 수 밖에 없는 좌절감, 절망감.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그 틈이 더욱 더 벌어지는 계층간의 갈등, 독일군에게 협력하는 박쥐같은 인간 군상 등등 <스윗 프랑세즈>는 마치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조상님들이 겪으셨을 것 같은 일들까지 포함하고 있었던 것인데,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저 '사랑'만 하고 있을 수 없었던 여자 '루실'은 행동할 수 밖에 없었고 그녀가 겪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지만 결국 그녀는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인으로 변해가게 됩니다. 영화 초반부 그저 순종하면서 살아왔던 루실은 더 이상 없었던 것이죠.
사랑도, 그 비극의 현장도 모두 선명하게 느껴지진 못했던 약간의 아쉬움
하지만 그 비극적인 현실과 아이러니하게도 어우러지던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라는
영화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제법 돋보였던 작품 <스윗 프랑세즈>
< ▲ " 우린 사랑의 감정을 단 한마디도 말하지 못했다. 사랑이란 한마디조차 " >
다만 한정된 러닝타임에 이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려다보니 영화는 그 사랑도, 비극의 현장도 모두 선명하게 그려내진 못하고 있었고 몇몇 인물들의 변화에 있어서는 그 설명이 불충분하게 느껴지다보니 의문부호가 붙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은 영화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통해 어느 정도 상쇄가 가능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사랑했지만 마음 놓고 사랑할 수는 없었던 비극적인 현실, 그리고 여기에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은 그 안타까운 사랑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었고 이것은 <스윗 프랑세즈>를 충분히 좋은 느낌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줬던 것인데 특히 '루실'을 연기한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를 오랜만에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