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아이>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
" 스스로 나를 발견해야 진정한 내가 되는거야 "
< ▲ 괴물 '쿠마테츠'와 아이 '큐타', 항상 티격태격했지만 잘 어울렸던 한쌍 >
<괴물의 아이>는 어떤 영화인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 <늑대아이>를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가장 유력한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꼽히는(하지만 감독 본인은 이 말을 싫어한다고 하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목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3년 주기설에 맞게 <늑대아이>에 이어 다시 3년만에 가지고 온 작품으로 감독은 이 작품의 연출과 각본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야쿠쇼 코지, 미야자키 아오이, 쇼메타니 쇼타, 히로세 스즈, 릴리 프랭키 등 일본의 대표적인 신,구배우들이 캐스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목소리 출연진 역시 상당히 화려하게 느껴지는군요.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늑대아이>
그 작품을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괴물의 아이>
< ▲ 정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괴물의 아이' >
오롯이 자식들을 위한 삶을 사셨지만 그럼에도 "너에게 해준게 아무 것도 없는데.."라고 말씀하시던 우리네 어머니의 헌신적인 내리사랑과 그런 어머니가 마련해주신 좋은 양분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유쾌하면서도 진한 감동과 여운을 버무려 담아냈던 작품 <늑대아이>. 2012년에 접했던 이 영화는 아직도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의 작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보여주실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도 컸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새로운 작품 <괴물의 아이>, 이 작품도 역시 좋네요
<괴물의 아이>는 감독의 전작 <늑대아이>의 이야기와 정서상으론 연결지점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 '아이의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죠
< ▲ 인간의 아이 '큐타(렌)'를 제자로 받아들였던 괴물 '쿠마테츠'
하지만 큐타가 렌의 스승이 되어주기도 했었습니다 >
이 작품 <괴물의 아이>는 <늑대아이>의 이야기와는 연결되는 지점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이야기가 담고 있는 정서상으로는 분명한 연결지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늑대아이>의 아이들이 조금 더 성장한 이후에 맞이하게 될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 <괴물의 아이>라고 해도 큰 어폐가 없을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괴물의 아이>의 초점은 역시 '아이의 성장'에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괴물의 아이>는 그 제목에서 느껴지시다시피 결코 평범하게 그 이야기를 풀어내진 않습니다.
괴물의 세계 '쥬텐가이'와 인간의 세계라는 두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는 작품
하지만 그 두 곳의 세계는 결코 별개의 장소가 아니고,
어떤 곳이 옳다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구분과도 완전히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 ▲ 괴물들의 세계 '쥬텐카이'에서 열리는 지도자 결정전,
이렇게 수많은 인물들을 그려내는데에도 큰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
부모님의 이혼과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세상에 홀로 남아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아이 '렌(혹은 쿠마테츠가 붙여준 이름 큐타)'이 우연히 마주치게 된 괴물 '쿠마테츠'를 따라 괴물의 세계인 '쥬텐가이'에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은 평행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괴물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두 곳의 세상은 완전히 별개의 곳이라고는 할 수 없고, 인간의 세상에 큰 폭발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일이 생기면 그것이 괴물의 세계에도 바로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어느 세상이 옳다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구분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모습이기도 한데, 이 두가지 다른 모습의 세상을 오가는 '렌'을 통해 <괴물의 아이>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열려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이더군요.
영화속 인물들의 관계 역시 결코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관계하는 모든 인물들이 서로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들
< ▲ 함께 있으면 항상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그렇게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갑니다 >
'괴물의 세계'에서 큐타가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인간의 세계'에서 렌에게 큰 도움을 줬던 소녀 '카에데'. 하지만 <괴물의 아이>속 인물들의 관계는 결코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단순히 어느 한쪽이 낫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서 그것만이 옳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든 아이든 만나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따뜻한 관심과도 같은 상호 작용을 통해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었던 이 이야기는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유명한 속담이 생각나는 것임과 동시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로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죠. 게다가 '마음 속의 어둠'으로 표현되고 있었던 그 시기 아이들의 방황과 고민 혹은 그게 조금 더 안좋은 모습으로 변질되어 분노와 어긋난 질투 등으로 변해버린 감정들은 아이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갖고 있을만한 인간의 본질로도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히 유의미한 상징성을 띄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후반부의 이야기는 스케일 큰 판타지 액션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소설 [백경]을 차용하고 있었던 그 이야기들 역시 흥미롭더군요
< ▲ 판타지 액션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영화 후반부
칼을 뽑아 들려는 큐타의 앞에 있는 저것은 '백경'의 모습을 끌어온 '이치로 히코'입니다 >
특히 이 '마음속 어둠'과 연결이 되는 이야기는 <괴물의 아이> 후반부가 스케일 큰 판타지 액션 애니메이션으로(물론 이 이야기 자체가 판타지이긴 하지만) 느껴질만큼 영화의 분위기를 급변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모티브로 활용된 그 유명한 소설 [백경]을 보는 시선이 달랐던 두 아이의 관점 대비가 돋보였고, 이를 통해 이야기를 마무리해가는 과정 역시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마음속의 어둠'에 잠식당하면서 '백경'을 그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이치로 히코'와는 달리 [백경]이 그려내는 그 드넓은 바다를 좋아했었고, '백경'을 온전히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 마주하게 될 수많은 난관과도 같은 것으로 여겼던 '큐타'는 그 어두운 마음에 잠식당하지 않은채 '가슴속의 칼'을 품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이 역시 '이치로 히코'는 잘못된 아이, '큐타'는 바른 아이라는 식의 단순한 구분은 결코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캐릭터들의 활용과 조화에 있어서도 돋보였던 영화
그 덕분에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괴물의 아이>
< ▲ 언제나 큐타와 함께 했던 치코는 큐타가 그리워하던 어머니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
이처럼 <늑대아이>의 그 아이들이 조금 더 성장한 이후의 이야기로도 느껴졌던 작품 <괴물의 아이>는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꽤나 깊이 있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지만 결코 무게를 잡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개성 넘치던 다양한 캐릭터들의 힘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큐타의 아버지 같은 존재임과 동시에 철없는 친구이기도 했던 '쿠마테츠'를 비롯하여 항상 큐타와 함께하면서 큰 위로가 되어줬던 엄마 같았던 존재 '치코', 그리고 쿠마테츠와 큐타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타타라와 햐쿠슈보를 비롯하여 인간 세상에서 큐타와 '로맨스'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카에데' 등 영화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모두 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었던지라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작품 <괴물의 아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