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도] : 생각할 사, 슬플 도..
<사도>
이준익 감독의 9월 16일 개봉작 <사도>를 감상하였습니다. 사실 감상한지는 2주정도 지났지만, 이제야 리뷰를 쓰게 되었네요. 영화는 <소원>이후 2년만에 사극이라는 장르로 돌아온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과 더불어, 송강호, 유아인이라는 거물급 배우들이 캐스팅 되면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그 기대에 부흥하듯 개봉한지 한달정도 지난 지금 약 62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이준익의 사극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고요.
타이틀 그대로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이었다고 일컬어지는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완벽한 군주이고자 했던 영조와, 따뜻한 아버지의 정을 그리워 했던 아들 사도세자의 엇갈린 운명이 서로 충돌하여 아들을 뒤주에 가둬 굶겨 죽여버리고 마는 참혹한 이야기죠. 이후 영조는 생각할 사, 슬플 도 즉 사도라는 시호를 내려 죽은 아들을 위로 했고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언뜻보면 단순한 가정사로 보이는 이 비극적인 사건은 꽤나 복합적이고 방대한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물입니다. 형인 경종을 독살했다는 누명이 컴플렉스로 작용해 완벽한 군주이고자 했던 영조의 배경과, 이로 인해 파생한 붕당이라는 정치적 외압 그리고 아버지와는 다른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도, 마지막으로 당시 세손이었던 정조의 안위까지 고려해야 하는 데. 놀랍게도 이 방대하고 복잡한 요인들을 이준익 감독은 꽤나 밀도있게 다뤄냅니다. 사실 정상적으로 다루고자 한다면 이게 너무 방대한 양이기 때문에. 흐름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깊이를 놓칠수가 있는데. 이준익 감독은 중심 사건으로 부터 일정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쉬 백' 기법을 사용함으로서, 핵심만 쪽집게 처럼 집어내면서도 그 깊이를 유지해냈죠..
<사도>의 가장 큰 감상 포인트는 단연 영조와 사도의 안타까운 감정선입니다. 영조라는 인물의 고집과 이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던 사도의 객기는 송강호와 유아인이라는 배우에 투영되어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전달해주죠.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초래된 비극인 만큼, 문근영, 전혜진등 조연 라인의 감정연기도 안타까운 감정선을 고조시키는데 일조했고요. 심지어 특별출연한 소지섭의 엔딩시퀀스까지 이 영화에서 연기로 흠을 잡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다시한번 언급 해야겠어요. 올해 천만영화 <베테랑>에서는 물론 이외의 모든 작품들까지 대단한 배우라고는 줄곧 생각해왔지만, 이번 <사도>에서 만큼 넓은 폭의 감정적 동요를 느낀적은 사실 처음이었거든요. 분명 이준익의 연출력과 송강호의 노련한 영조가 있었다 하더라도 유아인이 맡은 사도의 절규가 없었다면 <사도>는 이정도의 진한 감정선을 갖출수 없는 작품입니다.
슬프지만 지루했다는 평이 간간히 보이는데, 개인적으론 단 한순간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사극 매니아로서 이정도의 진실성과 깊이로 무장한 정통사극이 나왔다는 점이 너무 만족스러웠거든요. 요즘 대부분의 매체가 허구를 첨가해 '팩션사극'으로서 관객을 찾아가는 반면, <사도>는 허구라는 요소를 최소화 해 정통사극의 면모가 두드러진 작품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자면, 팩션사극으로서 훌륭한 작품이 많았음에도 그 진실성과 깊이에 갈증을 느끼던 차에, 이준익의 <사도>는 그 갈증을 해소 해줄 단비같은 작품이었네요.
2015년 10월 6일
<사도>
생각할 사, 슬플 도..
★★★★☆ (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