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 들어줄 때 까지 소리칠 것이다
<소수의견>
들어줄 때 까지 소리칠 것이다
★★★☆
용산참사사건을 모티프로 한 6월 24일 개봉작 <소수의견>을 감상하였습니다. 김성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윤계상, 유해진, 김옥빈이 주연을 맡은 법정 스릴러 영화죠. 무슨 우여곡절이 그렇게도 많았는지, 제작된지 1년이 넘었지만 이제서야 개봉이 결정되었습니다. 손익분기점이 120만인 가운데, 숱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현재 26만 관객이라는 조금은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만족스럽게 본 사람으로서 이들의 소수의견이 꽤나 많은 사람에게 울려퍼졌으면 하네요.
'용산 참사 사건'은 그냥 하나의 모티프
영화는 철거현장을 사수하기 위한 철거민들과 이들을 진압해야하는 경찰들이 대치한 급박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그 시작을 알립니다. 그 누구도 양보하지 않고 긴박한 상황이 유지되는 가운데, 의경과 한 청년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죠. 의경을 살인한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사망한 또다른 청년의 아버지인 '박대수', 그는 죽은 의경이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사건을 맡게된 국선변호사 '윤진원'은 안일한 태도로 임하지만 경찰기록열람조차 차단된 이 사건에 먼가 수상함을 느끼게 되고, 이혼전문 변호사 '장대석'과 신문기자 '공수경'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한 100원짜리 소송을 결단하게 되죠.
영화 <소수의견>이 흥미를 끄는 가장 큰 포인트는 '용산참사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감상해보니 도입부의 대치 상황을 제외하면, 딱히 '용산참사사건'이 떠오르지는 않더군요. 용산참사사건에 흥미를 가졌던 사람으로서 이점이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으나, 감상하고나니 이 점이 오히려 스릴러물로서 영화를 흥미롭게 했고, 하나의사건에서 벗어나 사회전체로 주제의식을 확장할 수 있는 의외의 수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겁지만은 않았던 영화 <소수의견>
영화는 무거운 사건을 다루고 있는,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무겁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나름 한번씩 터뜨려주는 윤계상과 욕쟁이 기자로 변신한 김옥빈 그리고 이런 연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유해진의 코믹연기가 제법 이런 무거운 분위기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죠. 그러나 이러한 설정이 과잉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더러 있었습니다. 법정에서 까지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될떄는 잘 적응이 안되더군요. 저에게 있어서는 배심원을 상대로 상대편 여검사의 유치원 선생톤의 진술이 그러했습니다. 도무지 재판장 분위기와는 맞지않아 내내 옥의티처럼 느껴졌네요.
매끄럽지 않지만 긴장감 넘친다
스릴러 로서 이야기가 매끄러운 편은 아닙니다. 주요 포인트마다 설득력 약한 인물의 변절로서 사건을 전개시키려는 느낌이 강했고, 잠시 이별한 윤진원과 박대수도 극의 분위기와 조응하지 못했죠. 특히 후반부에 와서 갑자기 사건을 말아먹으려 하는 공수경의 튀는 행동도 납득이 안갔고, 경찰이 범인을 오인하는 설정은 어설프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러나 간과하면 안될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릴러로서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입니다.어설픈 설정에도 대치하는 두 세력간의 업치락 뒷치락하는 치열한 공방전으로 내내 긴장감을 유지해 나가는데, 영화가 끝날때까지 그 승부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죠. 국민참여 재판을 무대로 삼은 것도 영화의 주제를 가장 훌륭하게 표현해내며 뭉클함을 전하는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딱 그것 뿐이야.
이 영화를 사회고발영화라고 평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소재가 소재인 만큼 나름의 생각할 거리는 던져줍니다. 죽은 의경의 아버지와 죽은 청년의 아버지 박대수가 대면한 장면에서는 과연 이 사건에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르겠더군요. 그저 모두가 세상이 짜논 체스판위에 움직이는 말같다는 생각이 스치며 지나갔습니다.
영화 막바지에 배심원의 '소수의견'을 검사가 뿌리치고 법정을 나가는 시퀀스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바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인 것 같습니다. 온갖부조리와 부정부패가 판치는 판국에도 그나마 울려퍼지는 소수의 의견은 기득권의 법과 제도라는 울타리에 무시되어왔죠. 개인적으로 법과 제도가 진정 국민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면 그 안에 '상식'이라는 개념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수로부터 출발해 그 의견이 다수의 것이 되는 그날, 비로소 세상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