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베레스트] : 산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희열, 그리고 절망
마스터피서's Review No.129
<에베레스트>
산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희열, 그리고 절망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의 9월 24일 개봉작 <에베레스트>를 감상하였습니다. 제이슨 클락, 제이크 질렌할, 키이라 나이들리, 샘 워싱턴, 조쉬 브롤린등이 실제 에베레스트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열연을 펼친 작품이죠. 그 수고에 보답이라도 하듯, 제7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되어 해외언론에 호평이 끊이질 않더니.
이번주 북미개봉에서는 긍정적인 흥행성적을 거두며 관객마저 사로잡고 있습니다. 일단 순위는 5위에 랭크되어있습니다. 1위의 타이틀을 거머쥔 <메이즈 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의 1/6에도 못미치는 스크린수로 총756만달러의 수익을 기록중이죠. 스크린당 평균수익은 1만 3251달러로 우위에 있으니, 진짜 승리는 <에베르스트>의 것이라는게 대다수 언론의 평가입니다.
영화는 1996년 상업 등반가이드 '롭 홀'과 함께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대원들의 실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롭 홀이라는 인물은 전문 산악인으로서 '등반'이라는 것을 상업화하여 '만년설의 장관'을 일반인들에게까지 선사한 인물이죠. 벡 웨더스, 더그 한센, 존 크라카우어등은 각자 사연을 가지고 에베레스트의 정상에 깃발을 꽂기 위해 롭 홀을 찾은 인물들이구요.
일단 기본적으로 배우들 연기가 정말 훌륭합니다. 모든 배우들이 대자연을 상대하는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너무나 인상깊게 표현해내죠. 영화 엔딩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미지적으로도 영화의 캐스팅은 완성도가 높은편입니다. 롭 홀, 벡 웨더스등을 연기한 제이슨 클락이나 , 조슈 브롤린등의 이미지는 거의 비슷하게 매치되지요. 작은 비중임에도 뚜렷한 이미지의 개성적인 연기를 하는 제이크 질렌할과 키이라 나이들리, 샘 워싱턴을 캐스팅해 씬들을 각인시킨것도 훌륭했고요.
영화는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장르에 충실합니다. 다른 어떤 요행이나 서스펜스를 연출하기 위한 어떠한 인위적인 장치들이 거의 없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겠죠. 높이 8,848m를 자랑하는 '극한의 공간'이자 '만년설의 장관'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곧 극도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연출해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한 수 일테니까요. 마치 <그래비티>가 완성도 높은 우주를 묘사함으로서 관객을 사로잡았듯, 이 작품은 '에베레스트'를 카메라에 담아내는데 가장 많은 공을 드립니다.
단연 그 결과물은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거칠면서도 아름답고, 쉽지않지만 그 도전이 무모하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에베레스트' 만의 매력이 담겨있어요. 구름과 어깨를 나란히 맞대고 있는 산세의 자태가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여기서 혼을 빼앗기지 않을 사람이 누가있을까요. 이 영화는 그런면에서 분명 3D아이맥스로 봐줄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저는 일반상영관에서 한번, 3D아이맥스로 또 한번 감상했구요.
여기까지는 "산이 저기 있으니까, 오르지"라는, 별거 아니지만 곧 전부인 이들의 표현에 공감이 가요. 정상에 깃발을 꼿는 순간 이들의 뒤로 펼쳐진 장관에, 그 '희열'이란 일생일대 두번다시 없을 소중한 경험이죠. 에베레스트는 무모하지만 철저히 준비한 사람들에게, 대자연에 대한 예우와 그 약속을 마지막까지 이행한 사람들에겐 분명 최고의 선물입니다. 이 영화는 그걸 너무나 잘보여주고 있구요.
그런데 이 영화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아요. 분명 "선택 받은 자"만이 에베레스트에 오릅니다. 그러나 에베레스트에 대한 예우와 그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을때, 이 대자연은 결코 선택하지 않습니다. 사사로운 정에 빠져 무사귀환이라는 목표를 망각하거나, 팀워크가 견고하지 못하다거나, 승부욕에 빠져 자신의 상태를 캐치하지 못할때 이 에베레스트라는 대자연이 얼마나 자비없고, 잔인하리 만치 냉정해지는지 이 또한 잘 보여준단 말이죠. 대자연 앞에 누구는 배테랑이라서, 누구는 초짜새내기라서 하는 것따위는 없어요.
물론 이들의 도전은 무모하지만 가치가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 전반부에 나타난 그 희열을 생각해보자면 분명 저도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경험이긴해요. 그러나 극명한 대조로 후반부에 나타난 그 절망 또한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대자연의 분명한 경고입니다. 인간의 도전과 대자연의 경고, 여러분의 부등호는 어느쪽으로 기울어져 있나요.
<에베레스트>
산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희열, 그리고 절망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