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귀여운할머니들 춘희막이~ 시사회로 보고왔어요.
할머님들께 귀엽다는 표현이 불경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런걸요.

줄거리
“영감의 세컨부와 함께한 46년… 인생 참, 얄궂다”
홍역과 태풍으로 두 아들을 잃은 큰댁 막이는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작은댁 춘희를 집안으로 들인다.
 영감이 떠난 지 한참이 지나도록 둘은 모녀인 듯, 자매인 듯, 친구인 듯한 애매한 관계를 46년간이나 유지하며 함께 살았다.
 모질고 질긴 두 할머니의 특별한 인연.
 이제 서로의 마지막을 지켜줄 유일한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는데...



스토리가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춘희 할머니와 막이할머니의 일상을 조용히 지켜보는 그런 영화였어요.

여백의 미 같은 영화였어요.
모든 장면이 다 완성된 장면이 아니라 뭔가 장면들에 여백이 있는 느낌 이랄까요?

고요함과 동시에 울려퍼지는 피아노 연주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본처 막이 할머니는 춘희할머니를 구박하는것 같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살뜰히 춘희할머니를 생각해주고 보살펴 주시구요, 츤데레...?

춘희 할머니는 좀 모자라는것 같지만 막이할머니를 거의 엄마처럼 따르시네요.

두분 할머니 모두 너무 귀여우셔서 보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할머니두분이 너무 귀여우시니 김사탕의 학창시절 종로3가에 계셨던 짱귀여운 할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짱귀여운 할머니"라는 말은 제가 그 할머니를 부르던 별명인데 종로3가 역사 한켠에서 이것저것을 팔거나 혹은 그냥 돈통을 놓고 앉아계셨던것 같습니다.
대학시절 3호선에서 1호선을 갈아타고 다녔기 때문에 늘 등교하면서 그 할머니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했었더랬죠.
이가 많이 빠지셨는데 그 빠진 자국을 드러내며 웃으시는게...인상도 너무 좋으셨구요.
짱귀여운 할머니는 얼마 못되 종로에서 없어지셨지만...
어디로 가셨을지 생각하면 눈물이...또르르
 

막이할머니도 나이가 많이 드셔서인지 가실 때를 준비하시더라구요.
그런속사정도 모르시는 순진무구한 춘희할머니는 모른척...

다큐멘터리 인데다가 여백의 미 에도 불구하도 지루하지 않은 기분좋은 관람이었어요.

다만 평을 보고 펑펑 울것 같아 준비해 간 냅킨은 한장도 사용안했다는것.
울 어머니 이여사님과 같이 봤는데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그렇다 하시더라구요.

알고보니 저희 친가/외가도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가 상처하고 재가하셨던 경우 였고, 친할머니는 아버지 어릴적 일찍 돌아가셔서 두번째 친할머니가 10남매를 키우신 케이스였지요.
할아버지 두분이 모두 상처 후 재가...

그 시절에는 그런일도 흔하고, 씨받이를 들이는 일도 흔했다 하더라구요.
이여사님은 이영화를 보면서 외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셨다고 해요.
(그래도 울진 않으신듯)

막이 할머니는 마지막을 준비하시지만 워낙 연세에도 불구하시고 정정하셔서, 그리고 춘희 할머니에 대한 걱정때문에 쉽지 않으실 것 같네요.

막이할머니도 춘희할머니도 오래오래 만수무강 하시길 기원 해 봅니다.

9월24일 19:30 대한극장에서 시사회로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