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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는데, 매일 같이 겉모습이 바뀌는 남자가 있습니다. 아마 18살 생일이었을 거예요. 우진이 자고 일어나면 남자로, 여자로, 아이로, 노인으로, 심지어 외국인까지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 게 말이죠. 신기하고 마법 같은 일이지만 이 특별한 능력은 우진에게 있어 저주와 다름이 없습니다. 다행히 단짝 친구인 상백이 우진의 사정을 이해하고 곁에 있어 준 덕분에 아주 혼자는 아니지만, 예전처럼 사람틀 틈에 섞여 살 수는 없는 노릇인데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듯 우진은 누구에게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가구 디자이너로서 살아갑니다. 그러던 그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어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 일회성 만남만 반복하던 그에게 처음으로 비밀을 말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 것인데요. 매일 새로 태어나는 남자와 그런 그를 사랑하는 단 한 명의 여자, 이 두 사람의 남다른 로맨스가 기대됩니다.

   사랑은 판타지

   처음엔 믿지 않았던 이수가 우진을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시작됩니다. 그 동안 시공간을 뛰어 넘는 판타지 멜로 영화는 많았지만, 매일 모습이 바뀌는 남자와의 사랑은 아이디어부터 신선했는데요. 물론 두 사람이 연인이 되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갓 시작한 사랑의 설렘만큼 영화는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합니다. 글로는 형용할 수 없는 두근거림이 화보처럼 예쁜 장면들로 영상에 옮겨진 기분이었는데요.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며 달콤한 사랑 뒤에 찾아오는 고통을 염려했던 영화 '중경삼림'의 대사처럼, 행복한 연인이 현실을 깨닫는 순간 총 천연색으로 가득 찼던 세상은 잿빛으로 바뀝니다. 운명처럼 시작된 우진과 이수의 사랑도 한낱 판타지에 불과했던 모양이에요.

   왜 우진은 가구를 만들었을까?

   우진은 매일 육체의 변화를 경험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가구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습니다. 마치 자신을 마치 나는 항상 그대로니 외모가 아닌 내면으로 알아봐달라는 외침으로도 들리는데요. 영화 역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인사이드'에서 찾으려 한 듯합니다. 다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몇 가지 분명한 한계가 드러나는데요. 우진이 외모 때문에 고민하더라도 그가 유일하게 한 노력이라고는 박서준으로, 이진욱으로, 서강준으로 바뀌길 기다리는 것뿐. 두 사람의 관계에서 감정과 정서의 교류를 찾아보기도 어려웠는데요. 때문에 이들의 사랑이 아름다운 장면의 나열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구구절절하게 토를 달긴했지만 그래도 전 이 영화가 싫지 않아요. 뚜렷한 굴곡도, 확실한 해결책도 없는 영화라 심심하게 또는 허무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일인데요. 둘만의 공감대 안에서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특별한 연인에게는 충분한 해피 엔딩이 아닐까 싶었어요. 여담이지만, '뷰티 인사이드'를 보는 내내 아담 샌들러, 드류 베리모어 주연의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란 영화가 떠올랐는데요. 우진과 루시 둘 다 매일 새로 태어나야 하는, 해피 엔딩을 꿈꿀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을까요? 두 영화의 결말 모두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그들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대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은 것처럼 보여 마지막 장면이 예쁘면서도 안쓰러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