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2002년 6월 29일,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로 대한민국이 가득했을 그 무렵, 어느 한편에서는 젊은 청년들이 바다위에서 목숨걸고 싸우고있었다. 바로 《연평해전》이다. 대한민국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있었던 그 날을 13년만에 다시금 기억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영화가 바로 영화 <연평해전>이다. 딱 13년만이다, 이제는 기억 저편 속으로 물들어갈 무렵 다시금 대중들에게 젊은 청년들의 희생을 기억하게해준 작품.

한국과 터키의 3,4위전이 벌어지던 그 날이다. 참수리 357호에 탔던 수많은 청년들도 우리와 같이 함께 즐겼어야했다. 하지만 그들에겐 생각지도 못한 비극이 일어난다. 윤영하 대위, 한상국 하사, 박동혁 상병 등 참수리 357호에서 형제와 가족같이 지냈던 그들의 이야기가 이번 영화에 빼곡하게 담겼다. 

영화 <연평해전>의 절반 정도는, 이들 청년들의, 특히 그 날 희생된 많은 주요인물들의 【배 위에서의 생활】이 일상처럼 담겨진다. 혹자는 제목만 보곤, 바로 그 날의 전쟁만을 담아낼 것을 기대하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삶/에 더 초점을 맞춘다. 당연히 그래야했다, 이 영화는 나라를 지키다 먼저 떠나간 청년들을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연평해전>이라는 사건과 그들을 기리는 의미가 충분했다. 

배 위에서의 군대생활은 힘든 법, 개개의 인물들은, 대위/하사/상병 등 각자의 계급에서 임무를 다하면서도, 형동생하는 관계도 있었고, 믿음직한 관계도, 때론 자신을 미워하는 관계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청년들이었고, 누군가의 아들들】이었다. 아무리 군인이라고 해도, 생각지 못했던 피습과 총알이 오가는 상황에서의 동료들의 죽음과 보면서, 현장을 지키는 건 이 청년들에게 끔찍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 장면을 재현한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몸서리칠 정도로 공포감을 느꼈으니 말이다.

<연평해전>은, 일반 전쟁영화들하고 당연히 다르게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비극을 다룬 실화사건을 담은 것이고, 외국영화를 보는 것같은 전쟁영화의 재미를 느낄 수 없는 법이다. 당연하다, 실제로 그 청년들이 총을 맞고, 배 위에서 죽어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서 영화의 완성도나 아쉬운 부분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완성까지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2002년 6월, 대한민국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했던 그 날과 

배 위에서 쓰려져간 청년들을 다시금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13년이면 조금은 잊혀질법도 했던 그 사건을 다시금 관객들에게 상기시켜준다. 그 사건에 대한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서는 울분을 토하면서도, 더 중요한 건 그 자리에서 희생되어간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영화 <연평해전>이 존재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단순히 울음이나 감동을 조장하기위해서가 아닌, 존재만으로도 그들을 기억하게 한다. 

영웅이나 정치이야기는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그 바다위에서 총 들고 배 위에서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함께했던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분명히 존재했었음을 영화 <연평해전>은 기억하게해준다. 그게 나였다면, 가족이었다면... 그 아픔만으로도 엔딩크레딧까지 진한 가슴 저림이 전해져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