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봤는지 모르지만 막내가 엄마와 아빠와 함께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싶다고 했단다. 그 말을 듣고 다음 날 보기로 결정하고 극장에 세명이 봤다. 픽사 영화를 본 적은 참 오랫만이다. 그것도 픽사가 디즈니 품에 안긴 후에는. 픽사가 비록 애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픽사 자체의 정신은 디즈니에서 출발했기에 너무 당연한 합병으로 보인다. 픽사는 디즈니를 타도하기 위해 생긴것이 아니라 디즈니를 너무 사랑해서 생겼으니.

마블이 영화 상영 후에 마지막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게 다음 편을 예고하는 식으로 영상을 삽입하는 것이 특징이라면 픽사는 본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단편 애니를 보여준다. 처음 <토이스토리>때에는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제는 친숙하고 그 자체로 완성도가 엄청 높아졌다. 정확한 제목은 모르겠지만 남자 화산과 여자 화산이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인데 노래와 함께 영상이 흐르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를 봤다고 말해도 된다. 짧은 시간내에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이뤄져서 감탄했다.

<인사이드 아웃>은 관람하기 전에 인간 감정에 대한 애니라는 것은 알았다. 애니를 보니 내용이 참 천재적이라는 생각이다. 미리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면 분명히 어린아이를 위한 애니로 선전될텐데 내용은 아이가 아닌 성인 대상이다. 아이들은 오히려 그다지 재미있게 보지 않고 어른들이 웃으며 본다. 실제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많이 웃으면 관람한다. 코드 자체가 어린아이가 웃을 포인트가 아닌 어른들만이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코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쁨, 슬픔, 소심, 까칠, 버럭이 실제 주인공이다. 이들은 우리가 성장함에 따라 표출된다. 어릴 때는 대부분 기쁨만이 가득하다. 다른 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다. 애초부터 간직한 감정이지만 미처 깨달을 시간이 없다. 아기는 그저 모든 것이 다 기쁠 뿐이다. 자라면서 점점 소심해지고 까칠해지며 화를 낸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아직까지 인지하지 못한다. 아이들이 눈물을 흐릴때 슬퍼우는 것은 아니다.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에 맞는 다양한 가치관이 생긴다. <인사이드아웃>에서는 가족, 정직, 우정, 하키, 엉뚱섬이 있다. 이들이 현재 라일리를 이루는 요소다. 내부 감정들은 이것들이 가장 중요하며 라일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하고도 중요한 요소로 믿었다. 아직은 어린아이인 라일리에게 슬픔이라는 감정은 피해야 할 감정이다. 기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추억이 슬픔이 건드리면 슬픈 감정으로 변하는 것을 우려한다.

환경이 변하며 라일리는 적응을 하지 못하고 감정들은 혼란스러워한다. 라일리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애니 중간에 아주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이들은 웃지 않고 어른들만 웃는다. 라일리가 특정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때 엄마와 아빠의 머리와 마음속 생각이 표출되는데 라일리와 똑같이 그 안에 내재된 다양한 감정이 서로 보여준다. 아이와 달리 어른들의 감정은 다소 다르게 표현된다. 기쁨이 우선인 라일리 대신 엄마는 슬픔이 컨트롤하고 있었고 아빠는 버럭이 컨트럴하고 있었다.

이런 장면이 보여줄 때 무척이나 생소했지만 신기했다. 우리 감정이 이렇게 획일적으로 나타날 수는 없겠지만 표현방법이 기발하고 놀라웠다. 라일리 내부에 있는 다양한 섬들이 무너진다. 엉뚱부터 시작해서 하키, 우정, 정직이 완전히 무너진다. 가족마저 거의 무너질 뻔할 시기에 슬픔이라는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까지 슬픔은 전혀 필요없는 존재로 받아들여졌지만 슬픔은 기쁨을 더욱 독보이는 역할을 하고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이 된다.

기쁜 것만 추억했던 것과 달리 슬픈 감정이 기쁜 감정 전이나 후에 있었다. 그 감정 덕분에 더욱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기쁜 추억으로 남은 행복감은 슬픈 추억이 될 수 있다. 그 당시의 기뻤던 일이 지금 생각하니 너무 행복해서 슬픈 감정이 될 수 있다. 참 역설적인 감정이다. 슬픈 감정이 오히려 행복을 강화한다. 또한, 슬픔 감정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주 중요한 메타포가 된다. 슬픔을 알게 된 후 성장하며 감정이 풍부해진다.

<인사이드 아웃>은 어른을 위한 애니다. 아이들도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화면과 내용구성은 아니다. 아이들은 다소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다. 반면에 어른은 재미있게 생각하며 볼 수 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자신도 몰랐던 감정에 대한 철학적인 문제제기를 아주 유쾌하게 풀어낸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라일리는 엄청나게 많은 섬이 등장한다. 과거와는 다른 여러 섬이 그 안에 존재하게 된다.

영화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미처 보지 못했고 어디 가야할 일이 있었지만 과감히 다음날 가기로 하고 관람했는데 좋았다. 지금 내 안에는 어떤 섬들이 차지하고 있을까. 과거에는 없었던 어떤 섬이 생겼고 지금 있는 섬들중에 시간이 지나면 어떤 섬이 새로 생기고 없어질지도 궁금하다. 나라는 인간의 존재감과 중심만 시간이 변해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