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판타지아> 아련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참 좋다
" 오늘 밤에 불꽃놀이 같이 보러 갈래요 ? "
< ▲ 한적함, 여유로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일본의 '고조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한여름의 판타지아' >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어떤 영화인가?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등을 수상한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공동제작을 맡은 작품으로 그녀가 이끌고 있는 '나라 국제영화제'의 제작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장건재 감독에게 연출이 맡겨진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받았고 여러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국내보다는 해외에 먼저 이름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급변하는 디지털시대와는 동떨어져잇는 것 같은 아날로그적인 정취가 가득했던
일본의 '고조'라는 곳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한여름의 판타지아>
< ▲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있었던 도시 '고조'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이 '고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
마치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만큼 적막했던 일본의 '고조시'. 이곳은 일본 고령화의 상징과도 같은 도시로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있는 곳입니다. 게다가 특출나게 뛰어난 관광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감'이라는 특산품 역시 특별한 것은 아니었기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었고 외부의 사람 역시 이 도시로 들어오는 경우가 드문 곳이었습니다. 마치 지금의 급변하는 디지털시대와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시간이 멈춘 듯한 아날로그적인 정취가 가득 느껴지는 곳이었던 것인데 바로 이 곳으로 한국의 영화 감독인 '태훈'(임형국)이 조감독이자 통역 '혜정'(김새벽)과 함께 영화 촬영을 위한 사전 조사를 하기 위해 들어옵니다. 그들은 그 곳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한 것일까요?
다분히 다큐멘터리스럽기도 했던 '챕터1, 첫사랑 요시코'
흑백으로 구성된 이 '챕터 1'은 이후로 이어질 '챕터 2'를 위한 포석으로 느껴집니다
< ▲ '챕터1'은 이렇게 흑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조'에서 영화를 촬영하려 했던 감독 '태훈'은
영화 촬영에 앞서 조감독이자 통역이었던 '혜정'과 함께 이곳에서 사전 조사를 진행하죠 >
이렇게 시작되는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첫사랑 요시코'와 '벚꽃우물'이란 두 가지의 챕터를 갖고 있는 작품으로 이 두 챕터는 흑백과 컬러라는 대조적인 영상만큼이나 매우 상반된 분위기의 이야기를 담아내지만 그와 동시에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우선 흑백의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는 첫번째 챕터 '첫사랑 요시코'는 그 풋풋하게 느껴지는 제목과 달리 상당히 정적인 느낌으로 흘러가면서 '태훈'과 '혜정' 두 사람이 이야기의 중심에 위치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나는 그 곳의 사람들과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리고 '시노하라'와 같은 장소들에 대한 묘사는 다분히 다큐멘터리적인 느낌까지 들게 되는데 왜 이런 식으로 첫번째 챕터가 구성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은 챕터2를 보면 자연스럽게 해소됩니다. 바로 이 '챕터 1'은 상황 설정 혹은 배경 설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챕터 2'를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죠. 때문에 '챕터 2'는 영화 감독 '태훈'이 이러한 준비 과정을 거친 뒤에 만든 영화라고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챕터 1'에서 만들어진 뼈대에 살이 붙여진 이야기로 볼 수 있는 '챕터2, 벚꽃우물'
<비포 선라이즈>와 닮아 있었던 이 '챕터2'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첫사랑의 기억처럼
풋풋하고 순수한 감정을 비롯한 설레이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 ▲ 그리고 '챕터1'이 만들어 놓은 뼈대에 살을 입힌 것으로 느껴지던 '챕터2'의 이야기
상당히 좋은 느낌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
때문에 챕터1에서 마련해놓은 뼈대에 살을 붙여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게 하고 있었던 두 챕터 사이의 흑백과 컬러 전환도 상당히 괜찮은 선택으로 보였었는데 이 두번째 챕터 '벚꽃우물'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으로 생각되는 작품 <비포 선라이즈>와 닮아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설지만 좋은 느낌의 이성과 함께하는 하루의 이야기였던 '벚꽃우물'은 급하게 만나고 급하게 헤어지는 '인스턴트식 로맨스'가 아닌,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 곳의 분위기만큼이나 상당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돋보였던 것이죠. 특히 '혜정'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끌림을 느꼈던 남자 '유스케'(이와세 료)가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느끼게 되는 두근거리는 설레임은 '챕터 1'에서 이야기됐던 지긋한 어르신의 어린 시절 첫사랑 기억처럼 풋풋하고 순수한 감정으로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이런 남자의 감정은 약간의 접촉조차 조심하던 그의 세심한 행동들과 그녀에게 전하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손에 연락처를 적어주는 혜정을 바라보던 그 애틋한 시선등의 디테일함을 통해 보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와닿는 것이었고 그렇게 만들어지는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는 두근거리는 설레임과 떠나보내기 싫은 아쉬움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비록 밤하늘에 아름답게 생겨났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불꽃'과도 같은 '한여름의 판타지아' 혹은 '백일몽'일지라도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