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한국인은 음주가무에 능한가 보다. 자기 강화적인 최면으로 이뤄진 스스로 믿는 것인지 몰라도 이토록 양파처럼 까도 까도 노래 실력자가 계속 나오는지 신기하다. 인구가 1억 절반인 5,000만 명이 약간 안 되는데 이정도 인원으로 노래 실력자가 계속 나온다는 것은 기적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노래를 잘 한다가 아니라 가수 못지 않은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등장한다.

한 가지 걸러 볼 필요가 있는 것은 그들이 등장하여 부르는 노래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기존가요다. 친숙한 노래가 흘러나오니 우리는 감상만 하면 된다. 자연스럽게 기존 가수와 비슷하게 부르거나 무엇인가 느낌이 비슷하면 잘 부른다고 착각할 수 있는 불안감은 존재한다. 이런 불안감으로 인해 정작 새로운 노래를 들고 왔을 때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화된 노래에 훈련된 목소리라 자신의 제대로 된 목소리로 발표한 노래가 사랑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슈퍼스타K>로 시작한 노래 열풍은 진화를 거듭하여 이제는 <복면 가왕>과 <너의 목소리가 보여>까지 발전했다. 특히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예능을 잘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음치가 섞여 있다. 이들이 음치인지 실력자인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이들은 수 많은 신호와 소음을 발산한다. 심지어 사전에 녹음된 목소리를 립씽크로 다들 부른다. 도대체 누가 실력자인지 음치인지 전혀 분간이 안 된다. 이런 재미가 시청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음치가 몇 명인지 실력자가 몇 명인지조차도 구분되지 않는다. 초대된 가수는 자신과 함께 마지막에 노래를 부를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참여자들의 진정한 목소리는 탈락해야만 들을 수 있다. 가수가 매 스테이지마다 탈락시키면 자신의 제대로 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 깜짝 놀란다. 음치라서 놀라고 엄청난 실력자라 놀란다. 음치가 나와도 재미난 분위기로 유쾌하고 실력자면 반전실력으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탄한다.

모든 참가자를 다 탈락시키고 가수와 함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른다. 최종 선택자가 음치일 수도 실력자일수도 있다. 음치가 끝까지 남으면 큰 웃음을 선사하고 실력자가 남으면 가수와 함께 기가 막힌 앙상블을 들려준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보장한다. 추가적으로 참가자들의 뒷 배경을 알게 되었을 때 감정이입이 되며 공감하며 내 귀에 들리는 노래는 더욱 매혹적으로 들린다. 

대세는 케이블인 듯 하다. 신선한 기획과 공중파에서 못하는 과감한 시도를 한다. 덕분에 어느새 젊은 층은 공중파보다 케이블을 더 선호한다. 시청률로 들어나지 않지만 다양한 선택과 다른 영역을 통한 매출증대로 케이블은 공중파에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시청률이 부족하면 과감하고도 빨리 접어 버리기도 하지만. 

짧은 10회 정도 기간동안 보여주고 시즌 2를 하는 것도 좋아 보인다. 계속하면 아무래도 좀 질린다. 포맷을 구성하고 짜는 스탭들도 아이디어가 고갈될테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케이블의 시즌제가 훨씬 더 충실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재미있게 즐겨봤던 프로그램이라 흔적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