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살인사건>

​편견과 SNS 그리고 언론이 만들어 낸 마녀사냥

​★★★★

​가끔가다 일본영화를 보면 다른국가의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나 정서 그리고 주제가 느껴져 온몸에 소름이 돋을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대표적으로 <용의자X의 헌신>,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고백>, <바람의 검심 트릴로지>등이 그러했죠. 이번에 감상한 <백설공주 살인사건> 역시 이 리스트에 추가해야할 것 같습니다.

​영화는 '백설공주' 비누회사에 근무하는 한 미모의 여성이 살해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TV프로그램의 조연출이자 열혈 트위터리안인 '유지'가 비누회사에 근무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제보를 받으면서 영화는 시작되죠.  취재도중 모든 사람들이 한입으로 말하는 범인은 바로 '시로노 미키', 유지가 취재한 프로그램이 방송을 타면서 살인사건 이후 행방을 알 수 없는 시로노 미키에게 시청자들과 트위터리안이 집중하게됩니다. 

현대에 걸맞는 문제제기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언뜻보기에 추리영화처럼 보이나, 그안에는 인간의 감정이나 사회의 문제들을 파고드는 영화입니다. 이전부터 제기되었던 선입견과 편견에 대한문제들에다가 현대에 걸맞게 SNS 그리고 언론보도의 폐해등을 집중적으로 다룬 스릴러영화죠. 이 영화는 사실 범인이 누구냐에 무게를 두고 감상할 영화는 아닙니다. 실제로도 범인의 정체는 굉장히 시시하지만, 이러한 점이 이 영화의 작품성을 심하게 훼손시키지는 않습니다.

대신 취재과정과 시로노미키의 입장이 드러나는 2부구성의 대조를 통해 서로 다른공간에서 뭐에 홀린듯이 한 여성을 마녀로 몰아갔던 주체들을 비판하고있습니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고있는 관객들은 다를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로노의 스마일'입니다. 단지 웃음일 뿐인 시로노의 스마일을 보며 애매모호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관객또한 이러한 선입견과 편견의 영향을 받고있다고 일침을 가하고 있죠.

자막연출의 궁극

이러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영화가 이러한 문제들을 전달해내는 연출방식도 굉장히 독특하고 탁월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던 자막을 이용해서 이렇게나 훌륭하게 연출해내는 영화가 또있을까요? 영화는 스크린 한가운데로 실시간 트위터반응을 보여주는 듯한 자막을 삽입하면서, 실시간 반응들을 모니터 하게끔합니다. 또한 영화를 보고 있음에도 중간중간 TV프로그램에서 사용할 법한 자막을 이용하여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리얼함은 극의 몰입을 고조시킵니다.

한가지 더 눈여겨 볼점은 극을 전개시켜나가면서 인물들과 가해자인 '시로노 미키'의 관계를 설명하는 자막입니다. 시로노 미키와 유지의 관계를 무관계라고 설명하는 자막의 효과만으로 영화는 보는 이에게 깊은 충격을 안겨줍니다.

일본여배우들의 매력

극을 이끌어가는 '유지'역의 아야노고를 포함한 영화의 캐스팅은 상당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그중 이목을 끈 세명의 배우는 시로노 미키역의 '이노우에 마오', 미키 노리코역의 '아라이 나나오', 마에타니 미노리역의 '타니무라 미츠키'입니다.

말 그대로 평범한 외모에 관객들까지 혼란에 빠뜨리는 표정연기를 보여주는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이노우에 마오는 영화의 분위기를 완전히 쥐락펴락합니다. 또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마고로비를 보는 듯한, 비주얼로 모든 것을 압도해버리는 아라이 나나오 역시 나오는 장면마다 눈을 뗄수없게 만들죠. 이들과는 또다른 이미지의 타니무라 미츠키 역시 또다른 분위기의 매력을 선사합니다.

이렇게 세배우의 각기다른 개성의 이미지가 영화내에서 훌륭하게 조응 하고, 훌륭한 스토리라인 내에서 적합한 역할을 해내면서 영화는 흥미를 더해가죠. 이름은 알지못했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던 완성도 높은 캐스팅의 배우들을 만나보는 것도 큰 재미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