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2를 보고 왔어요. 솔직히 저는 전편을 재밌게 보지 못한 관객 중 한 명인데요. 악당이 일대일로 겨룰 때는 그렇게 멋지게 활약하던 슈퍼 히어로들을 모아놓으니,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기싸움을 하느라 체력 소모 정신력 소모. 어찌어찌 협력의 필요성을 깨닫고 승리를 거머쥐지만 과연 이들이 앞으로 한 팀이 되어 지구, 영화의 재미를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랬던 그들이 동료로서 가까워지고 팀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한 것 같은데요. 일단 시작은 좋습니다. 각자 자신의 장기를 적극 활용하며 멋지게 적진의 중심으로 돌진하는 모습은 혹시나 하고 2편을 기다렸던 관객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듯한데요. 특히 이번 편에서는 촬영분의 일부를 대한민국 서울에서 찍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를 잘 모르는 국내 팬들의 마음까지 움직이기까지 했죠. 결과는 다행히 1편보다는 재밌었습니다. 이전 편보다 한결 정리된 어벤져스의 체계는 슈퍼 히어로들의 활약을 돋보이게 했고, 서로를 동료로 인식하는 유대감은 안정적이었거든요.

   다만, 모두가 주인공이기에 이야기 전개는 여전히 산만한 편입니다. 새로운 악당으로 등장하는 울트론도 어벤져스에 비해 절대적으로 막강하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고요.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확장된 세계관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슈퍼 히어로물의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고 자신한 듯 싶은데, 그러기에는 악당의 설정이 다소 모호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중간중간 분위기로 미루어 대강의 의미를 짐작하고 넘어가기는 하지만, 어벤져스는 슈퍼 히어로 하나하나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작은 힌트가 갖는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도 후속편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결국은 인성의 문제?

   전편의 위기가 어벤져스 멤버들이 서로를 믿지 못한 데서 시작되었다면, 이번 편의 위기는 자신을 믿지 못한 데서 비롯됩니다.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은 악용된 과학 기술과 대적하죠. 특히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과학 기술이 만들어낸 산물인 만큼, 인류가 생각하는 진일보라는 것의 양면성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로서도 작용하는데요. 인간으로서의 부족함과 불안함을 과학과 기술로 보충해 세계의 평화를 지키려는 아이언맨은 세속적인 반면 어벤져스 멤버 중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스스로 세상을 위협하는 악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런 의도는 울트론과 대적하는 새로운 존재(?)의 등장으로 분명해지는데요. 쿠키 영상을 통해 1편과 2편의 위기를 제공한 실제 배후의 등장이 예고된 가운데, 한 단계 성장한 어벤져스가 다음 편에서는 또 어떤 메시지를 남길 작정인지 사뭇 궁금합니다.

   진짜 숨은 영웅은 호크아이일지도...

   어벤져스 2의 또 다른 특징은 젊은 피가 수혈되었다는 것이죠. 새로운 초능력자들의 등장은 기존 캐릭터인 호크아이와 결합하며 자칫 비슷한 패턴으로 끝날 뻔한 영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트는 역할을 하는데요. 워낙에 주인공들이 많으니 이들의 활약상이 크지 못했다는 것 역시 섭섭해요.

    1편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2% 부족했던 어벤져스..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키워드로 국내 팬들의 애국심까지 자극했기에 당분간은 어벤져스 2의 인기가 지속되겠지만,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극장을 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저는 또 '혹시나'하는 마음에 3편을 보겠죠? 기왕에 기다리는 거 다음 편은 '상상 이상'이라는 찬사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