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 우리의 삶은 미생인가, 아니면 불생인가
<10분>
우리의 삶은 '미생(未生)'인가, 아니면 '불생(不生)'인가
★★★☆
'회사'를 소재로 한 만화 원작의 메가히트 드라마 <미생>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우리 곁은 떠난지도 이제 세달이 넘었죠. 여기 그 명품드라마의 여운을 조금은 해소해 줄만한 영화 한편이 있습니다. 이용승 감독의 연출작 <10분>인데요. 독립영화인만큼 저예산으로 제작된데다, 김종구, 정희태씨를 제외하면 모두 생소한 배우들로 캐스팅되었지만, 세계 각국의 시상식에서 초청, 수상하면서 그 저력을 뽐낸 작품입니다.
<미생>과 같아 보이나, 다.르.다
이 작품은 '회사'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제 막 사회로 발을 내딛은 이 시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현실감'있게 다뤄냈다는 점에서 <미생>이라는 작품과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미생>이 현실감있게 그려낸 회사내에서 그래도 진득하고 정감 넘치는 인간미를 그려내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제시하는데 주력한다면, 영화 <10분>은 그러한 인간미마저도 철저히 통제하면서 말그대로 현실감있는 전개에만 올인한다는데서 두 작품은 차이를 보입니다.
소름끼치는 현실, 호찬을 압박하다
영화 <10분>은 방송국 PD라는 꿈을 가지고 공공기관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호찬'을 주인공으로 두고있습니다.그러나 호찬을 둘러싼 환경은 평탄치만은 않습니다. 장애인 아버지에 어머니 혼자 벌이는 하지만 항상 생활고에 시달려야 하는 환경이죠. 이마저도 극적이라고 한다면 어쩔수 없지만 영화는 이러한 호찬의 상황을 꽤나 현실감 넘치게 전달해냅니다. 삶의 무게에 완전히 쓰러질때쯤 '부장'은 그런데로 잘 적응해 나가는 호찬을 눈여겨 보고 정직원이 되달라는 달콤한 제의를 하게됩니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했나요? 꿈을 버리고 자신의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호찬의 모습은 꽤나 밝아지고 영화는 이렇듯 잠깐이나마 희망적인 면모를 띄게됩니다.
아! 이 지독하디 지독한 사회여.
그러나 기정사실화 되있던 호찬의 정직원채용이 회사의 낙하산 여직원 '은혜'로 인해 좌절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보다 어두운 면을 띄게 됩니다. 삶의 무게에 완전히 눌려있던 호찬에게 잠깐 동안 품었던 희망이었던 터라, 이러한 어두움은 보다 선명해지죠. 호찬이 처음 입사해 받았던 모든 신뢰를 독차지하는 은혜에 대비해 찬밥신세가 된 호찬의 뒷모습은 참 씁쓸해져만 갑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호찬의 입지는 점점 줄어만 가고,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윽고 호찬은 필요없는 존재로서 어깨에는 불합리만 짐들만 짊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원망과 불만으로 꽉차있던 호찬은 폭발해버립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하면서 까지 '완생'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그 조금의 희망마저도 용납하지 않았던 사회를 향한 호찬의 울부짓음은 "우리의 삶은 미생인가 아니면 불생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하더군요. 그리고 이렇듯 현실적이라 지겹고도 잔인하게만 느껴졌던 이야기는 결국 엔딩을 맞이합니다. 희망고문으로 이다지도 호찬을 괴롭혀왔던 처음의 그 달콤했던 제의를 부장이 다시 꺼내들면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