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과 한지민이 출연한다는 사실에 일단 관심을 주목시킨 드라마다. <시크릿 가든>후 오랫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현빈이니 어떤 드라마인지도 궁금하고. 방영 당시 <킬미힐미>와 경쟁을 했다. 둘 다 다중 인격이라는 소재를 갖고 있었다. 첫째는 <킬미힐미>를 고집했으나 내가 보던 프로라 끝까지 우겼다. 결국 따님의 촉이 더 좋았다. 시청률도 훨씬 좋았고 평도 훨씬 좋았다. 따님은 따로 스마트폰으로 시청을 했다.

드라마의 소재는 나쁠 것이 없었다. 성격이 아쉬웠다. 로맨스 드라마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로맨스가 충분하지 않았고 심리가 섞인 스릴러 장르를 기대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했을 것이다. 드라마 예고를 볼 때 무조건 로맨스를 생각했다. 애절한 로맨스 드라마는 최근 먹히지 않으니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당혹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하게 진행되었다.

로맨스를 풀어내려니 로빈과 구상무가 충돌하는 과정을 설명하다 시간을 다 잡아먹었다. 이미 드라마의 모든 에너지를 로빈과 구상무의 비밀을 밝히는데 소진하고 로맨스를 풀어내려 하니 이미 김 빠진 탄산음료가 되고 말았다. 그나마 어릴적 비밀을 풀어내는 과정이 초반에는 흥미가 있었는데 이 부분도 너무 길게 이어지며 시청자들이 지치게 만들었다. 빠른 속도로 전개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등장 인물만을 봤을 때 그 부분이 빨리 해소되면 다음 내용 전개가 어렵다는 한계는 존재했다. 새로운 인물을 투입해서 긴장감을 높혀주는것도 좋은데 이미 로빈과 구상무만으로도 삼각관계인데 정신과 의사인 윤태주마저도 장하나에 대한 미묘한 애정감정까지 보이고 있으니 더이상 확장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구서진의 대항마인 원더그룹 호텔 상무는 대기업 임원답지 않은 어수룩함으로 진작에 아무런 긴장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서인 권영찬과 나형사가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나형사 역의 이준혁은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얼굴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얼굴은 확실히 각인시켰다. 더구나 코믹한 상황 연기도 선보이면서 향후에 좀 더 드라마에서 연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권영찬역의 이승준의 다양한 역할로 얼굴은 확실히 각인시켰고 이제 이름을 완벽하게 알리는 단계에 들어섰다.

윤태주 역할의 성준은 다소 빨랐다는 느낌이다. 전작인 <연예의 발견>을 좀 더 이어가서 연기를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좋았을 뻔했다. 아직은 성격 연기를 하는데 조금은 부족했다. 그 부분이 <하이드 지킬, 나>의 핵심적인 긴장과 대결구도였는데 구서진 자체가 감정의 높낮이가 없는 역할이라 밋밋했는데 윤태주가 좀 더 폭발적인 에너지로 감정을 보여줬다면 드라마가 좀 더 다른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구서진과 윤태주의 대결구도가 종영 4회 전에 끝나 버린 후에는 드라마가 동력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구서진과 로빈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겠지만 극을 이끌었던 모든 주요인물이 퇴장하니 아무래도 로빈과 구서진과 장하나만으로는 힘들었다. 더구나 로빈과 구서진은 같은 인물이니 아무리 시치미를 뚝 떼고 연기해도 그 놈이 그 놈이 되었고. 시청자로써는 재미가 확 꺾였다.

대단하지 않은 줄거리로 계속 드라마 회차가 연결되니 이도저도 아닌 드라마가 되었다. 좀 더 짧은 호흡으로 내용을 전개하거나 보다 깊게 내용을 들어갔으면 좀 더 평도 좋고 드라마 완결성도 올라갔을 것이다. 차라리 초반에 <시크릿가든>같다는 악평이 있었는데 아예 그 쪽으로 로맨스는 가 버렸어도 좋았을텐데 말이다. 장하나의 처지나 구서진의 처지는 흡사했으니 말이다. 여러 모로 많이 아쉬운 작품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