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언프리티 랩스타> 1회를 처음부터 보게 되었다.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생전 처음 보는 여자들을 한 자리에 묶어 놓고 뚱하니 가만히 내버려 둔 설정이 재미있었다. 남자들이라고 다를 바는 없겠지만 서서히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며 상대방의 능력검색하는 게 느껴졌다. 솔직히 나온 친구들 중에 알고 있는 인물을 AOA의 지민이었다. 남은 친구들은 생전 처음 봤다.

작년에 꽤 인기 있었던 <쇼미더머니>도 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늙어서 일지도 모르는데 딱히 끌리지 않았고 원래 처음부터 프로를 보지 않으면 안 보는 스타일이라 그렇기도 했다. 초반에 서로 상대방을 깔 보기도 하고 자신을 뜬금없이 근자감으로 높이기도 한다. 내가 볼 때는 모두들 그 놈이 그 놈인데. 그렇게 시청을 시작했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랩에 대해 편견이 있다. 랩은 노래가 아니라는 편견. 랩은 랩일뿐인데 여전히 노래라는 잣대로 본다.

이런 편견은 나름 <언프리티 랩스타>를 보며 변했다. 그 전에도 랩하는 친구들을 보며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첫 방송에서 제일 놀란 것은 지민이었다. 단순히 아이돌이라고 봤는데 무척 잘한다. 무엇보다 음색이 독특하다. 게다가 발음이 잘 들린다. 랩이 보통 빨리 한다는 측면이 있어 제대로 알아 듣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지민의 랩은 귀에 잘 들렸다. 최대 수혜자 중에 한 명이기도 하다. 단순히 아이돌에서 이제는 랩을 잘하는 랩퍼로 등극도 했고 음원차트에도 등장해서 인기도 끌고 있으니.

제시와 치타는 두번째로 수혜자로 보인다. 제시는 10년 넘게 그 바닥에서 활동했지만 인지도는 바닥이었다. 대체로 내가 모르면 인지도는 없다고 봐야 한다. 가장 대중적인 막귀와 눈을 갖고 있기에. 제시가 무대에 섰던 화면을 보니 어렴풋이 기억은 났다. 좀 센 여자로 보이지만 단순한 여자다. 얼굴과 몸에서 싫고 좋고가 즉각적으로 파악되니. 감정을 속이지 않으니 불편해도 뒷끝은 없어 보인다. 자기 주장도 좀 강하고. 그래도 오랜 세월동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 사람이 이렇게 빛을 받게 되니 무척 좋았다.

치타는 이번 프로로 처음 봤는데 나름 그 바닥에서 인정을 받고 있었던 듯 하다. <쇼미더머니>1편을 보니 꽤 순진(?)하게 나오던데 그동안 꽤 각고의 노력을 한 듯 하다. 그렇기에 선그라스를 끼고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강한 이미지를 갖고 대중에게 어필하려 하는데 전체적으로 선한 본 모습이 눈을 통해 나오니. 그래도 이번 기회에 음원으로 사랑도 받고 1등도 했으니 자신의 말대로 슈퍼스타가 되기를 기원한다.

육지담과 키썸은 아직은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인데 프로그램내에서 윤활유같은 역할도 잘 했고 음원도 선택되어 노래도 나왔고 여러모로 뜻깊은 프로그램이 분명히 되었을 것이다. 둘 다 지금보다 향후가 더 기대되는 친구라는 표현이 분명히 맞다. 졸리 브이는 근자감이 대단한 친구이고 독특한 캐릭터로 보인다. 그 정신을 계속 잃지 않는다면 차라리 좋을 것 같다. 

타이미 같은 경우가 제일 아쉽다. 프로그램 내에서도 실력은 인정 받은 듯 하다. 다소 건방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럴 만한 실력을 갖췄는데 그에 비해 프로그램 내에서는 운이 없었다. 프로에서 가끔 그런 인물이 한 명 정도 나오게 되는데 타이가 그런 듯 하다. 무엇보다 제일 아쉬운 것은 음원이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 음원이라도 하나 있으면 사랑도 많이 받고 두고 두고 도움이 되었을텐데 프로에서는 제일 아쉬운 친구가 되었다.

남은 키썸과 제이시는 프로그램 내에서 조명을 거의 받지도 못했기에 언급하지 않는다. 랩을 하는 장면도 편집이 많이 되었고 탈락도 했었기에 좀 더 노력을 통해 실력을 가다듬고 아예 시즌 2에 나오면 사람들의 재미를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마지막회에 다들 그런 말을 한다. 힘들게 노력하고 혼란을 겪고 있는 시기였다고 말한다. 무엇인가 하고 있지만 티도 나지 않고 반응도 없는 일을 하려니 계속 답답했을 거다. 처음에는 다들 이 프로 나오는 것을 망설였지만 절박하게 무엇이라도 움켜쥐고 싶은 심정으로 출연했을 것이다. 준비가 되어 있는데 알아주지 않고 소개할 기회조차 없으니 절망만 갖고 있었을텐데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인정을 받았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다들 향후 어떤 앨범이나 피처링으로 동참하느냐에 따라 롱런하느냐 한때의 인기로 끝나느냐로 남을 것이다. 그래도 음원차트에서 인기를 끌며 어지간한 사람들에게 노래를 각인시켰으니 그 점만으로도 훌륭한 출발점이 되었다. 일반 예능프로가 아닌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랩으로 인지도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렸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눈물도 흘리고 감동적이었는데 충분히 그래도 되었다. 아니, 더 목놓아 울어도 된다. 그럴 자격이 있다.

재방송으로 다 보다가 마지막 회는 그 시간에 본방으로 보던 <썰전>을 포기하고 본방송으로 봤다. 오늘 보니 치타의 노래가 음원 차트 1위를 하고 있고. 그 외에도 <언프리트 랩스타>에 나오는 모든 노래가 가장 큰 파이를 갖고 있는 멜론에서 상위권에 다 포진하고 있으니 참 좋다. 그래도 역시나 나는 누가 뭐래도 지민 노래가 제일 좋았다. 그건 가장 대중적인 노래를 했기 때문이라는 한계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대중가요의 속성인데..

참, 랩을 하면 꼭 욕이 들어가야 하나. 그것도 영어로 할 때면 욕이 들어가는 것이 각운을 맞추는 가장 최선의 선택처럼 욕을 섞는데 전체 가사 맥락을 볼 때 너무 강박과도 같은 욕삽입이 아닌가 싶다. 그리도, 영어도 너무 많이 넣고. 그런 의미에서 제시는 특히나 향후 영어 랩을 줄여야만 더 발전하고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욕을 일부러 안 하는 것도 우습지만 욕을 넣어야만 랩을 한다는 그따위 생각도 역으로 볼 때 우습게 느껴진다.

어쨌든 다들 수고했고 향후에 다들 피라미드 조직으로 이뤄진 연예계 생활에서도 힘든 가수영역에서 살아남아 더욱 인지도를 높히고 인기를 얻어 많은 사랑을 받는 노래를 발표하기를 기원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