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는 시간을 영화 속에 담아 내다 보니 이 짧은 영화 속 등장인물은 참 많이도 죽습니다. 

첫 번째로 죽은 사람은 안토니아의 어머니 일레곤다입니다. 이 사건은 안토니아가 고향에 귀환하는 계기가 됩니다.

두 번째로 죽은 사람은 미친 마돈나와 신교도입니다. 마음이 아파서 죽었다고 한다. 순결과 타종교의 포용을 상징합니다.

세 번째로 죽은 사람은 농장의 댄입니다.수확기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졌다. 이 사건은 피터가 귀환하는 계기가 됩니다.

네 번째로 죽은 사람은 마초의 상징이었던 피터입니다. 무슨 이유인지 안토니아는 아무런 설명 없이 웁니다.

다섯 번째로 죽은 사람은 다산의 상징인 레타입니다. 이를 계기로 하여 이 작은 마을의 인구는 급격히 줄어 듭니다.

여섯 번째로 죽은 사람은 마구 부려먹던 소에게 발길질 당해 죽은 농장 주인 얀이였고, 

일곱 번째로 죽은 사람은 디디의 남편인 미친 입술입니다. 트랙터 사고로 죽습니다.

여덟 번째로 죽은 사람은 안토니아부터 시작해 사라까지의 친구가 되어 준 크룩핑거입니다.

일레곤다의 죽음이 독특하게 묘사된 것은 여전히 의문점이 많습니다. 일단 일레곤다 Allegonde의 의미를 찾아 봤는데 모으다, 피망 등이 관련 단어로 나오며, 비슷한 단어인 Aldegonde는 독일어로 고대 전쟁, 귀족, 싸움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정확한 의미는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레곤다의 죽음은 기존 가부장적 세대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동시에 세대교체를 의미합니다. 안토니아가 일레곤다의 장례식에 참여하기 전에 수녀를 보고 아직 멸종 되지 않았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일레곤다가 바로 이 수녀처럼 살았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안토니아의 아버지는 창녀와 불륜을 저질렀고, 30년도 전에 죽었지만 일레곤다는 평생을 남편 욕을 하며 외로이 살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레곤다가 장례식 중에 벌떡 일어나 기쁘게 노래 하는 모습의 묘사는 해방감을 나타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서 못된 남편에게 평생 복종하던 과거 여인들의 삶을 풍자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냥 등장하는 인물은 없습니다. 

모두 저마다의 상징을 조금씩 가지고 있죠. 

농부인 댄-피터-얀의 라인은 남성과 욕망의 상징으로, 안토니아 라인과 대비됩니다.

특히 이들은 자신이 이용하고 다스리던 것들에 의해서 죽는데, 

땅을 기계로 다스리려고 했던 점에서 착한 미친 입술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신부로 등장했다가 나중에는 신부복을 던져 버리고 레타의 남편이 된 남자는 욕망과 신학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입니다. 다니엘을 향해 죄악에 대해 거침 없는 비난을 퍼붓지만 그 역시도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은 종교에 대한 도전은 아닙니다. 안토니아 가족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교회를 나가고, 장례식을 비롯한 행사 역시 천주교식으로 치룹니다. 다만 인간적인 욕망을 각종 규율과 권위로 누르며 죄악시 하는 모습에 대해 비판을 퍼 붓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저는 잠시 현실에 투영을 해 보았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기존의 권력자들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 국민들 중 4분의 1이 범죄자가 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살인이나 도둑질은 전세계 통틀어 비난 받을만한 죄악이지만, 가끔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 죄로 규정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친 마돈나의 의미는 일레곤다의 죽음에 비해 비교적 해석하기가 쉽습니다. 가톨릭에서 마돈나는 성모마리아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늑대는 남성을 상징하고, 보름달은 욕망을 의미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미친 마돈나가 보름달을 보며 미친 듯이 웁니다. 아래층에 살고 있는 이교도에 대한 욕망이었을까? 순결을 지키며 욕망을 표현하던 마돈나의 사랑은 죽은 후에나 이루어집니다. 

5명의 아들을 둔 홀아비 바스는 20년을 그 마을에서 살았지만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받는 대표적인 캐릭터입니다. 

안토니아를 사랑해 평생 옆에 있지만 안토니아와 결혼하지는 못합니다. 

결혼 보다는 공동체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 안토니아의 의견을 존중 하기 때문이죠. 

안토니아의 라인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은 안토니아-다니엘-테레사-사라입니다. 

일리아곤은 안토니아 라인에서 빠져 있습니다. 

안토니아는 이 마을에서 최초로 변화를 가져온 혁신적인 인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결혼을 포기합니다. 
다니엘은 화가인데, 레즈비언이며, 처음 본 남자와의 잠자리로 테레사를 낳습니다. 이성애를 포기합니다. 

테레사는 육체적인 욕망 보다는 지식적인 욕망에 더 갈급함을 느끼는 캐릭터입니다. 심지어 모성애도 포기하죠. 

사라는 아직 어리지만 죽음에 관심이 많은 시인입니다. 이 모든 것을 지켜 보고 기록합니다. 

삶이 나아진다는 건 환상이야. 단지 달라질 수만이 있는거지

등장인물도 너무 많고, 함축적으로 표현 하고 있는 것도 많아서 한 번 봐서는 모든 의미를 다 읽어내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너무 염세주의적인 사상이 강합니다. 

이런 악독한 세상에 또 다시 애를 낳겠다고? 아이가 불쌍하지도 않아?

살기 힘든 세상인 것은 동감합니다. 

우리가 낳은 아이가 결국은 기득권자의 세금 주머니가 될 거라는 사실도 너무 슬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손으로 이 세상의 연결선을 끊어 버리는 행동은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